삶: 내 마음속 이야기 삶의 여정 속에서 마주한 수많은 순간들, 그때는 몰랐던 의미를 이제서야 되돌아보며 깨닫는 이야기. 지나온 과거를 회고하고, 그 속에서 배운 교훈을 되새기며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진솔한 기록.
오래전 우리 가족은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처음에는 외롭고 힘든 타국 생활이었다. 우리나라 지방으로만 가도 낯설고 물 설어 쉽게 적응하며 사람들과 어울리기가 쉽지 않다고 하는데, 하물며 머나먼 타국에서의 삶은 정말 외로움과 그리움으로 사무친 시간으로 몇 해 동안은 눈물을 달고 살았던 것 같다.
그러나 외로움으로 견디는 동포애는 누구나 있었기에 한국 동포들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었고, 돈독한 타국 동포애로 의기투합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하루하루, 한 해 한 해 바쁘게 살아가노라니 그 삶 속에 젖어 따라가듯 삶을 지켜나갈 수 있게 되었다. 물론 힘들고 어려운 건 말할 수 없을 만큼 많았지만, 서로가 보듬어주던 동포애로 위로 받으면서 저마다 충실한 삶을 이어갈 때, 때로는 고향 생각에 젖어든다.
여러 민족이 어우러진 거대한 땅 한편에 작은 내 존재 하나, 더불어 함께하는 세상 안에 가슴 벅찬 미래로 향하고 있었지만, 꿈과 희망과 소망을 향한 현실 앞에는 늘 그리운 고향 향수에 젖어 살아갔다.
어느덧 내 고향집 그곳은 삶이 숨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스며들게 해 줬다. 똑같은 음식을 해 먹어도 고향 맛이 더 나고, 무엇으로 대체할 수 없는 향수병이었다.
오랜 세월을 살아가도 내가 살다 온 고향은 잊히지 않았다. 신분은 미국인이지만 한국 사람이다.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바쁘게 숨 가쁘게 살아가지만 나의 조국, 한국 땅이라는 그리움은 내 어머니와 같은 품처럼 가슴 시리도록 보고 싶은 곳이었다.
비행기만 타면 언제라도 다녀올 수 있었건만, 왠지 항상 마음 한켠에 뭔가 잡히듯 뭉클함이 찾아왔다. 역시 고향이 아닌 타국, 서로 다른 민족애와 문화에서 오는 이질감이라 그럴지 모르겠으나 한동안은 겉돌았던 것 같다.
그래도 현지 한인들과 적응하다 보니 제2의 고향으로 자리 잡고 살아갈 수 있었고, 행복했다. 어디든 내가 뿌리내리고 잘 헤쳐 나가면서 살면 고향이 된다고 했다. 수년을 살아온 세월 동안 그곳은 타향이 아닌 고향이 되었다.
모든 환경이나 문화를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새롭게 다시 태어난 고향이다. 언젠가 고국을 방문했을 때, 왠지 오래 머물고 싶지 않고 내가 사는 미국 집으로 빨리 돌아가고 싶었다.
그것은 내 가족과 함께 있는 곳이 곧 고향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렇다, 인간의 마음은 늘 변하며 사는 것 같다. 타향살이가 고향으로 되기까지는 수많은 어떤 삶의 가치로 따질 수 없다.
내 고향은 내 마음 안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제2의 고향을 떠나 다시 한국에 살고 있지만, 지난 세월 지내온 제2의 고향이 다시 그리움으로 떠오른다.
그토록 오고 싶던 조국 땅, 고향 땅이었건만, 또다시 다른 그리운 고향이 생겼다. 어디에서 살든 내 고향은 내 마음속에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