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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미숙 Nov 02. 2024

자격증

섬김의 가치를 배우다

삶: 내 마음속 이야기 삶의 여정 속에서 마주한 수많은 순간들, 그때는 몰랐던 의미를 이제서야 되돌아보며 깨닫는 이야기. 지나온 과거를 회고하고, 그 속에서 배운 교훈을 되새기며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진솔한 기록.





오랜 외국 생활을 마치고 귀국해서 있을 때다. 바쁘게 살아온 지난 세월이었지만 잠시나마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게 무료했다. 세상에 살면서 많고 많은 일들이 있지만, 50대, 60대 이후 과연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고 살았다. 


젊었을 땐 이것저것 열심히 부딪치는 대로 살아가면서 배우고 터득했지만, 이제 60을 코앞에 두고 생각하니 막연해질 때, 지인께서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보라 하셨다. 


오랜 외국 생활만 하다 귀국 후 무료할 때 무엇이든 해봐야 하지 않겠나 싶을 때 배움의 도움을 알아보던 중,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신청하러 갔을 때 전날 마감되었다 해서 그냥 돌아온 상황이었다. 


다음을 기약하며 새로운 것을 알아보고 있을 시기, 우연히 아시는 지인으로부터 요양보호사 일을 하신다며 이 자격증을 권하는 것이었다. 아무것도 잘 모르던 것을 설명해 주시며 권해주시기에, 그냥 노모가 계신 어머니를 돌보는 데 도움이 되리라 해서 도전하게 되었다.


어렵게 도전하여 자격증을 따고 교육을 받고 이런저런 인턴을 거쳐 당당히 요양보호사라는 자격을 얻게 되기까지 고된 훈련을 견뎌내고 이루어냈다.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일이라 알고 했다면 시작도 안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내 부모님 일이고 앞으로 내 삶이 부딪히는 일이라면 너무도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싶다. 우리의 고정 인식을 바꿔놓은 계기가 되었다. 우리가 사회에 여러 봉사단체가 많이 있음을 안다.




그 가운데 어르신 섬기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을 것이다. 자식도 모시기 힘든 바쁜 사회구조로 흘러가는 세상에서 불편하시고 연로하신 내 부모에게만 매달릴 수 없을 때, 이런 좋은 시스템이 있다는 것이 선진국다웠다. 


요양원만 들어가면 죽으러 간다, 인생 마지막 종착지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인식을 갖고 계신 많은 어르신이나 가족들의 일부 편견이 많았던 것 같다.


내가 이런 공부를 하기 전까지 나 역시 그랬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현장에서 지내본 사람으로서, 이런 서비스를 누구나 당연히 누리고 받아야 하는 일인 것을 알리고 싶다. 집에서 체계적으로 누가 살뜰히 오랫동안 케어할 수 있겠나 싶다. 


서로 지쳐가고 힘들어 벌어지는 가족 간의 균열이 발생하기도 하겠지만, 요양원 자체에서 체계적인 관리를 통한 서비스로 인한 미래의 쾌적한 노후 생활을 지향할 수도 있음을 알게 해주었다. 


선생님들의 지속적인 인성교육과 경험으로 인한 성심 성의껏 내 부모님 모시듯 한결같은 사랑과 신뢰할 수 있는 정성이 깃든 다정한 믿음으로 최선을 다하시는 시설장을 필두로 여러 기관 담당 선생님들의 희생과 봉사가 어우러지는 곳이다. 


요양원 분위기는 홀로 하루하루 의미 없이 보내시는 것보다는 정말 여러 어르신들과 어울려 담소 나누시고 규칙적인 프로그램대로 움직여가며 새로운 좋은 환경 안에서 평안한 삶을 다시 누리시며 지내시는 모습이 좋았다.




이곳에 종사하면서 늘 부족한 자신에게 새로운 마음가짐을 갖게 한다. 이왕이면 남이 아닌 내 부모님처럼 좀 더 편안하시도록, 즐겁고 기쁜 하루로 마무리하실 수 있도록, 서로 소통 잘하여 불편함이 없도록 잘해보자는 다짐을 늘 한다.


처음엔 막연히 내 부모를 위해서 시작한 자격증이 이제는 여러 어르신들께 큰 도움을 드릴 수 있게 되어서 너무 행복하다. 얼마 남지 않은 미래에 나의 자화성을 보듯 섬김을 받을 때가 올 것 아닌가. 그러나 섬김을 하기보다는 어르신들의 사랑을 더 많이 받는 기쁨이 크기에 행복과 보람을 갖는다. 요양원의 경험으로 나의 미래를 미리 경험하는 것 같아 좋은 준비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이다. 이 일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남들이 하는 것이니 나도 할 수 있겠다라는 것이 아니다. 먼저 자신의 인성과 인내가 내재되어 있어야 할 것이고, 모든 사랑과 겸손의 낮은 자세로 임할 수 있어야 한다. 


어떤 상황이든 신뢰와 믿음을 가지고 내 부모님 이상 사랑을 품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이다. 정말 힘들고 어려운 작업이다.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경험상 아니다. 하지만 너무 보람된 일이고 기쁨과 행복을 주고받을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일이다. 


이 일에 종사하시는 여러 분과 여러 가족분들이 믿고 소통하며 한마음 한뜻으로 섬김의 봉사, 믿음이 사랑의 결실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자격증이 주는 믿음으로 서로가 신뢰할 바탕이 된다. 또한 현장에서 주는 압박감이나 어려운 상황을 관계기관 이하 시설장님들이 선생님들의 복지에 좀 더 세심한 배려가 더해지면 더 많이 좋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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