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오글오글>은 글쓰기 모임 오글오글 작가들이 매 월 같은 주제로 발행하는 매거진입니다. 10월호 주제는 '독서의 계절'입니다.
독서를 준비하는 계절, 그리고 "책의 날"
가을은 그동안 흔히 '독서의 계절'이라고 불려 왔다. 매년 반복되는 이 표현이 이제는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실 가을이 독서와 잘 어울리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선선한 바람, 낙엽이 떨어지는 고요한 풍경, 그리고 책 한 권이 주는 차분한 여유가 가을과 맞물리면서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 계절을 독서의 계절로 받아들여왔다.
하지만 나는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기보다는 '독서를 준비하는 계절'로 표현하고 싶다. 가을은 추운 겨울을 준비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겨울에 따뜻한 이불속에서 즐길 책을 미리 구입하고, 독서를 할 환경을 마련하는 시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시기와 딱 맞물리는 특별한 날이 있다. 바로 10월 11일, '책의 날'이다.
책의 날이란?
'책의 날'은 1987년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제정한 날로, 올해로 서른여덟 번째를 맞이한다.
이날은 팔만대장경이 완성된 날을 기념하며, 책의 소중함과 독서의 즐거움을 알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4월 23일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을 먼저 떠올리지만, 우리나라의 '책의 날'은 그보다 8년 앞서 제정된 자랑스러운 날이다.
서포터즈로서의 나의 역할
나는 대한출판문화협회 서포터즈 '북적북적' 활동을 통해 책과 출판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책의 날'을 홍보하는 미션을 맡아, 독자들에게 이날의 의미를 알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4월의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은 잘 알지만, 정작 우리의 '책의 날'은 아직 생소하다는 점에서 더 많은 관심과 홍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겨울, 나만의 독서의 계절
나는 사실 독서를 준비하는 가을보다 겨울을 독서의 계절로 생각한다. 따뜻한 이불속에 웅크리고 누워 책을 읽을 때 그 느낌이 너무 아늑하고 포근하다. 더위에 취약한 만큼 추위에도 약한 나지만, 이불속에 있을 때는 추위가 오히려 사랑스럽다. 두껍고 하얀 거위털 이불이 나를 감싸주는데, 그 따뜻함이 전부 추위 덕분이기 때문이다. 최대한 어깨를 움츠리고 손끝 하나도 이불 밖으로 내보내지 않으려 책을 턱 가까이 가져와 읽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를 침대 옆 협탁에 올려두고, 드러누워 소심하게 책장을 넘길 때,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된다.
나에게 가을이 책을 들고 사진 찍기 바쁜 계절이라면, 겨울은 독서에 몰입할 수 있는 계절이다.
그래서 나에게 가을은 '독서를 준비하는 계절'이다. 겨울에 읽을 책을 미리 고르고 서점에 들락거리며, 긴 겨울밤을 채워줄 책들을 준비하는 시간인 것이다.
글을 마무리하며
누구에게나 책을 읽고 싶은 계절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이에게는 가을, 또 다른 이에게는 겨울이나 여름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계절이 언제든 상관없다는 것이다. 그저 많은 사람들이 책을 가까이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는 가을뿐만 아니라 모든 계절이 '책을 읽는 계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계절과 상관없이 언제나 책과 함께할 수 있는 삶이야말로 우리가 꿈꾸는 모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