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생각을 습관대로 하고 있었구나.... 생각을 한 것이 아니라 습관을 하고 있었구나...'하고 말이다.
어디가 이상한 것인지도 모른 채 당연히 그것이 맞다고 믿어왔는데 그 믿음이 제대로 틀리는 순간들이 있다.
앞에서 볼 땐 모르다가 살짝 옆에서 보니 엉터리였던. 이번에도 그랬다.
MZ세대들(밀레니얼세대와 Z세대에 무슨 공통점이 있는지 의문이지만)은 MBTI가 아니면 자기소개가 안 되는 것처럼 MBTI부터 우선 제공(?) 하는 화법을 구사하곤 한다. 나는 세상에 태어난 지도 오래된 MBTI를 요즘에 와서 이렇게 재미로든 진실한(?) 마음으로든 신봉하는 세태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ABO 혈액형을 과학이라 믿는 것만큼이나.
MBTI의 16가지 성격 유형의 큰 줄기는 I와 E의 나뉨에서 시작하는데 그러니까 이놈의 내향성과 외향성을 무 자르듯 갈라놓는다는 것이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는 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스스로를 I 그러니까 내향형이라 규정짓고 살아왔는데 이 또한 아이러니하다.)
여하튼, 우리는 스스로를 내향형 혹은 외향형 중 한 가지 유형의 인간으로 규정을 한다. 하나의 일직선 상에서 내향과 외향은 대척을 이룬다고 믿는 생각이다.
그런데! [파는 것이 인간이다]에서 이런 내용이 있었다.
"양향성 인간"
내향성-외향성 척도에서 대략 중간을 차지하는 사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양향적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인구분포 면에서 외향적이거나 내향적인 사람보다 양향적인 사람의 분포가 더 많다는 사실.(물론 극도의 외향성과, 극도의 내향성을 가진 이도 있긴 하다.)
그런데 우리는 왜 51대 49이더라도 꼭 내향 아니면 외향으로 칼로 자르듯 편 가르기를 하는 걸까.
여기에 내 생각을 조금 보태자면, 애초에 왜 내향과 외향을 일직선 상에 두려는 것일까?
우리가 운동능력을 가늠할 때 근력, 근지구력, 평형성 등 각각의 항목을 따로 점수 매기듯, 내향성과 외향성도 각각 점수를 따로 매겨야 하는 것은 아닐까?
동일 인물에게 내향성과 외향성이 동시에 존재하고, 이는 각각의 척도로서 사람마다 수치를 측정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예를 들면 나는 내향성 55점, 외향성도 55점 이런 식으로 말이다.
나란 인간을 예로 들자면, 특정 부분에선 외향적이고 또 다른 부분에선 내향적인데 이를 굳이 섞어서 하나의 척도로 가늠하려 한 것 자체가 무리가 아니었을까.
인간의 특성을 분명하게 규정짓고 싶어 하는 욕망이야 고릿적부터 있어 왔다지만 성선설 성악설 성무선악설만큼이나 의미 없는 게 외향적 인간과 내향적 인간의 특성을 굳이 나눠서 사람들을 일정 틀 안에 가두려는 시도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