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열다섯 살의 E를 기억한다. 열일곱 살의 그도 스무 살의 그도 기억한다. 건강하고 명랑한 얼굴을 기억한다.
내가 E의 마지막을 보지 못한 것은 두고두고 미안함으로 남았으나 이제와 내게 있어서는 차라리 잘 된 일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E의 밝은 모습, 신난 모습만 기억하게 됐으므로...
E가 떠난 지도 9년이 지났다. 당연히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내 바쁨과 피로를 더 먼저 챙겼다. 그리고 9년이 흘렀다.
나는 그를 늘 그리워하지는 않는다.
가끔 삶이 외롭다 느낄 때 그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 나와는 다르게, 먹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곳도 하고 싶은 것도 많던 그가 떠오를 때면 나는 내 삶을 별 수 없이 돌아보게 된다. 어쩌면 그가 그렇게 보고 싶었을 내일에, 나는 살고 있는데 나는 E를 통해서만 내 삶을 느낄 수 있는 것일까. 그러한 나는 부끄러워해야 할까.
오늘 아침에도 나는 열다섯의 E를 떠올리고 그리워한다. 그의 목소리를 그린다. 내 삶이 오늘 쓸쓸한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