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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실 Sep 22. 2024

소중한 하루를 기록하는 러브레터

매일 알림장을 씁니다

“선생님! 꼭 연애편지 주고받는 것 같아요.”

알림장에 적힌 어머님의 말씀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처음 알림장을 쓰기로 결심했던 것은

아이들의 소식을 전하고 남기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우리 반 아이들 중 많은 친구들이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집에서 말로 표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인해 학부모님들의

학교 출입이 제한되면서,

더욱 학교 소식을 알 길이 없으실 것 같았다.      

하루 중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보내고 있는데,

그 소식을 하나도 모르신다면

얼마나 궁금하고 답답하실까.


또 내가 기록해 두지 않는다면

우리 반 아이들의 학교에서의 시간을

 오롯이 기억하는 것은 나 혼자뿐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하지만 매일 6명의 아이들의 알림장을

적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이마다 그날 있었던 일들을

개별적으로 적어야 했기 때문이다.

 주로 교과 선생님께서 수업하시는 시간을 활용해

 알림장을 적었지만,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중간 하교를 하는 아이가 있어

하교 지도를 할 때도 있고,

 학교 행사나 단축 수업으로 인해

미리 알림장을 써야 할 때도 있었다.

게다가 학교 업무를 처리해야 할 때도 많아

시간적 여유가 부족했다.     


쉴 틈 없이 바빠 보이는 나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주변 분들이 계셨다.

‘중요한 일이나 행사만 안내해 드리면 되지 않느냐’고  말씀하시기도 했다.

그분들의 걱정이 전해져 감사한 마음이 들었지만,

나는 알림장 쓰는 것을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


알림장을 쓰며 내가 얻는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에 대해 더욱 세심하게 관찰하게 되었다.

그날의 기분, 컨디션, 그리고 활동에 대한

세부 사항을 적다 보니, 한 아이 한 아이를

더욱 깊이 있게 바라보게 되었다.


또한 알림장은 나에게 반성 노트가 되기도 했다.

 알림장을 쓰며 다음 수업에는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급식 지도나 생활 지도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되돌아보며 고민해 보았다.


알림장을 통한 학부모님과의 대화 시간은

나에게 즐거움이었다.

알림장에 적힌 글과 함께 전해오는

부모님의 따뜻한 말씀과 마음이

알림장을 펼치는 나를 두근거리게 했다.


매일 알림장 마지막에

"오늘 이런 활동을 했으니,

아이들과 이야기 나눠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라는 문구를 적어두었다.

그리고 가정에서의 소식도

언제든지 전해주시면 아이들과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지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 학부모님께서는 가정에서 아이와 나눈 대화,

하교 후 아이의 일상 등을 알림장에 적어주셨다.

 나를 응원하는 메시지들도 함께.

 하교 후 아이들의 일상이 궁금했던 나는

마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여다보듯

알림장을 읽었다.

아이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미소를 짓기도 하고,

어머님의 입장이 되어

그 상황을 떠올리며 읽곤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만의 알림장 쓰기 팁도 생겼다.

전날 미리 다음 날의 수업 활동을 적어두고,

그에 따라 아이들과 활동한

내용을 기록하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미리 틀을 잡아두니

알림장을 쓰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물론, 수업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 날에는

새로 써야 했지만, 유용한 방법임은 분명했다.


또한, 시간표를 확인해

교과 선생님 시간(일명 공강 시간)을

알림장 쓰는 시간으로 계획해 두었다.

 너무 바빠서 알림장을 보내지 못할 때는

문자로 대신하기도 했다.     


다 쓴 알림장이 한 권 두 권 늘어가면서

우리 아이들의 매일에 대한 기록도 쌓여 갔다.

시간이 지나 첫날 쓴 알림장과

지금의 알림장을 비교해 보니,

아이들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도 한눈에 드러났다.  

   

알림장이 아이들에게는 성장 기록으로,

어머님들께는 러브레터가 되었다고 생각하니,

그 과정에서 느끼는 보람과 기쁨은

힘든 순간들을 이겨내게 했다.


우리의 이야기가 담긴 이 한 권의 소중한 책은

서로의 마음을 전하는 알림의 장이 되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특별한 당신에게>
알림장이 마음을 주고받는 러브레터가 되듯,
여러분도 여러분만의 방법으로
주변 사람들께 마음을 전해 보세요.
작은 메시지나 손 편지, 소중한 순간을 함께 나누는 것만으로도 감동이 될 거예요.
여러분의 마음이 그 어떤 것보다
특별한 선물이 될 거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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