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상장 수여식
“똑똑똑, 교장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교장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교장 선생님은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셨다.
“정 선생님, 무슨 일이에요?” 교장 선생님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살펴보셨다.
하지만 계속해서 쭈뼛쭈뼛 거리고
우물쭈물 입만 뻥긋거리는 나를 보자,
교장 선생님의 눈빛은 점점
호기심이 아닌 염려로 바뀌어가셨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마음을 다잡고
말씀을 드리기로 결심했다.
“교장선생님. 저, 부탁드릴 게 있습니다!!”
특수학교에서도 매달 다양한
교내 대회와 행사가 열린다.
과학의 달을 맞아 에어로켓 날리기,
과학 상상화 그리기, 학교폭력 예방 창작대회,
평화통일 교육 문예공모전 등
여러 교육 주간 동안 다채로운 대회가 진행된다.
대회에는 모든 학반이 참여할 수 있으며,
각 반마다 최우수상, 우수상, 장려상 등을
선정하여 상장과 부상을 수여한다.
모든 대회는 개별적으로 진행되기보다는
반 전체가 협동하여 작품을 제출하는 형식이다.
개별 대회로 진행하게 되면 특정 학생만
참여할 수 있기에 협동으로 진행하여
모든 학생이 함께 참여하고
협동심을 기르도록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반 전체가 함께 출전해 받은
상장임에도 불구하고, 상장을 받는 순간은
항상 한 명의 대표 학생만이 상을 받게 된다.
상장을 받기 위해서는 방송실에 스스로 내려갈 수
있어야 하고, 교장 선생님께 상을 받을 때까지
참을성을 가지고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반에는 거동이 불편한 친구,
혼자 서 있는 것이 힘든 친구, 그리고
상을 받기 위해 세심한 설명이 필요한 친구도 있다.
그러나 이 친구들은 늘 대표 학생이 상장을
받아오는 모습을 옆에서 구경만 해야 했다.
“반 아이들이 함께 받은 상인데,
늘 대표 친구만 상을 받고 다른 친구들은
상 받는 경험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나는 긴장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누구를 대표로 보낼지 고민이 되고,
이동이 어렵거나 서 있기 힘든 친구들에게도
상 받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습니다.
모두 함께 받은 상장인데, 한 사람 한 사람이
그 기쁨과 뿌듯함을 느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힘드시겠지만 교장 선생님께서 반에 오셔서
상장을 한 명 한 명 전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말을 끝내고서
차마 교장 선생님을 바라볼 수 없었다.
특수학교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다양한 학년이 함께 있어,
각 학교급마다 따로 수상 학반을 정한다.
따라서 교장 선생님 한 분이 모든 반을 돌며
상을 나누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 말이 끝나자마자 교장 선생님은
감탄의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셨다.
“정 선생님 말씀이 맞습니다.
반에서 받은 상장은 아이들 모두 함께 받아야죠!”
그러면서 호탕하게 웃으셨고
내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하셨다.
이로 인해 우리 학교에
새로운 상장 수여식 문화가 생겨났다.
카트를 이용해 상장을 싣고
교장 선생님께서 각 반에 직접 가셔서
상장을 나눠주시는 방식이었다.
이제는 대표 학생만 상을 받는 것이 아니라,
반의 모든 아이들이 상을 받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다른 선생님들께서도 이러한 소중한 경험을
반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어 하셨고
그 덕분에 대회 참여율도 높아졌다.
교장 선생님께서 땀을 흘리며
아이들에게 상장을 나눠주시는 모습을 보니,
죄송한 마음과 함께 감사함이 들었다.
모든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축하합니다!”라고
말씀해 주시는 교장 선생님의 따뜻한 모습은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학부모님들께서도 이 소식을 듣고
교장 선생님께 감사를 전하셨다.
“교장 선생님의 배려와 따뜻함에 감동했습니다!”
라고 하시는 분들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교장 선생님은
“정 선생님의 아이디어였어요!”
라고 말씀해 주셨다.
아이들이 상장을 받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학부모님께 전해드렸다.
“선생님! 초등학교 6년 동안
상장받는 모습을 처음 봤어요!”
“우리 아이도 상 받는 경험을 해보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 전해주신 상장
소중하게 잘 간직하겠습니다!”
무엇보다 기뻤던 것은 우리 아이들의 변화였다.
1년 동안 상장받는 경험이 쌓이면서,
그 기쁨을 알아가는 모습이 너무나도 뿌듯했다.
졸업식 날, 졸업장 수여를 위해
교장 선생님 앞에 서자마자 교장 선생님의 말씀이
끝나기도 전에 상장을 받는다고 생각해
두 손을 먼저 내미는 우리 반 친구.
상장을 받았을 때의 기쁨이
오랫동안 아이들의 마음에 남아 있었구나,
그동안의 경험들이 아이들에게도 소중했구나
하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씨익 웃으며 기다리는 우리 반 아이의 모습에
지켜보는 모두가 함께 웃음을 지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특별한 당신에게>
상 받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특별한 순간일 거예요.
여러분도 기억에 남는 상이 있나요?
저희의 이야기가 여러분에게 소중한 추억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봅니다.
그때의 설렘과 기쁨을 다시 느끼며,
행복한 하루 되시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