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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실 Aug 29. 2024

우리들의 아름다운 마지막

우리들의 특별한 졸업식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아름다운 마지막, 우리들의 특별한 졸업식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초등 특수교사의 경우 4년이 만기라 근무지를 이동하거나 1년 연장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학교를 옮길지 연장을 할지 선택의 기로 앞에 저는 후자를 택했습니다. 첫 학교라 애정이 크기도 했고 변화가 두려운 마음 때문이었죠. 그런데 이게 웬걸 마지막 해인데 6학년 담임이라니. 졸업 학년을 맡았다는 사실이 부담으로 다가왔어요. 아이들에게 6학년은 다음 과정(중학교)으로 넘어가는 중요한 과정이면서 수학여행, 졸업식 등 여러 행사들이 많은 학년이거든요. 그렇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아이들의 한 번뿐인 중요한 시기를 함께 할 수 있고 다양한 행사들을 통해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소중한 기회더라고요.


그렇게 아이들과 소중한 추억들을 쌓아나가다 보니 1년이라는 시간이 금방 지나갔습니다.(1년 동안 저희의 이야기도 전해드릴게요!) "우리 애들이 졸업을 한다고? 내년에 중학생 되는거야?" 옆 반 선생님과 믿기지 않는다는 듯 주고받던 대화가 현실이 되었어요. 눈물이 많은 저는 졸업식 생각만으로도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습니다. 졸업 앨범과 선물을 준비하면서도 몇 번을 울었는지. 졸업식 주인공이 되어 졸업을 해보기는 했어도 선생님이 되어 제자들을 졸업 시키다니! 실감이 나지 않았어요.


졸업식을 앞두고 눈물을 흘린 건 저 혼자만이 아니었어요. 부모님들도 마찬가지셨죠. "선생님 축하해야 할 졸업인데 걱정스러운 마음이 커요. 몸만 커버린 건 아닐까, 학년만 올라가는 건 아닐까 아직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은데.. 시간이 천천히 갔으면 좋겠어요."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우리의 졸업식에 함께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럼에도 눈물 많은 저를 먼저 걱정하시며 "선생님 졸업식 때 우시면 안돼요!", "기쁘게 인사 나눠요." 말씀해 주시는 부모님들. 선생님을 만나 올해 많은 성장을 했다며 감사하다고 하시는 말씀과 선생님이 계셔서 든든하다고 하시는 저를 향한 마음이 손수건이 되어 제 눈물을 닦아주는 것 같았어요.


강당에서 상장 수여와 졸업 앨범 및 선물을 받은 후 교실로 돌아왔어요. 이제 마지막 인사를 할 차례. 제가 준비해 온 편지를 꺼내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읽어주었습니다.


얘들아 너희는 선생님에게 아름답게 빛나는 무지개야.
아름다운 너희를 볼 때면 선생님은 언제나 행복하고 설레고 기뻤어!
선생님은 너희의 햇살이 되어줄게
너희가 기쁠 때면 그 순간이 더 빛날 수 있게 따스한 햇살을 환하게 비춰주고
너희가 슬플 때면 비가 그치고 해가 떴을 때 무지개가 더 선명해지듯 선생님이 너희 옆에 있어줄게
언제나 어디서나 떠있는 해처럼 선생님이 너희의 곁에서 응원하고 있다는 걸 꼭 기억해 줘
얘들아 졸업 축하해 많이 많이 사랑해


편지 낭독이 끝난 후 학부모님들의 박수와 포옹, 선생님과 부모님의 눈물이 어리둥절한 아이들의 표정에 또 한 번 울음이 터졌어요. 결국 울지 않겠다는 약속은 지키지 못했고 우리는 함께 울고 웃으며 졸업을 했습니다.


졸업이 제게 '아름다운 마지막'인 이유는 다음을 위한 기약이 있기 때문이에요. 아쉽고 슬프지만 미래를 위한 기대와 성장이 있으니 졸업은 아름다운 마지막입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특별한 당신에게>
여러분에게도 아름다운 마지막이 담긴 추억이 있나요?
소중한 추억을 떠올리며 따뜻한 하루 보내셨으면 좋겠어요.
저희의 특별한 졸업식에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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