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된 것만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문득 게시판에 걸린
아이들의 작품을 또 한 번 바라보았다.
여백의 미, 엉뚱의 미, 자유의 미, 소박의 미를
요모조모 감상한다.
작품을 보는 새로운 눈이 생긴 듯하다.
아이들과 함께 활동을 하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이제 아이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는 쉬는 시간이 코앞에 다가왔다. 그럴 때면 나도 모르게 아이들의 작품에 내 손길을 더한다. 덜 칠해진 곳에 색을 칠하고 덜 붙여진 곳 스티커를 붙이며 작품에 완성도를 높였다.
아이들이 하교를 하고 환경 게시판에 아이들의 작품을 걸어두었다. 이렇게 보니 아이들의 작품에 내 손길이 많이 더해져 있었다. 물론 그것도 나름 의미가 있다. 아이들의 정성과 내 손길이 더해져 하나의 작품이 탄생한 거니까. 하지만 가끔은 내 욕심에 아이만의 고유한 표현이 가려진 것 같기도 하고, 아이 나름의 의도가 있었을 텐데 내가 몰라준 것 같기도 하다.
다음 만들기 시간에는 아이들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땐 도와주되, 덜 만들면 덜 만든 대로, 더 만들면 더 만든 대로 아이들의 작품 그대로를 존중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을 바라보며 나는 아이들만의 표현과 개성을 느꼈다. 그냥 그 자체로 아름다웠다.
나는 깨달았다. 아이들의 작품은 종종 미완성으로 끝날 수 있지만, 그 미완성의 상태조차 아름다움을 지닌다는 사실을. '미'의 의미를 '아닐미'가 아니라 '아름다울 미'로 바꾸어 바라보니, 미완성이라고 해서 부족하거나 덜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 자체로 가치 있는 작품이었다. 완성된 것만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그 과정 속에 녹아 있는 아이들의 손길과 마음 자체가 소중하고 의미 있는 것이었다.
나도 모르게 불쑥 여전히 여백을 채우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지만, 최대한 아이들의 개성과 의도를 존중하고 그 모습을 그대로 바라봐주기로 했다.
우리의 삶에서 '완성'만을
목표로 할 필요는 없습니다.
때로는 미완성의 상태 속에서
더 깊은 의미와 가치가 담겨 있기 마련입니다.
그 자체로 충분히 소중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