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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독실 Dec 13. 2024

등굣길에 받은 선물

귀여운 기습 고백

등굣길을 함께 걷던 지희가 갑자기

"선생님! 선생님 만나서 좋아요."

라고 이야기 했다.


나도  지희에게 활짝 웃으며

"선생님도 지희 만나서 행복하고 기뻐."

라고 대답했다.

등굣길에 지희를 만났다. 지희는 나보다 열 걸음 정도 앞서 가고 있었다. 호기심이 많은 지희는 평소에도 주변을 살피며 걷는 걸 좋아한다. 같은 등굣길이지만, 혹시 오늘은 어떤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안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걸어가고 있었다. 그러다 오늘의 특별한 발견! 뒤에서 걸어오던 나를 본 것이다.      
지희는 "선생님!" 하고 부르며 손을 흔들었고, 그 목소리에 나도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나와 속도를 맞추려는 듯, 지희는 계속 힐끔힐끔 뒤를 돌아보았고, 어느새 우리는 함께 등굣길을 걷고 있었다. "지희, 잘 잤어? 아침 먹었어?" 하고 묻자, 지희는 "네, 오늘 용가리 치킨 먹었어요."라고 대답했다.     
그러다 갑자기 하고 싶은 말이 떠오른 듯, '선생님!' 하고 부르더니, '선생님 만나서 좋아요!' 하고 기습 고백을 했다. 보는 사람도 웃게 만드는 지희의 눈웃음과 아침의 맑은 공기를 머금은 듯한 목소리에, 아침의 찌뿌둥함이 싹 날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지희의 고백에 감동받은 나는 대답하는 타이밍을 놓칠 뻔했고, 얼른 "선생님도 지희를 만나서 행복하고 기뻐."라고 대답했다.
아침부터 행복을 담은 선물을 한 아름 안겨 준 지희는 "그럼 나중에 학습도움반에서 봐요!"라고 인사하며 반으로 갔다. 지희의 귀여운 고백은 하루 종일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아침에 나를 만나 기분이 좋았다는 말일 수도 있지만, 이미 행복 회로가 작동한 나는 지희가 나를 만나서 매일이 행복하다는 것으로 그 선물 속의 행복을 한껏 부풀려 버렸다.     
1교시 수업이 시작되기 5분 전쯤, 지희는 문을 벌컥 열며 "선생님~!" 하고 들어왔다. 나는 "우와, 또 만났네! 우리 지희는 봐도 봐도 반갑네!" 하며 웃었고, 지희는 씨익 웃으며 칠판 앞에 붙은 자신의 이름표를 만지작거렸다.      
나는 집에 가는 길에도 지희가 준 선물을 안고 갔고, 자기 전까지 그 선물을 열어보며 행복을 되새겼다. 오래오래 내 마음속에 간직될 행복이라는 선물을.

아이들과의 행복한 일상을 기록하며
여러분과 나누는 순간이 저에겐 큰 행복이에요.

여러분의 오늘도 행복으로 가득하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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