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레길.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둘레길은 제주도를 한 바퀴 도는 올레길이다. 각 지자체마다 둘레길 사업이 한창이다. 인천둘레길, 은평둘레길, 송파둘레길 하는 식이다. 심지어 코리아 둘레길도 있다. 동해, 서해, 남해를 거쳐 크게 한 바퀴 돌게 된다. 둘레길이 좋은 건 굳이 높은 산 정상을 오르지 않아도 된다. 산을 둘러싼 평지를 걷는 것이 기본이다. 평지가 아닐 때도 물론 있지만 대부분 평탄하다. 둘레길이 되기 위해서는 둘레길 마크와 표지판, 스탬프로 완주 인증서 등을 발급해야 한다.
그리고 가는 길 곳곳에 둘레길 리본을 묶어 놓아 지도를 굳이 펴지 않아도 알아서 걸어갈 수 있어야 한다. 친절하게 바닥에 안내표지판도 붙어있다. 외국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산티아고 순례길이 있는데 조개모양으로 방향을 표시한다. 휴일을 맞아 서울둘레길 15코스를 걷고 왔다.
서울 둘레길은 서울 가장자리를 크게 한 바퀴 돌도록 설계되어 있다. 강북 쪽은 북한산, 동쪽에 수락산, 아차용마, 대모산, 관악산 등 서울에 산 둘레길을 걸으며 산이 아니고 아예 평지인 곳도 많다. 탄천, 안양천, 하늘공원 등을 걷는 코스는 가볍게 시도해 볼 수 있는 코스이다. 서울 둘레길 홈페이지에 난이도별 코스 안내가 되어있어 선택할 때 도움이 된다. 네이버 지도에서 서울둘레길 OO 코스라고 검색하면 코스, 스탬프 찍는 곳 및 난이도를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하다.
15코스는 노을하늘공원코스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가양역~증산역까지 이어지는 7.7km 코스로 평지로만 되어있어 초보자들이게 적합하다. 소요시간은 2:10분으로 되어있으나 처음 시작 도장을 찍으려면 약간의 비탈길을 올라갔다 다시 내려와야 하고 중간에 문화비축기지를 들리는데 이곳에서 문화전시를 구경할 수 있다. 쉬는 시간 포함 4시간이 걸렸고 이동거리는 10km이 나왔다.(갤럭시 워치를 착용했고 전시실에서 돌아다닌 거리까지 측정된 건지...?)
증산역에서 시작했고 스탬프를 찍기 위해 증산체육공원을 잠시 들렀다가 다시 증산역으로 내려와야 했다. 안내표지판, 리본이 잘 되어있지만 중간에 헷갈리는 부분에서는 지도를 참고했다. 증산역에서 불광천을 따라 월드컵경기장까지 걸어내려 갔다. 평지라 너무 순탄하다. 자전거를 타고 싶은 유혹에 휩싸였지만 참기로 했다. 햇볕은 참 따사롭기를 넘어 따갑다. 걷는 내내 양산을 쓰고 이동했다. 9월인데도 땀이 뻘뻘 나는 신기한 경험. 중간쯤 가면 갑자기 꺾어 들어가 문화비축기지로 들어간다. 이전에 연료를 보관했던 큰 탱크가 6개나 있는데 각각 탱크 안을 개성 있게 꾸며놓았다.
날이 더워 땀을 식힐 겸 들어가서 전시를 구경했다. 6번 탱크에 들어가니 미디어 전시를 해놓았다. 둥근 탱크 벽면에 미디어를 쏘아서 마치 우주에 있는 것 같은 상황을 연출한다. 신비로운 음악소리도 좋았고 누워서 관람할 수 있게 설치해 놓은 그물망 의자가 있어 휴식을 취하기에 좋다.
그다음 탱크는 서울 패션 비엔날레? 전시인데 패션쇼에서 사용된 옷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요즘 트렌드에 맞게 다양한 물품을 재활용한 소재를 사용한 옷이 인상적이었다. 아이스크림 막대를 이용한 옷, 쌀 포대를 개성 있게 디자인 한 옷들이 커다란 탱크를 채우고 있었다. 이 공간 독특하고 마음에 든다.
탱크 모양을 그대로 살리며 다양한 공간을 창출한 것이 독특하다. 탱크의 외부 천장 쪽은 실외공연장으로, 내보는 실내공연장으로 사용되는 탱크도 있었다. 여름에는 이곳에서 야외/실내 영화상영 프로그램도 했다. 서울에 산다면 한번쯤 방문해야 할 필수 코스이다.
화장실도 들르고 땀도 식힌 후 다시 실외로 나왔다. 오늘 날씨 정말 덥다.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의 내부로 들어가진 않고 그 옆에 난 샛길로 계속 직진해서 걷게 된다. 메타쉐콰이어 나무가 쭉 들어서 있어 아름답다. 노을공원 쪽 길은 정말 사람이 없었다. 서울에 이런 외진 공간이 있나 싶을 정도이다. 저녁이나 혼자서 방문하기에는 조금 무서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코스다. 노을공원이 끝나면 생태습지원 쪽으로 길이 나있다. 둘레길은 아니지만 습지가 궁금해서 바로 옆길로 걸어봤다. 이쪽 한강공원은 잠실, 반포, 여의도 한강공원과 다르게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정돈되지 않은 자연의 모습이 마치 야생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습지라 그런지 바닥이 축축하니 발밑 조심 해야 하고 생명체들도 우연히 마주칠 수 있으니 놀라지 말 것.
마지막으로 가양대교를 건너면 코스는 끝이 난다. 바로 옆에 차들이 쌩쌩 달리는 다리 위에 나있는 좁은 인도를 통해 걸어야 한다. 자전거 타고 지나가는 사람이 있을 때는 옆으로 비켜서야 해서 주의가 필요하다.
어찌하다 보니 4시간 넘게 걸려버린 15코스. 가양대교를 건너면 바로 스탬프 찍는 곳이 있다. 스탬프북은 홈페이지에서 안내된 곳에서만 배부하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 가야 한다. 하지만 요즘 시대에는 QR로 인증이란 것도 있어서 간편하게 인증 가능하더라. 하지만 아날로그 감성 포기 못해. 30년 넘게 살아온 서울이지만 서울 너, 볼 때마다 새롭다. 매력 넘치는 이 도시 서울! 집값이 비싸도 벗어날 수 없다(직장 때문이지 사실). 멀리 나가지 않아도 여행자가 되어 서울을 여행하고 싶다면 서울 둘레길 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