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광고는 내 마음을 읽는 걸까. 도시명상이라는 계정이 한번 나타나더니 계속해서 나에게 광고인지, 알고리즘인지 나타났다. 도시에서 하는 명상? 이름이 뭔가 있어 보여 계정에 들어가 보았다. 달리기도 하고 명상도 하고 요가도 하고 그런 커뮤티니 같았다. 각각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곳인데 이것을 한 번에 한다는 사실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그러던 중 10주 달리기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매주 일요일 오전 8시에 반포종합운동장에서 만나는데 달리도 나서 명상도 한다고 쓰여있었다. 참가비는 20만 원인데 올버즈라는 브랜드의 러닝화도 주고 도시명상 스튜디오 요가 프로그램을 10회 참여할 수 있다고 한다. 요가 원데이클래스를 들으려면 최소 2만 원을 줘야 한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 가격은 그냥 거저 아닌가?! 거기에 요헤미티라는 브랜드에서 나오는 파워젤? 스포츠 음료? 까지 준다고 하니 금상첨화.
가성비충인 나는 구미가 당겼고 10주 후가 딱 JTBC 마라톤 날이라는 것도 마음에 들어 냉큼 신청했다. 시작일은 8월 18일이었으나.. 날이 너무 더운데 달리다가 탈진 올 것 같아 2주를 건너뛰고 9월 1일에 첫 참여를 하였다. 9월이지만 아직 날이 더워 시작시간을 당겨 7:30에 시작한다고 안내를 받았다. 오전 7:30분. 반포종합운동장까지 가려면 집에서 6:40분에는 나와야 하니 6시에 기상해야 한다. 일요일은 늦잠 자는 날인데 참, 내가 신청해 놓고도 전날 밤에 후회가 밀려왔다. 지금 후회해 봤자 소용없다. 무조건 눈 뜨고 나가는 것이다.
다행히 6시에 잠에서 깨어 좀비처럼 대충 세수만 하고 모자를 눌러쓰고 나가려고 했으나 어제도 집 밖에서 나가지 않아 머리를 감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라 급하게 머리를 감았다. 준비하다 보면 시간은 어영부영 지나가서 겨우 버스를 탔고 시작시간인 7:30에 겨우 맞춰 도착했다. 이미 운동장에는 달리기를 하고 있는 침이 어림잡아 3팀은 있었다. 어느 팀인지 몰라 우왕좌왕하다 결국 단체톡방에 어디 계시냐고 말을 해서 찾을 수 있었다. 아 이 처음 만날 때 느끼는 그 뻘쭘함. 이미 2주 차를 진행해서 인지 원래 알고 있던 사람들인지 사람들은 서로 친해 보였다.
뻘쭘하게 인사를 하고 준비운동을 했다. A스킵, B스킵 등 동적 스트레칭 같은 것을 했는데. 참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하려니 동작이 잘 되지도 않고 삐걱삐걱 민망스러웠다. 우리 옆에는 뉴발란스에서 진행하는 러닝팀이 러닝프로그램을 하고 있었는데 윤은주 감독님이 보였다. 어디선가 원데이클래스를 참여했을 때 만나 뵌 적이 있는 분이다. 우리나라 여자 마라톤 기록을 갖고 계신 전설적인 인물이라고 한다. 그 외에도 신기하게 다른 러닝팀에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원데이클래스를 가끔 참여하다 보니 얼굴만 아는 그런 사람들. 러닝 이 바닥도 좁구나.
민망스러운 준비 운동이 끝나고 조를 나눠 웜업 조깅을 시작했다. 나는 제일 늦은 페이스 조를 선택 했다. 이전에 무리하다가 무릎염증으로 고생한 기억이 생생하여 절대 무리하지 않기로 다짐을 하였던 터였다. 오늘은 1km은 빠르게, 1km는 느리게 변속주연습을 하여 총 8km을 뛰는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솔직히 초보에게 8km은 길다. 그리고 이 날씨에? 처음부터 쉽지 않을걸? 빠르게 뛸 때는 6:30 페이스, 느리게 뛸 때는 7:30 페이스라 사실 뭐 인터벌도 아니고 그냥 설렁설렁 느낌에 나에게 아주 잘 맞는 코스이다. 진행 코치님이 우리 쪽에 붙어서 편하게 따라 달리기만 하면 된다.
8시가 넘어가자 태양이 강해졌다. 모자를 쓰고 있음에도 눈이 부시고 한 바퀴를 돌고 나니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얼굴에서도 땀이 흘러내려 눈으로 땀이 들어가 따가웠다. 그래도 이 속도라면 8km도 충분할 것 같았다. 심박수는 180까지 올라가 있는 상황. 그런데 갑자기 배가 아프기 시작하다. 나란 인간의 배변활동은 왜 이리도 규칙적이란 말인가. 그냥 앉아있는 거라면 어떻게든 참았을 텐데 계속 뛰니 자극이 더 심해진다. 뻘쭘함을 무릅쓰고 화장실을 가야 한다고 중간에 빠져나왔다. 얼굴에서 땀은 주룩주룩 떨어지며 그렇게 큰일(?)을 보고 나니. 이미 나의 페이스는 끝. 중간에 어디로 껴야 할지 모르게 우리 조는 갈갈이 찢어져 있었다.
다시 뛸 엄두가 나지 않았다 혼자 뛰고 싶지는 않은데 어디에 끼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에라 모르겠다. 워치를 보니 내가 총 달린 거리는 5km. 그래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스스로 만족하며 그냥 앉아서 스트레칭이나 깨작거렸다. 한두 명씩 사람들이 들어왔다. 멋쩍게 웃으며 사람들을 맞아 주었다. 평소에 잘 달리시냐는 물음에도 '아니요'라고 말할 뿐 오늘 이미 중도 포기를 해버렸으니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래도 다음 주에 꼭 나오시라고 챙겨주셔서 참 감사했다. 어느덧 모두가 달리기를 끝냈고 마지막 보강운동을 하기 위해 다시 모였다.
보강운동이라도 열심히 하면 오늘 운동은 성공적인 것이다. 런지, 백런지, 점프스쿼트, 스쿼트까지 마치고 나니 개운하다. 그리고 마지막 하이라이트 명상. 요가 강사분인 것 같은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은 가이드 없이 주변의 공기와 들리는 소리를 느끼며 5분간 명상을 해보겠습니다.'. 결국 5분간 옆 달리기 팀이 떠드는 소리를 열심히 들었다. 옆 팀은 시각장애인 러닝 팀이었다. 시각장애인 러너와 가이드 러너가 끈으로 묶어 한 팀을 이뤄 달리는 팀이었다. 처음 보는 광경에 신기했다. 가이드 없는 명상은 항상 잡념의 시간. 그렇게 5분이 지났다. 의도치 않은 중도포기에 아쉬움이 남지만 이 아침에 참여한 것 자체가 크나큰 성공이라 위로하며 오늘의 달리기를 마쳤다. 다음 주 일요일은 날이 더 선선해지기를 기대하며 한 주간 또 열심히 살아가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