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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꼴찌가 러닝을 취미로 하기까지

2025-01-28 화요일

by may

러닝을 시작했다. 평생 달리기와는 거리가 멀었던 내가 러닝을 취미로 삼게 될 줄은 몰랐다. 초등학생 때 달리기 경주를 하면 4명 중 항상 4등을 하던 나였고, 성인이 되어 헬스장에서 러닝머신을 타더라도 10분만 뛰어도 숨이 차던 나였다. 그랬던 내가 오늘은 1시간을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달리는 데에 성공했다.




러닝을 시작하게 된 계기

동아리에 들어가고 싶었다. 새로운 친구도 사귀고, 영어로 대화할 기회도 늘려보기 위해서였다. 여러 동아리를 고민했지만 가장 진입장벽이 낮은 동아리가 러닝 동아리였는데, 따로 준비물이나 가입 절차도 필요 없이 정해진 시간에 가서 뛰기만 하면 되었다. 마침 기숙사에 사는 일본인 친구가 러닝 클럽 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고, 그 친구가 가는 날에 따라가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러닝에 도전해 보았다.

그날의 러닝은 3마일, 즉 5km 정도의 가벼운 달리기였다. 그럼에도 쉬지 않고 달리다 보니 상당히 힘이 들었다. 달리면서 대화를 하기도 어려웠고, 눈물 콧물이 나오기까지 했다. 너무 힘들어서 도저히 이 동아리는 가입하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겨우 달리기를 끝내고 기숙사로 돌아와 물을 마시는데, 왜일까? 기분이 너무 상쾌했다. 몸이 한없이 가볍고 머릿속도 가벼워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의 두 번째 러닝

두 번째 러닝은 동아리 정규 시간에 뛰지 않고, 첫 러닝을 함께한 기숙사 친구들과 함께 뛰었다. 처음과 달리 아침 일찍 일어나서 뛰었고, 친구가 소개해준 새로운 코스를 따라 뛰었다. 이번에는 5km를 뛰어도 처음만큼 힘들지 않았다. 가장 좋았던 건 달리는 도중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이었는데, 끝없는 길에서 나무와 나, 함께 달리는 친구들만 세상에 존재하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치 내가 게임 속의 캐릭터가 된 기분이랄까!


브런치1.jpg 마치 게임 속 화면 같은 어바인의 풍경


첫 번째 러닝과 달랐던 점은 달리는 중에서도 괴로움보다 즐거움을 느꼈다는 것이었다. 코스에 오르막이 없었기 때문도 있지만, 그보다도 내가 캘리포니아에서 러닝을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감격스러웠기 때문이기도 하다. 두 달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추운 겨울 날씨에 옷을 여미느라 바빴던 나인데, 이렇게 날씨 좋고 공기 좋은 어바인을 마음껏 달리며 누빌 수 있다니! 정말 교환학생을 선택하고, 그중에서도 미국을, 그중에서도 천국과도 같은 어바인에 오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교환학생에 와있는 기간 동안 최대한 이곳을 즐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멋진 풍경과 최고의 날씨를 두고 충분히 누리지 못한다면 너무나도 아까우니까. 시간이 될 때마다 어떻게든 밖으로 나가 달려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달리던 도중, 점점 몸이 힘들어지는 기분이 들어 친구에게 물었다. "얼마나 더 뛰어야 해?" 기숙사에서 출발해서 한 바퀴를 둥글게 돌아서 오는 코스였기에, 얼마나 더 가야 기숙사가 다시 나오는지를 물어본 것이었다.


친구는 70% 정도 달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고 난 뒤 30분이 넘게 뛰었지만 끝이 보이지가 않았다. 알고 보니 친구는 나를 더 달리게 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 나니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걷고 싶었지만, 오전에 수업이 있었기에 나는 계속 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계획보다 더 많이, 총 '8km'를 뛰게 되었다. 그리나 그 이후 왼쪽 발등이 부어오르고 걸음을 제대로 내딛을 수가 없게 되었다. (다음 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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