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미국 사람들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말을 걸까?

2025-04-16 수요일

by may

스몰토크의 나라 미국에 처음 도착했을 때, 내향인인 나로서는 적응하기가 정말 쉽지 않았다. 패스트푸드 주문을 할 때 점원의 "How are you?"에도 입이 얼어붙어서 "I'm good"라고만 대답했고, 캠퍼스를 걸어가다가 "I like your jacket"과 같은 칭찬을 들으면 어색하게 웃으며 "Thank you"라고 대답했다. 이렇게 미국에서는 낯선 사람이 갑자기 친근하게 말을 걸거나 칭찬을 하는 상황이 자주 일어나곤 한다.


동부 여행을 했을 때도 정말 신기한 스몰토크의 현장을 본 적이 몇 번 있다. 뉴욕에서 워싱턴으로 가는 암트랙 기차에서, 내 반대편의 시트에 앉은 두 사람이 몇 시간 내내 수다를 떠는 것이다. 한 명은 내 또래로 보이는 여자였고, 한 명은 할머니였다. 처음 만난 사이에 나이도 50살이 넘게 차이 날 텐데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깔깔 웃어대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걸까?




KakaoTalk_20251208_210427371.jpg


스몰토크가 정확히 무엇일까? 말 그대로 사소한 대화인데, 보통 어색함이 있는 사이에서 분위기를 매끄럽게 형성하고 친근감을 쌓는 대화를 뜻하곤 한다. 앞서 언급한 상황처럼 처음 보는 사람과 나누는 대화도 스몰토크에 해당하고, 아는 사이지만 약간의 어색함이 있는 사람과의 대화도 스몰토크에 해당된다. 예를 들면 이웃 주민과 나누는 날씨 얘기나, 직장 동료와 나누는 취미 얘기 등이다.


사실 후자 유형의 스몰토크는 어느 정도 목적과 기능이 있다. 예를 들면 직장 동료와 일이 아닌 다른 주제의 가벼운 이야기를 한다고 했을 때, 이는 일을 하는 데에 있어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이 사람이 나에게 나쁜 감정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일을 맡기거나 전달함에 있어서 조금 더 믿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웃 주민과의 스몰토크 또한 마찬가지이다. 내 주변에 사는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믿음을 가짐으로써 더욱 편안하게 동네를 다닐 수 있고, 위급한 상황이 생겼을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다.


그러나 흥미로운 건, 미국 사람들은 목적이 없는 스몰토크도 많이 한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이 사람과 다시 만날 가능성이 제로에 수렴한다고 할지라도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이다. 나도 이런 경험이 몇 번 있었다. 한 번은 여행을 가서 우버를 탔는데, 교환학생 생활 중 재밌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각자의 가족 이야기까지 나누면서 이동했던 기억이 난다. 평소 같았으면 불편했을 수도 있겠으나, 아저씨가 대화를 너무 유쾌하게 잘 이끌어주신 덕분에 가는 길이 심심하지 않고 오히려 좋았다.




아주 가깝지 않은, 혹은 낯선 사람과의 스몰토크는 잘 아는 사람과의 대화와는 다른 결의 감동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Gillian&Elizabeth(2014)에 따르면 낯선 사람(stranger)과의 짧은 상호작용은 긍정 정서 및 소속감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한다. 이들이 행한 실험 결과, 카페에서 바리스타가 단지 '효율성'만 생각하고 커피를 만들어 줄 때보다, 아이컨택과 미소, 짧은 대화를 나누었을 때 고객들로 하여금 더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개인주의 사회가 심화된 요즘이기에, 이러한 낯선 타자와의 연결감은 더 큰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연결감이 현대 사회의 외로움에 대한 해답일지도 모르겠다. 나도 언젠가는 낯선 사람들에게도 웃는 낯으로 먼저 다가갈 수 있을까? 내가 겪었던 작은 다정함을 나도 건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인용 논문

Sandstrom, G. M., & Dunn, E. W. (2014). Is efficiency overrated?: Minimal social interactions lead to belonging and positive affect. Social Psychological and Personality Science, 5(4), 437–442. https://doi.org/10.1177/1948550613502990

keyword
토요일 연재
이전 14화워싱턴에서 노숙을 하게 될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