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4 토요일
6개월 간의 미국 교환학생 생활이 끝나고 어느덧 한국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떨리는 마음으로 LAX 공항에 도착했던 그때가 얼마 전인 것 같은데, 시간은 붙잡을 새 없이 빠르게 흘러 지나가고 말았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10여 시간의 비행시간 동안, 나는 지난 6개월을 처음부터 끝까지 되새기며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 시간들을 떠올려 보았다.
교환학생을 떠나기로 다짐했던 건 대학교 4학년 생활을 하던 중이었다. 치열하게 공부했던 학창시절을 지나 대학에 들어와서도 내 삶은 크게 변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방학 때는 각종 학회와 자기계발을 하느라 정신없이 살다 보니 어느새 졸업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곧바로 졸업을 하고 그다음 스텝을 시작하기에는 나에게 충분한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번아웃이 오겠다 싶었다.
돌아보면 이는 그 무엇보다 값진 선택이었다. 살면서 도전이란 것을 해본 적이 없었던 내게, 미국은 매일매일 도전거리를 던져 주었으니까. 처음 미국에 도착해 마주한 복잡한 LAX 공항부터, 높은 물가 때문에 매일 요리를 해 먹어야 했던 일, 잘 통하지 않는 영어로 음식을 주문하는 일,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는 일까지 무엇 하나 쉬운 것은 없었던 것 같다.
쉽지 않았기 때문에 그 기억들은 더욱 잊히지 않는 추억이 되었다. 기숙사 방문이 열리지 않아 끙끙댔던 시간 덕분에, 룸메이트와 조금 더 빨리 친해질 수 있었고 영어로 컴플레인하는 방법을 익혔다. 음식을 해 먹어야 했기 때문에, 나와 내 친구들은 기숙사 1층에 모여 매일 같이 밥을 먹곤 했다. 영어를 잘 못했기 때문에, 머뭇거리는 나를 기다려주는 점원들의 따뜻함을 더 가깝게 느낄 수 있었다. 바깥에서 달리는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뛰면서 보이는 미국의 아름다운 자연을 더 생생하게 두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이렇게 아름답고 행복했던 미국을 떠나 이제 한국으로 간다. 다시 내가 23년 동안 살아갔던 평범한 삶으로 돌아간다. 교환학생은 나에게 잊지 못할 추억과 자신감을 선물해 주었지만, 한편으로는 텅 빈 잔고와 허탈함을 안겨주기도 했다. 당분간은 어바인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지 못할 것 같다. 사진만 봐도 왜인지 가슴이 찡해지는 느낌이 들어서. 지나가버린 내 꿈같은 시간에 대한 아쉬움일까? 혹은 한국에서 지낼 앞으로의 삶과의 비교로 무너져 내릴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일까?
몇 년 뒤 돌아봤을 때, 이 경험이 나에게 어떤 의미로 남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때 처해 있는 상황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만 기왕이면 내가 미국에서 찾은 새로운 내 모습들을 한국에서도 잘 활용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의미 없는 남과의 비교를 멈추고,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는 것, 그게 미국에서 얻게 된 가장 큰 교훈이지 않을까. 그리고 그 와중에서도 하루하루를 즐길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
어렵다. 어렵지만, 내가 살고 싶은 미래의 내 모습은 이제 어느 정도 눈앞에 그려진다. 한국에서는 아무리 그려보려 해도 그려지지 않았던 내 미래인데. 매일같이 공부하고, 동아리 하고, 미래를 위한 경험을 쌓았던 한국에서는 떠올려지지 않았던 내 미래가, 왜 이제는 그려지는 걸까?
그래서 사람들이 교환학생을 꼭 한번 가보라고 추천하는 건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