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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혼의 미립자 Dec 13. 2021

코로나도 막을 수 없는 우리 사이


코로나 시국으로 모두의 일상이 많이 바뀌었다. 그런데 비교적 코로나 전후가 비슷한 사람이 있으니 그게 바로 나다. 프리랜서로 주로 집에서 일하다보니 평소에도 거의 자가격리같은 생활을 해 왔다. (전혀 불편하지 않은 이 느낌 무엇..) 약간의 차이라면 없던 바깥 볼 일이 더 없어지고, 얕은 인간관계가 더 얕아졌을 뿐. 그래서 마스크 대란 때도 약국 줄 한번 선 적이 없고, 사람들과의 접촉에 큰 걱정없이 지낼 수 있었다. 그런데 사흘 전,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내가 코로나 능동감시 대상자란다. 일주일에 한번 문화센터 강습을 가는데 그곳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것. 나의 유일한 정기적 외출이었던 그곳에서 코로나를 실감하게 된 거다.   

   



지친 목소리의 보건소 직원과의 짧은 통화 중에 재빨리 스쳐간 생각은..

'오마이갓!! 대체 누가 확진이 된 거지? 나 마스크 벗은 적 있었던가? 감염됐으면 어쩌지?'

그러다가 급기야..


악!!!! 우리 냥이 어떡해!! 이제 어떻게 만나러 가지??!!    


나는 마음이 다급해졌다.

“집에서 자가격리 해야 되나요?”

“(지쳐) 아니오. 능동감시 대상자는 일상생활 가능합니다.”     


아.. 어찌나 다행이던지.. 남의 일인줄만 알았던 코로나를 이렇게 맞이하는 순간에조차 우리 냥이 만나는 일이 먼저 걱정되다니.. 이 정도면 약도 없는 과몰입 아닌가 싶기도..     




차가운 바람 부는 저녁, 혹시나 몰라 마스크 94를 꺼내 꼼꼼하게 밀착 또 밀착해 야무지게 착용하고 닭가슴살 봉투를 들고 냥이를 만나러 갔다. 요즘엔 추워서인지 빽빽한 풀숲 속 낙엽이 쌓인 곳에 웅크리고 앉아 있을 때가 많다.     


“냥아~” 부르니 “아옹~” 대답하며 종종종 다가오는 냥이.

일단 반가움의 표시로 쭈그려 앉은 나의 다리에 부비부비~ 한번 해 주면 그 짧은 시간동안 난 누구에게도 느끼지 못하는 애정과 사랑스러움을 온 몸으로, 온 마음으로 느낀다. 그러고선 다소곳이 앉아 기다리면, 난 얼른 비닐 봉투 하나를 깔고 닭가슴살을 차린다.   

  

부비부비의 빈도와 횟수와 강도는 냥이 마음대로. (feat 튼실한 허벅)


“맛있게 먹어, 냥아~ 천천히 많이 먹어~”     


코 박고 열심히 맛있게 먹는 냥이를 바라보며 폭풍 수다가 시작된다.     


“냥아, 아까 보건소에서 전화왔잖아.

나 수업 받는데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다네? 헐~~~

그래서 나 내일 코로나 검사 받으러 가야돼.

힝~ 아프다던데 걱정된다옹~”     



그렇게 냥이에게 나의 일상과 이슈와 걱정을 쏟아놓으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해지고 위로가 된다. 물론 냥이는 대답도 없고 리액션도 없다. 그래도 괜찮다. 다 먹은 냥이가 온 몸을 쭉 펴면서 쭉쭉이를 하고, 핥짝핥짝 그루밍하며 몸단장도 하고, 나무에서 스크레칭도 하는 모습을 보다보면 조금 전의 걱정이 싹 사라진다. 물론 일시적인 효과지만 행복은 거창한 그 무엇이 아니라 순간순간의 작은 기쁨이 쌓이는 것이라는데, 생각해보면 우리 냥이는 내 행복의 일정 지분을 책임지고 있다. 고마운 존재, 소중한 우리 냥이.    

 

“냥아~ 내일 검사 잘 받고 올게~ 내일은 닭가슴살 따뜻하게 데워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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