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가을이다. 나의 길고양이 ‘냥이’를 매일 동네 공원에서 만나는 요즘. 생각해보면 도심에서 공원만큼 계절의 변화를 뚜렷이 느낄 수 있는 곳이 또 있을까 싶다. 봄에는 파릇파릇 여린 새싹이 돋는게 신기하고, 여름엔 초록물이 뿜어져나오는 듯 선명하고 풍성하다. 가을엔 농익을대로 익은 잎들이 하나둘 떨어지고, 겨울엔 잎이건 줄기건 바싹 오그라든다. 그 사계절 변화 속에 늘 등장하는 나의 길고양이, 우리 ‘냥이’.
올해는 청량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면서 서서히 쌀쌀해지는 전형적인 가을 날씨가 아니다. 기나긴 여름이 계속되더니 어느날 갑자기 늦가을 날씨로 점프. 그래서인지 나무들도 이런 변화무쌍한 날씨에 적응을 제대로 못한 것 같다. 푸릇푸릇한 잎들이 어느날 급 노랗게 변하더니 갑자기 후두둑 떨어지는 거다. 그게 바로 어제. 공원의 풀밭에 자리한 밥자리엔 노란 낙엽이 한가득이었다. 노란 낙엽이 융단처럼 깔려있는 공원에 오도카니 앉아있는 ‘냥이’. 고양이는 가을에도 이쁘다. 심지어 분위기까지 있다. 그리고 따스하면서 쓸쓸하기도.
우리 ‘냥이’는 다른 보통의 고양이들처럼 자기 영역을 가지며 홀로 생활하는 냥이다. 그런데 최근 새 친구가 생겼다. 올 늦봄 쯤 공원 밥자리에 나타난 노란 치즈 고양이. 보송보송 애기 솜털이 사랑스러운 새끼냥이었다. 이 공원의 밥자리에는 여러 고양이들이 오고가며 캣맘의 밥을 먹는데, 대부분 어두울 때 나타나 밥만 먹고 사라진다. 하지만 우리 ‘냥이’는 마치 이곳의 터줏대감인 듯(팩트체크는 불가), 밥자리를 비교적 오래 지키고 꾸준히 캣맘이 오는 시간을 칼같이 맞춰 나타난다. 아니 기다린다. 그런데 이런 터줏대감 곁에 새끼 치즈냥이가 숟가락을 얹은 거다. 처음엔 다른 고양이들처럼 잠깐 보이다가 말겠지 했는데 어라? 이 녀석이 보통 넉살이 아니다. 그다지 반겨주지 않는 ‘냥이’ 곁에 딱 붙어서 앵긴다. 천지분간 못하고 장난치는 애기같기도 하고, 뛰어난 사회성과 생명력의 유전자를 타고난 것 같기도. (이 치즈 냥이 이야기는 후에 제대로 펼쳐보겠다)
아무튼, 가을이다. 노란 낙엽이 융단처럼 깔려있는 공원에 노란 낙엽비까지 내리는 이곳에 나름 산전수전 겪은 연식있는 ‘냥이’와 갓 돌이 되지 않은 치즈냥이가 함께 가을을 맞는다. 노란 낙엽비가 내리면 우리 ‘냥이’는 그냥 온 몸으로 맞는다. 이것이 길에서 잔뼈 굵은 길고양이의 구력인가. 그런데 새끼 치즈냥은 낙엽이 하나둘 떨어질 때마다 깜짝 놀라며 눈이 동그래지고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앞발로 톡톡 건드려 보기도 하고 콩콩 뛰어다닌다. 하룻고양이의 귀여운 천방지축인가. 하긴 태어나서 처음 보는 낙엽비일테니 신기하긴 할 듯.
아무튼 두 고양이는 귀엽다. 가을에도 고양이다. 점점 쌀쌀해지는 날씨에 고양이들의 고달픈 길 생활이 걱정되는 마음은 점점 커지지만, 일단 지금은 가을 노란 낙엽에 어우러진 우리 ‘냥이’의 소중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가슴에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