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박물관과 가게들 구경 Stratford-upon-Avon, UK
집에 돌아가기 전에 오전 시간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생각을 해봤는데, 어제와 좀 다른 걸 보려면 The MAD (Mechanical Art & Design) Museum (미친 박물관, 혹은 기계 예술과 디자인 박물관)에 가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어린애들이 웃고 떠들고 울고 불고 소리를 지르고, 그 부모들이 같이 언성을 높여 애들이랑 상대를 하며, 그런 와중에 전시물 하나하나가 버튼을 누르면 움직이며 소리를 내다보니, 온갖 소리들이 합쳐져 대환장 파티 느낌이었다. 그래서 이름이 미친 박물관인가 보다. 아이가 없는 분들에게는 굳이 추천하지 않겠다.
그래도 나는 디자인과 교수이므로 이런 아기자기 귀여운 것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면 좀 신나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어디에 여행을 가더라도 이런 비슷한 어린이들 위주의 박물관은 최대한 가지 않는 것으로 하기로 마음먹었다.
미친 박물관에서 30분을 버티지 못하고 나와서 다음엔 어딜 갈까 하다가 마법의 골목(Magic Alley)이라는 곳이 궁금해져서 들어가 봤다.
드래곤과 마법의 빗자루 및 다양한 판타지물 기념품들을 파는 곳인 것 같다. 방탈출 게임도 할 수 있단다.
공룡들도 있다. 여기 주인님이 아마도 파충류 애호가인 것을 알 수 있다.
여긴 그냥 방탈출 게임이 있는 기념품 가게인 거 같은데 구글맵이 왜 관광지 표시를 해놨는지 모르겠다. 구글맵한테 좀 당한 느낌이다.
혹시 정말 정말 너무너무 가지고 싶은 기념품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집에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기념품 가게들을 좀 둘러보기로 했다. 셰익스피어 생가가 위치한 길에는 그 주위로 기념품 가게들이 줄줄이 있는데, 어떤 관광객이 올지 모르니 너희들이 좋아할 만한 것들을 다 준비해 놓았어, 느낌이다. 이를테면, '그거 알아? 피터래빗 영국꺼다?' 하고 생뚱맞게 피터래빗 가게가 있다.
'영국 하면 해리포터잖아. 애들이 좋아하지?', 하고 해리포터 가게도 있다.
'혹시 겨울에 관광 왔다면 따뜻한 양털 제품도 하나 사가지 않을 테야?' 하는 느낌으로 스코틀랜드(Scotland) 에든버러(Edinburgh) 양털제품 가게도 있다.
온갖 가게들이 있는 와중에 제일 웃긴 가게는 크리스마스 가게인 것 같다. 여기만 시간이 크리스마스에 멈춰있다.
가게 문에 '크리스마스까지 305일 밖에 안 남았잖아' 하고 쓰여있는 게 너무 웃기다.
기차 타기 전에 이른 점심을 먹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해시브라운(hash browns) 브런치 맛집이라는 보스턴 티파티(Boston Tea Party) 체인점에 갔다. 맛집은 맛집인 게 11시에 만석이다.
채식주의자용 해시브라운 시켰는데 물냉이, 수란, 토마토, 버섯, 시금치, 해시브라운, 스리라차 소스 조합이 아주 훌륭하다. 앞으로 다른 동네 가서도 보스턴 티파티가 보이면 또 이용해야겠다.
2박 3일 동안 짧게 스트랱포드 어폰 애본 구경을 하면서 모든 것을 다 본 건 아니지만 (이를테면 셰익스피어 와이프 앤의 생가나 셰익스피어가 묻힌 교회는 안 갔음) 적당히 구경을 잘한 거 같다. 더 길게 있으면서 샅샅이 다 봤다면 좀 반복적이고 지겨웠을 것도 같다. 아이들이 있는 분들은 교육적 목적으로라도 죽기 전에 한 번쯤은 와보시길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