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치원의 토황소격문을 반하는 시>
어찌, 허망하다 하는가
황소의 난을 무찌르는 일이
일침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우려하던 일이 일어났으매
당신은 한가로이 동굴 녘에서, 음침한 달빛 아래서
그저 미소를 짓고 푸념을 하면 되는가
어서 당으로 돌아가라
자네가 있을 곳이 아니다
신라 땅은 한없이 척박하고
발해는 더 이상 오랑캐가 아님을 알고 있는가
황제의 신임은 그대 한 사람에게 있으니
황소를 반격하는 일도
스님을 깨우치는 일도
다 그대 손에 달리었노라
황소를 토격하는가
아니면 그대 자신을 반격하는 것인가
부디
돌아가라
누구의 선생도 되기를 원치 않는
참 사람이여.
최치원 선집, <새벽에 홀로 깨어>, 김수영 편역을 읽고 쓴 문장입니다. 경주최 씨의 시조라고 할 수 있는 최치원은 유불선에 통달하고, 당나라 빈공과에도 급제한 당대 손꼽히는 문장가입니다. 선집에 담긴 그의 글들이 참 슬퍼서 눈물이 많이 났습니다. 고고한 숨결에 외로움이 느껴져서였을까요, 그려지는 풍경들이 너무 아스라 지듯이 실제 같아서였을까요. 고운 최치원을 그려보며, 조심스레 헌책방에서 만난 이 책을 권합니다. 감사합니다.
단풍나무
최치원
흰 구름 떠 있는 바닷가에 선녀가 서 있는 듯
마치 족자 속의 수목화를 보는 듯.
어여쁜 모습은 세상에 많다지만
한가로운 정취는 그대 같은 이 없네.
이슬 머금어 맑은 단장은 눈물을 글썽이는 듯
바람 맞아 흔들리는 자태는 붙들어 주길 바라는 듯.
추운 숲에서 읊조리니 문득 슬퍼져
산중에도 흥망이 있음을 알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