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에 새겨진 생존 전략
비록 부모세대가 자녀들의 감정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을지라도, 우리는 그들을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을 것입니다. 그들은 마음이라는 구조와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감정의 양상에 대해 원리를 몰랐을 뿐이지, 우리를 사랑하지 않아서 의도적으로 감정을 외면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많은 어르신들이 아직까지도 자신의 감정조차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뉴스에서는 노년기에 극심한 외로움과 우울증으로 생을 마감하는 안타까운 소식들을 전해 오고 있으며, 문제는 바로 그러한 어른들에게서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배웠다는 사실입니다.
세대 간 지속되는 감정의 억압 패턴은 *집단 무의식으로 형성되어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대한민국은 초고령화사회로 진입하게 된 만큼, 이러한 무의식의 감정 패턴을 인식하고 변화하지 않는다면, 사회적 고립과 고독사의 위험은 앞으로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집단 무의식: 심리학자 칼 융이 처음 제안한 개념으로, 세대 간 무의식적으로 계승되는 심리적 패턴이나 상징, 본능 등을 포함하며, 이는 세대를 넘어 인류 전체가 공유하는 원초적인 기억과 감정의 저장소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우리의 선조들은 왜 감정 표현에 제한을 두는 문화적 특성을 형성하게 되었을까요? 감정 표현을 억압하는 심리적 현상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있겠지만, 저는 무엇보다 과거 수많은 침략을 받으며 살아온 역사적 배경이 가장 심층적인 원인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필요한 감정은 단순하게 강인함만이 아닙니다. 외세의 침략에 맞서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분석과 최선의 전략을 찾아내는 냉철함, 빠른 상황 판단과 즉각적인 대응을 발휘하는 신속함이 요구됩니다. 또한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인간은 극도로 민감해지기 때문에, 그 공포심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심리적 무장이 필수적입니다.
그 사례로 전쟁의 승리를 위한 전략서인 《손자병법》에 의하면, 리더는 병사들의 전투 의지를 끌어올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적개심'을 활용했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 병사들의 가시적인 잔혹 행위와 파괴적인 광기를 제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의를 품게 한 이유는 적군을 향한 증오심이 없으면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동기가 약해져 전쟁에서 불리하게 작용되었기 때문입니다.
손자병법(교보문고)_임용한
Part 2. 어둠 속, 등불 하나
※ 지속적으로 글을 다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