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두려워하는 어른아이
이쯤에서 당신은 한 가지 의문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왜 우리는 자꾸만 부정적인 감정들을 외면하려 할까요? 왜 그것이 당연한 듯, 괴로움을 떠안은 채 살아가려는 걸까요? 애초에 그런 감정들을 억누르지 않았다면, 심리적 어려움을 자초하는 일은 없을 텐데 말입니다.
요컨대, 감정의 소용돌이를 반복적으로 만들어내는 근본적인 원인은 모두 무의식에 자리한 뿌리에서 기인된 것입니다. 어린 시절, 우리는 부모로부터 감정을 거부당하는 경험을 학습해 왔습니다. 전형적인 모습으로는 자녀가 자신이 느끼는 감정의 어려움을 표현하고 있음에도, 부모가 냉담하게 반응하거나 신경질적으로 대처하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울음을 터뜨린 아이에게 부모가 일방적으로 '울지마'라고 다그친다면, 아이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존재가 부정당했다고 인식하며, 이는 곧 불안의 기제를 활성화하는 밑거름으로 작용됩니다.
그리하여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기보다는 숨기는 쪽을 선택하게 되는데, 그렇게 한 번도 부정적인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어른아이'는 시간이 흐른 뒤, 터져버린 내면의 갈등과 고통에 직면했을 때 극심한 혼란을 겪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이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며, 어떤 이들은 부모가 감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수용해 주는 건강한 환경에서 자라왔을 것입니다. 그러나 유교적 가치관이 뿌리 깊은 한국 사회에서 이 같은 양육방식이 보편적이라 보기는 어렵습니다. 대표적으로 우리에게는 *화병(火病)이라는 대한민국 고유의 정신의학적 용어가 존재하며, 이는 2002년 미국정신의학회가 개발한 DSM-IV에 문화결정적 증후군의 예시로 수록될 만큼, 한국 사회는 감정을 억압하는 문화적 특성이 매우 강한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화병(Hwa-Byung): 억눌린 분노와 우울의 누적으로 우울증, 불면증, 식욕 저하 등 신체적·심리적 증상을 동반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 외에도 호흡 곤란, 온몸의 통증, 명치가 막히는 듯한 느낌 등 다양한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Part 2. 어둠 속, 등불 하나
※ 지속적으로 글을 다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