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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덴티 Aug 22. 2024

우울한 금붕어를 위한 어항 준비하기 (1)

나의 사용설명서


입이 삐죽 나왔다는 것은 집중했다는 뜻입니다. 습관적인 것임으로 애교는 아니니 너그러이 봐주세요.

가끔씩, 눈을 반쯤 감고 한 지점만 뚫어져라 볼 때는, 가만히 놔두어 주세요. 머릿속에서 기분을 음미하는 중입니다. 그것이 슬픔이던 기쁨이던 허무함이던, 감정을 음미하는 것을 굉장히 즐기기 때문이죠.

가만히 있다가 크게 숨을 들이쉴 때는 당신이 한심하다 생각한 것이 아니라, 체력이 고갈되어 숨이 모자라기 때문입니다. 의도치 않게 떫은 생각을 씹게 하여 미안합니다.

집안을 자주 엉망으로 만듭니다. 분리수거를 아주 힘들어하는 버릇이 있어요. 언뜻 압니다. 그 일은 10분도 채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진실을요. 하지만 현관 입구에 쓰레기가 쌓여 있다면 그저 묵묵히 등을 쓸어주세요. 작고 신경 써야 하는 것들을 집안으로 들일 때에는 그것이 하루 가지고 놀다 말 것이 분명한 물건이더라도, 지출의 과정보다, 원인을 물어봐 주세요. 아마 대다수는 그날 무엇으로도 채우질 못할 허기를 느꼈을 겁니다. 양치를 하다가 토하는 일이 잦습니다. 이것은 이야기를 집필하면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상호 관계가 있으니, 목캔디 하나만 물려주세요.

만일 당신에게 미운 말을 건넸다면, 모질게 굴어온다면 아이러니하게도 당신을 많이 아꼈다는 반증입니다. 아주 구리고 못된 버릇이지만, 빈말을 하거나 연기를 하기에는 투명한 구석이 많습니다. ( 인신공격은 하지 않아요. 문뜩 뒤를 돌았을 때 없다면,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 싫었다.라는 해석이 필요해요.

집안에서 갑자기 뜬금없이 엎어진다면, 긴장도가 한계치를 지나쳤다는 뜻이니 입꼬리를 올려 힘을 줄 때까지 기다려 주세요. 시간은 장담이 안됩니다만 입꼬리에 힘을 주었다는 사인은 다시금 힘을 내려 노력한다는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높은 텐션으로 한 소절의 노래를 외친다면 당신을 굉장히 신뢰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가장 즐거울 때를 경계해야 한다는 하나의 철칙을 어긴 것이기 때문이죠, 마찬가지로 맥락이 없는 이야기 흐름도 그의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명치가 아프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병이 아니라, 분명히 누군가가 할퀴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 느꼈을 감정을 정리해 주세요. 그럼 명치에 걸린 가시가 쉽사리 뽑힐 것입니다. 불면을 외치면서 아메리카노를 1리터 원샷을 한다면, 책임감에 짓눌려 있구나 이해해 주세요.

홀로 일을 하는 것이라면, 졸린 눈을 하겠지만 다른 이의 일에 관여하는 일을 망친다면, 다시금 현관에는 쓰레기가 쌓이게 될 것입니다. 약속 장소에 등장을 하면 안면에 흐르는 땀들에 놀라지 말아 주세요. 온도에 의한 것이 아닙니다.

스핑크스 고양이를 배에 올려두고 맥락 없이 눈물을 흘리는 것을 목격한다면, 아무런 말도 하지 말고

지나쳐 주세요.

​​

알겠나요?

제이덴티씨.


24년 08월 07일 기록






제목을 뭘 써야 할까 고민을 하다가 쓰다 보면 나오겠지 생각했다.

그런데, 굳이 제목이 있어야 하나 싶어 온점을 찍었다.

축 가라앉는 기분이 드는 3월이다. 마음이 따라오지 못하는 온도에 심술이 난 게 분명하다.

단조롭기만 했던 일상에서 흔들거린 2월과 3월의 간격은 온점을 쪼개고 쪼개고 쪼갠

한마디로, 별일이 많았다. 그래서 나는 여전하게도 블로그를 찾는다.

인스타에는 마음에 드는 것만 블로그에는 축축하게 물든 것들만,

도통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건 마음에 뭔가 걸려있다는 것이니까

글로 써보면 조금이나마 가늠이 갈까 싶다가도 테두리를 빙글빙글 돌기만 하는 것처럼

중앙으로 다다르기가 힘들다. 생각해 보면 원의 크기가 그만큼 커다랗다는 거겠지.

 누구는 나에게 비난을 했고 누구는 나에게 위로를 했고 누구는 나를 끊어내고 누구는 다가오고

정신없이 빙그르르 돌다가 머무는 곳은 결국 내 안으로 숨는 것.

적당히 회복 탄성이 있을 정도로만 비난을 마음에 넣고,

자기 연민에 과하게 빠지지 않을 정도로만 위로받고

일상이 흔들리지 않게만 서로와 거리를 두고

그렇게 적당히 살아가고 싶다.

예전에는, 아니 몇 달 전에는 결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던 것 같다.

유치하지만 살면서 드레스를 입어볼 기회가 몇 있을까 싶기도 했고

모두들 그렇게 흘러가니까, 그렇게 생각했다.

이제는 반 정도 웨딩드레스를 포기했다. 웃기게도 결혼을 꿈꾸지 말라는 점쟁이의 말이 떠오른다.

생각보다 나는 좋은 사람은 아니었고, 누군가 끊임없이 상호교환을 하며 교류할 자신이 없어졌다.

나쁜 것만 나열하자면 이렇고, 다른 이유를 나열해 보자면  지금 내 발밑에서 잠든 제제가 좋고

2층에 서로 뒤엉켜 장판 위에 널브러져 있을 도로시와 오즈가 좋다. 이게 왜 이유냐고?

나의 생명들이 결혼이라는 것에 묶여 고민의 대상이 되는 것조차 싫다.

결국 싫은 거 투성이라 포기하는 게 마음 편하겠다.

이렇게나 싫은 게 많았나?

네 표정이 싫고, 네 웃음이 싫고, 네 말투가 싫고, 네 사고방식이 싫고

이건 또다시 돌림 노래처럼 돌아와 내 모든 것도 다를 것 없기도 하다.

싫다. 싫어 지겹고 짜증 나고 울컥 이게 화도 나고,

밝아 보이는 너도 싫고 그게 척인가 싶어 더 싫고

나를 밟아 너를 빛나게 하려는 것 같아 더럽도록 기분이 나쁘고,

끼어드는 것도 싫고 끼기도 싫고

혼자서 그저 눈 하고 몸짓으로 적당히 교감 주고받는 도로시 제제 오즈랑

하루 종일 붙어서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좋아진 피아노도 치고

이따금 불같이 집중해서 그림도 그리고 한 인물의 창조주가 되어보기도 하고,

굳이 맞지도 않는 신발 신고 질질 거리며 상처 난 뒤꿈치를 보는 것보다.

그냥 슬리퍼 끌고 내 안에만 있겠다고.


24년 03월 12일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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