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포스트잇을 가지고 다녀야 하는 이유

서울 지하철 인질목록 1장: 승차

by 류해인

#문지성

“11층 왼쪽. 11층 왼쪽. 11층 왼쪽.”


마지막 계단까지 올라서고 11층 왼쪽, 1101호 문 앞에 선다.


문지성은 큰형님의 명령에 따라 ‘최대한 빨리’ 쪽지를 남기고 떠날 참이다.


험난한 인생을 살아온 거친 남자가 전달하는 쪽지가 전부 험한 내용일 거라는 건 그야말로 편견이다.


그 쪽지에는 그저 아주 정갈한 글씨체로 금일 진행 예정인 중요한 미팅장소와 시간이 적혀있을 뿐이다.


혹여 쪽지를 받는 상대방이 느끼게 될 일말의 공포심이나 부정적인 미신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조광필은 빨간색 펜이 아닌 검정색 펜으로 존대를 섞어 적는 따뜻한 배려까지 보였다.


문지성이 쪽지를 현관문 앞 복도 바닥에 내려놓는다.


그러다 문득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현관문 앞에 덩그러니 놓인 쪽지를 쓰레기로 착각한 아파트 청소부가 빗자루로 쓸어버리진 않을까?


혹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에 쪽지가 날아가는 건 아닐까?


고민에 빠진 그는 쪽지를 고정시킬만한 것이 어디 없을까 주위를 둘러본다.


하지만 평범한 아파트 복도에 그런 물건은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하는 수없이 문지성은 허리춤에 차고 다니는 손도끼를 꺼낸다.


들고 있던 쪽지를 현관문 한가운데에 살포시 가져다대고 도끼로 내려찍는다.


쾅!


굉음과 함께 쪽지는 묵직한 도끼날에 찍혀 현관문에 고정된다.


문지성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곧바로 형님들에게 무사히 전달했다는 문자를 보낸다.


도끼를 이곳에 두고 가야한다는 점이 몹시 아쉽지만, 손도끼는 얼마든지 쉽게 구할 수 있다.


반면, 큰형님의 칭찬은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기도 사마천파의 번영에 이바지했다는 자부심을 가지며 문지성은 가뿐한 마음으로 계단을 내려간다.




#사마천파

한편 그 시각, 서울 중심부에 근거지를 둔 폭력조직 사마천파 사무실은 흥분으로 가득하다.


몇 시간 후에 아주 중요한 미팅을 앞두고 있다.


별 탈 없이 진행되면 드디어 전국구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기대하기로는 조직의 경제적 가치가 최소 2배에서 최대 2.2배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팅은 오전 11시.


어떤 의심도 사지 않기 위해 주거단지 근처 한적한 공원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또한, 접견 시간과 장소를 직접 전달했기 때문에 꼬리를 밟힐 위험도 없다.


“지성이가, 쪽지, 잘, 전달, 했답니다.”


보스 조광필은 정성도의 말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평소 조금 섭섭할 정도로 지능이 부족하던 문지성을 조직 막내로 들인 것은 어디까지나 동정심 때문이었다.


우연한 기회로 이쪽 세계에 발을 담게 된 조광필은 그동안 문지성 같은 눈을 한 남자를 많이 봐왔다.


그건 몸 속 가득한 분노를 어찌할 줄 몰라 전전긍긍하는 얼굴이었다.


그런 얼굴을 한 남자에게 동료와 안식처를 제공해주는 것이 조광필이 하는 일이었다.


물론 조직을 운영하면서 온갖 불법행위와 탈법행위를 자행해왔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조직의 발전과 안녕을 위한 일이었다고 조광필은 자위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조광필에게는 나름의 선이 있다는 것이다.


불법도 엄연히 그 강도에 따라 경중이 구분되듯 그가 저지르는 범죄가 잔혹한 성질을 드러내는 법은 없었다.


“형님,앞으로막내한테간단한일은시켜도되겠어요.”


조광필 맞은편에 앉아있던 한재천이 말한다.


그의 얼굴에도 안도감이 물씬 풍긴다.


“그래. 그래도 되겠어. 정말 다행이야.”


자식에게 처음으로 심부름을 시킨 부모처럼 조광필은 감격스러운 얼굴로 말한다.


그런 얼굴을 한 사람에게 누가 사실을 고할 수 있겠는가.


당신이 그렇게 걱정하던 조직원이 그렇게 걱정하던 실수를 저질렀다고.


조직원 중 한 명이 일러준 주소 ‘11층 왼쪽’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을 때를 기준으로 말한 거라고.


다시 말해, 1102호로 갔어야한다고.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을 기준삼은 쪽지는 현재 1101호로 전달됐다고.


그리고 당신의 소중한 막내직원이 주어진 업무에 심취한 나머지 상대측이 주문하지 않은 물건도 함께 배송하는 인심을 보였다고.


게다가 그건 공항 보안 검색대에서 가장 먼저 몰수될 물건이라고.





#인근 주민1

오전 9시 20분, 태성아파트 11층.


출근 전 집 근처 헬스장에서 운동을 마치고 귀가한 채 모 씨는 현관문을 보자마자 바닥에 주저앉는다.


다리가 덜덜 떨린다.


교체 공사 중인 엘리베이터 탓에 계단으로 걸어 올라온 탓도 있지만, 하체운동을 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살면서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물건과 마주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처음 보는 물건이 사무실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보는 익숙한 물건을 고정시키고 있는 모양새다.


손도끼와 쪽지는 어울리는 조합이 아니다.


채 모 씨가 한참을 망설인 끝에 쪽지를 살핀다.


발신인: 사마천 / 수신인: 형제캐피탈


내용으로는 장소와 시간이 적혀있다.


명령조가 아닌 분명 ‘와주세요’ 하고 부탁조로 문장을 끝마쳤지만, 왠지 모를 공포가 배어있는 듯하다.


약속장소에 제때 도착하지 않는다면 눈앞에 있는 쪽지처럼 몸 한가운데가 꿰뚫릴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몸이 점점 떨려온다.


흉측한 물건을 제거할 요량으로 도끼를 빼내려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깊게도 박혀있다.


집주인에게 현관문이 왜 이 모양이냐고 지적받을 생각에 성가시다.


못 하나 못 박게 하는데 도끼를 박아버렸으니, 큰일이 나도 제대로 났다.


채 모 씨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휴대전화를 집어 들고 112를 누른다.


무서운 건 둘째 치고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할지 귀찮아죽겠다.





#이선진

나갈 채비를 마친 형제캐피탈 이선진 대리가 현관문을 연다.


그의 시선이 앞집 현관문에 꽂힌다.


다름 아닌 도끼다.


무시무시하게 생긴 손도끼가 철로 된 현관문 한가운데에 박혀있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린다.


저렇게 무식하게 생긴 도끼는 처음……, 아니, 분명 두 번째다.


얼핏 떠오르는 끔찍한 기억에 그는 몸서리친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도끼가 하얀 물체를 고정시키고 있다.


작은 쪽지다.


쪽지에는 장소와 시간, 그리고 우측하단에 ‘사마천 드림’ 하고 적혀있다.


익숙한 단어다.


“……아.”


사장님이 전날 몇 차례나 강조했던 말이 생각난다.


도상길 사장은 성공적인 인수합병이 될 거라고 호언장담했다.


현재 형제캐피탈의 유일한 단점이라고 할 수 있는 ‘부득이한 상황 발생 시 대처인력부족’ 문제를 단박에 해결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단다.


여기서 말하는 부득이한 상황이란, 자사의 금융서비스를 이용한 고객들의 도를 넘는 반항이나 적반하장으로 되도 않는 법조항을 내세워 법적조치를 취하겠다는 헛소리를 지껄이는 경우를 말한다.


더불어 고객이 이용한 타 업체와의 대치상황도 포함된다.


고객이 재정적 누수를 틀어막을 요량으로 이쪽저쪽 업체를 통해 금융서비스를 이용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렇다보니 추심과정에서 다른 업체 직원과 대면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때마다 어떤 업체의 돈을 우선적으로 갚을지 고객은 배은망덕하게 저울질을 하곤 하는데, 그 순간 고려되는 사항이 바로 추심하러 온 업체사람의 인상과 기세이다.


빤히 고객이 있는 자리에서 타 업체직원에게 기선제압 당하는 순간, 고객은 더 이상 추심직원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진짜 무서운 건 돈 받으러 온 사람이 아니라 돈이라는 사실을 제아무리 일깨워주어도 소용없다.


한 번 뇌리에 각인된 정보는 쉽사리 옅어지지 않는 법이다.


“……근데 왜 내 집이 아니라 옆집에 전달한 거야? 바보야, 뭐야?”


쪽지를 전달한 사람이 바로 바보라는 사실을 알 리 없는 이선진 대리가 중얼거리면서 오른손에 힘을 줘 도끼를 빼낸다.


사무실에 전화를 건다. 통화는 바로 연결된다.


“옉, 염보세옥.”


입 안 가득 무언가를 물고 있는 듯한 도상준 전무의 목소리에 이선진 대리는 출근길에 먹을 걸 사들고 가야하나 고민한다.


재정적 누수만큼이나 메우기 힘든 것이 상사의 뱃속이다.


“네, 전무님, 저 이 대리입니다. 금일 미팅 장소랑 시간, 전달받았습니다. 오전 11시, 근처 공원입니다.”


통화를 마친 이선진 대리는 도끼질에 의해 움푹 파인 앞집 현관문을 물끄러미 본다.


어느 날 집 현관문을 봤는데 파손 흔적이 남아있으면 꽤나 짜증날 것 같다.


그래서 그는 이웃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도어락 손잡이에 붙어있는 전단지를 떼다가 그 자리에 붙인다.


그러자 더 이상 도끼질의 흔적이 눈에 띄지 않는다.


흡족한 얼굴로 이선진 대리는 손도끼를 서류가방에 챙겨 넣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다. 그러다 엘리베이터가 공사 중이라는 사실이 생각난다.


“……아, 무릎에 안 좋은데.”


그는 이렇게 중얼거리고 힘겹게 계단을 내려간다.


하지만 남들보다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 이선진 대리의 이웃, 채 모 씨의 신고는 접수된 지 오래다.





#이한성

오전 10시 13분, 서울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 대림 방면으로 향하는 외선순환열차, 열차번호 HYH-8981.


2개의 TC(Train Control)차량과 4개의 구동(Motor)차량, 총 6량으로 편성된 초록색 열차가 재빠르게 승강장에 들어선다.


이한성이 지하철에 올라탄다.


그는 평소와 달리 한적한 객실에 의아해한다.





#강승호

소년과 소년의 아버지는 여전히 말이 없다.


자동차도 여전히 같은 엔진소리를 내며 고속도로를 밟고 나아간다.





#이한성

오전 10시 21분, 2호선 봉천역.

HYH-8981열차 1224호.


열차 조종실 출입문과 가장 가까운 좌석에 앉아있던 이한성은 열차 출입문이 열리자 무심결에 그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비쩍 마른 한 중년여성이 힘없는 걸음으로 열차에 올라탄다.


터덜터덜 걸어 이한성 맞은편 좌석에 털썩 앉는다.


티가 나지 않도록 여자를 살핀다.


눈이 팅팅 부어있다.





#홍지선

지하철 좌석에 앉은 홍지선이 코를 훌쩍인다.


이른 아침부터 있는 대로 눈물을 쏟아내고 아침도 챙겨먹지 않은 터라 기운이 없다.


일단 집으로 돌아가 다시 기운을 차리고 남은 계획을 마저 처리해야겠다고 그녀는 생각한다.


고개를 열차 창문에 기대고 눈을 감는다.


졸음이 몰려온다.


새삼스럽지만, 잠시 잠을 청하고 다시 눈을 떴을 때 남편이 활짝 웃으며 말을 걸어주었으면 좋겠다.


슬프게도 그녀에게 그런 달콤한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얼마간 시간이 흐르고 깊은 잠에서 깨어난 홍지선 눈앞에는 무척이나 놀라운 광경이 펼쳐질 것이다.


그것도 나름의 기적이라면 기적이다.

달콤하진 않지만, 제법 따뜻한 기적이다.


동시에 우스꽝스러운 인연이 찾아올 것이다.





#형제캐피탈

서울 2호선 HYH-8981열차가 역삼역과 선릉역 사이 어둠을 헤치고 있을 무렵, 형제캐피탈 임원진은 사무실 문 앞에 선다.


도상준 전무가 얼큰한 라면 때문에 벌겋게 달아오른 입술로 말한다.


“그럼 이 대리, 사무실 좀 부탁할게.”


“예, 다녀오십시오. 좋은 소식 기다리겠습니다.”


이선진 대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허리 숙여 배웅한다.


“언제 새로운 고객이 찾아올지 모르니 누군가는 사무실에 있어야 하는데…….”


하고, 운을 띄운 도상길 사장은 기업의 앞날이 걸린 중요한 미팅이니만큼 임원진 필수 참석이 기본 예의범절 아니겠느냐고 언급하더니.


“근데 또 이 대리가 알아주는 우리 회사 에이스니까 자리를 함께하는 게 당연한 이치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또 요즘 같은 불경기에 알아주는 에이스를 마냥 미팅 참석자로 소비하는 것도 그것 나름대로 낭비 같기도 하고……”


하며, 갈팡질팡한다.


사장의 그럴싸한 개소리를 귀를 쫑긋 세워 정성껏 받아들인 이선진 대리는


“제가 남아서 업무 보고 있겠습니다!”


하면서, 선수를 치며 자기는 큰 미팅을 앞둔 시점에서도 초심을 잃지 않고 본래 업무에 사력을 다하겠다는 충정을 보인다.


“……그래? 아무렴 그게 낫겠지?”


도상길 사장은 내 말이 바로 그 말이었다며 찬찬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목시계를 굽어본다.


금장 시계가 번쩍인다. 당연히 도금이다.


현재 시간은 오전 10시 41분.


“야, 도 전무. 미팅이 열한시라고 했지?”


“응, 열한시 맞습니다.”


반말과 존대를 적절히 배합해 대답한 도상준 전무는 이번이 여섯 번째 말하는 거라고 덧붙이고는 한 번만 더 물어보면 엄마한테 이르는 수가 있다고 속삭인다.


동생의 말에 생명의 위협을 느낀 도상길 사장은 똑같은 내용을 여러 번 물어봤다고 그러는 법이 어디 있냐며 따진다.


뒤이어 나보다 지능 지수가 20정도는 더 높으면서 그렇게 비열하게 굴 거냐고 소심하게 중얼거린다.


정확히는 형보다 지능 지수가 22높은 115라는 꽤 높은 지능 지수를 가진 도상준 전무는 장난이었다는 의미에서 어깨동무를 시도한다.


하지만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히 식사를 한 덕에 셔츠에 갇힌 짧고 두꺼운 팔은 상대방의 날개 뼈 부근까지만 올라간다.


임원진 전용 주차자리에 주차되어있는 고급세단―주행거리 39만 킬로미터―의 문을 열고 두 형제가 자동차에 올라탄다.


보다 편안한 자세를 탐색하기 위해 엉덩이 위치를 조정하느라 오 분 가량 소요된다.


오전 10시 48분, 형제캐피탈 임원진이 출발준비를 마친다.


미팅장소까지는 차량으로 9분, 도보로 3분 거리에 있다.


“좀 애매하네.” 도상준 전무가 웅얼댄다.


“뭐가? 운전하기 좀 그러면 그냥 택시타고 갈까?”


도상길 사장이 차선책을 제시한다.


도보로 이동하는 경우의 수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그거 말고.”


“배 덜 찼어?” 방금 전의 식사가 불만스러웠냐는 얼굴로 형이 묻는다.


“아니, 다 찼어. 그래서 한 번 비워야 될 거 같은데……. 애매하네.”


복부에 손을 대는 것으로 대장의 용적량을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도상준 전무가 이곳저곳을 만지작거린다. 놀라운 능력이다.


“……집에 들르면 늦을 텐데.”


도상길 사장이 다시금 시간을 확인한다.


외모와는 달리 다소 민감한 엉덩이와 세심한 배변습관을 가진 두 형제가 사무실을 마련하고 가장 먼저 구입한 것은 바로 비데였다.


온열패드가 장착되어 있지 않은 변기에 앉아 볼일을 보는 건 아침식사를 생략하는 것만큼이나 몸을 망치는 일이란다.


하지만 구입한 비데를 설치할 화장실을 마련하지 못했다.


저렴한 월세를 우선순위로 사무실을 찾다보니 낡은 상가 건물에 입주하게 됐고, 공용화장실을 사용해야했다.


그 결과 두 형제에게는 새로운 습관이 생겼는데, 그건 바로 집에서만 큰일을 치른다는 것이었다.


하루에 다섯 끼를 섭취하는 사람들치고는 배출량이 현저히 적다고 생각되지만, 집에서 행하는 그 단 한 번의 배변에 그야말로 모든 걸 쏟아내고 있는 걸지도 모를 일이다.


“……애매해. 일단 가자.”


애매하게 대답한 도상준 전무가 애매한 강도로 액셀을 밟는다.


덕분에 노후한 엔진에 무리가 덜 간다.




쪽지 전달이라는 어마무시하게 중요한 업무를 무사히 수행한 문지성은 아직도 사무실로 돌아가지 못한 채 거리를 헤매고 있다.


지하철을 반대방향으로 탄 것으로는 여간 심심했는지, 타야할 버스 대신 11번 버스를 타고 말았다.


방금 전 업무의 여파로 그의 기억공간에 11이라는 숫자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11층 왼쪽, 11층 왼쪽, 11층 왼쪽.’


문지성은 지금 뜻밖의 여정 중이다.





#사마천파

“형님,저희끼리먼저가시죠?” 한재천이 말한다.


조광필은 아쉬움이 가득한 목소리로 알겠다고 대답한다.


기특한 막내에게 제대로 된 칭찬을 해주려고 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자, 얘들아. 가자!”


사무실 문이 벌컥 열리고 조광필을 선두로 사무실에 있던 모든 인원이 차에 오른다.


역시 검정색 고급세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