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살나무 쏜살처럼
-화살나무 쏜살처럼
잘 벼려진 한낮 햇살
예각으로 내리 꽂힐 때
타오르는 노을 속
가지 담근 화살나무
가을은 그 위에 얹혀
떠나고 있다
쏜
살
처
럼
가을은 느긋하게 오고, 갈 줄 알았다.
여름 더위가 서서히 사그라들고, 선선한 바람이 불고, 나뭇가지 끝부터 물들이며 그렇게 천천히 다가오는 계절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막상 맞닥뜨려 보면, 불현듯 나타났다가 어느새 휙- 사라진다.
햇살은 예리하게 내리 꽂히고, 나무는 노을에 몸 담근 듯 불타오르다가 순식간에 낙엽으로 흩어진다.
그 모습을 가장 닮은 나무가 있다. 바로 화살나무.
붉게 타오르는 잎을 매단 가지는 화살촉처럼 예리하고,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계절의 속도를 겨누는 듯하다.
가을 또한 활시위를 떠나 직선으로 뻗어 나가는 화살처럼 망설임 없이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간다.
쏜살같이―
아찔한 속도에 움찔, 멈추어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