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언제 한번 만나자
언제 한번 밥 먹자
늘 언제 한번으로 수인사 나누지만
누구도 묻지 않는다
그때가 언제인지
누구지?
이름조차 가물가물한 청첩장에서
꽃샘추위 들이닥치듯
찾아든 부고장까지
납기일 찍힌 고지서로
툭하면 날아드는 걸
<부의> <축의> 봉투 들고
품앗이 나선 날
얼마만이야!
호들갑 떨다 살며시 고명 얹듯
난 지금
바빠서 말야
언제 한번 또 보자
“언제 한번 만나자” “언제 한번 밥 먹자.”
살다 보면 흔하게 듣는 말 중 하나가 ‘언제 한번’이다. 만나서 호들갑스레 인사하고는 이내 “언제 한번 보자”로 마무리된다. 그런데 그 ‘언제 한번’이 정말 ‘한 번’이 되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말하는 이도, 듣는 이도 그것이 공수표임을 잘 안다.
그럼에도 습관처럼 말하는 건 왜일까? 어쩌면 중년의 관계는 점점 안부를 가장한 형식만 남고, 진짜 만남은 뒷전이 되어가는 건 아닐까.
괜스레 씁쓸하고, 마음 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