찡끗,
젊은 사내 눈웃음치며 말 건네자
앳되 뵈는 아가씨들
무어 그리 우스운지
입 가린 손 틈 사이로
까르르 터진 웃음소리
뭔 영문인가?
새들은 솔깃하여 조잘조잘
수천 장 이파리들
손사래 치듯 넘실넘실
추파는
사람에게만 던지는 게 아닌가 봐
추파秋波
가을 물결이라. 참 어여쁜 말이네
“헤이~ 이봐!”
내게도 추파 던질 사람 없나요?
나 또한 휘파람 불 듯
아! 하는 탄성으로…
‘추파 던지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조금은 민망한 웃음이 나곤 했다. 껄렁껄렁한 사내가 지나가는 아가씨를 향해 찡긋, 눈짓하며 작업 거는 속된 표현 아닌가? 그런데 ‘秋波’ 한자를 보고 적잖이 놀랐다. 본래 뜻은 '가을 물결'이라니. 단어 하나가 이렇게 상반된 얼굴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롭게 다가왔다.
그래, '추파'를 사람 사이의 가벼운 눈짓에만 묶어 두지 말자. 젊은 사내의 웃음, 소녀들의 까르르 터지는 웃음소리, 새들의 재잘거림,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까지 모두가 가을이 던지는 파동, 가을빛의 언어, 그 물결을 '추파'라는 단어에 담아볼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나 역시 누군가에게, 혹은 세상에게 그런 추파를 받고 싶은 마음이다.
내게도 추파 던질 사람 없나요?
“헤이~ 이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