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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 부러지는 여자

by 노영임


똑, 부러지는 여자



안 돼요!

절대로

콕‧콕‧콕‧ 방점 찍듯

하이힐 뾰족한 뒷굽

또각또각 울리며

한치의

에누리 없이 똑, 부러지는 여자


나도 젊어 한때는

똑, 부러진 여자였을까?

나이 들었나 보다

그런 여자가 무섭다

괜찮아

슬쩍 눙치듯

휘어졌다 펴지면 좀 좋아




“안 됩니다. 절대로!”

수화기 너머 여자 목소리가 단호하다. 한참 어린 사람에게 야단맞은 듯한 무안함에 슬그머니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나도 저 나이 때는 저랬을까? 아니, 나도 그랬다. ‘일 잘한다.’는 말보다 ‘똑, 부러지게 일 잘한다.’는 말을 듣고자 했다. 은근슬쩍 말을 놓거나 선을 넘는 상대에겐 여자라서 무시당하나 싶어 군대식 화법으로 “그렇습니다”, “그러셨습니까?”로 응대한다. 그리고 안 되는 것은 절대 안 되는 것이다.

그런 내가, 지금은 나 같았던 사람을 보면 “저리 꽉 막힌 주변머리라니…” 깝깝하다.

이 나이 들어 배운 것이 있다면 '죽고 살일 하나 없다'는 것이다.


절대로, 무조건…. 이런 단어는 금칙어로 만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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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