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퍼링의 순간
뭐였지, 뭐였더라?
아, 그거 있잖아
Enter 키 눌렀건만 버퍼링 걸리듯
한 움큼
자음모음들
입안에서 옹알이할 뿐
"아, 미치겠다!" 소리치고 싶다.
"어디 뒀더라?" 핸드폰이나 차 열쇠를 찾아 헤매는 건 다반사다. 아니, 이제는 일상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뻔히 알고 있던 단어가 마치 동그랗게 오려낸 것처럼 순간적으로 사라져 버린다.
“뭐였지, 뭐였더라?” 머릿속에서는 분명히 떠오르는데, 입에서는 쉽게 나오지 않는다.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인데도 길에서 마주치면 “어, 누구더라?” 이름이 바로 떠오르지 않아 머뭇거린다. 결국에는 “또 뵈요.” 어정쩡하게 얼버무린 뒤 서둘러 자리를 피한다.
버퍼링처럼 멈칫하는 기억, 혀끝에서만 맴도는 말들. 그 머뭇거리는 순간이 서글프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런 내 모습이 너무 어이없어 "허~, 참!" 헛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왜~ 그거 있잖아.", "그 뭐더라.", "그거 말이야."
내 또래 중년 여성들의 대화에는 이런 지시 대명사가 남발된다. 그리고 셋 이상이 모여야 겨우 한 문장이 완성되곤 한다. 그런데도 재미있는 건,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는 사실이다.
문득 묻고 싶다.
나이가 들면 다 그런 걸까?
아니면 나만 그런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