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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찬민들레 Oct 25. 2024

차선을 최선으로 만드는 노력

메이저가 아니어도 괜찮아.




요양원에 다니면서 사실, 알 수 없는 목마름이 있었다.

나름 요양원 생활에 만족하고 배울 점이 많아 좋았지만, 나의 요양원 입사를 안타까워하는 주변인들의 한마디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살짝 살랑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여기서 조금만 더 경력을 쌓고 다른 분야에서도 일해봐야겠다 하던 찰나 심해지는 원장님의 횡포(?)에 요양원이라는 현장보다는 사람에 질려 조금 이르게 퇴사를 결심했다. 

마침 또 그 시기에 집에서 10분 거리, 걸어서 출퇴근할 수 있는 곳에서 사회복지사를 모집한다는 채용공고가 뜬 것을 발견했다.      


이것은 운명인가!

집에서 이렇게 가까운 곳에 복지기관이 있었다니?? 

왜 그동안 몰랐을까?     


매일 출퇴근을 위해 지나다니던 길목에 위풍당당 서 있었던 노인일자리전담기관. 

마침 내가 퇴사를 준비하던 시기에 시니어클럽에서 신입 사회복지사를 채용하고 있었다. 

단종복지관에서 근무하게 된다면 노인분야에서 일해보고 싶었던 나는 바로 저곳이 내가 갈 곳이다!라는 생각에 마음이 들썩였다.

그곳은, 노인인구가 증가하고 ‘젊은 노인’이 많아지면서 퇴직 후의 고급 인력에게 재취업의 기회를 제공하고 맞춤형 일자리 모델을 개발하는, 전국단위로 설치된 노인일자리전담기관이었다.

사실 그곳에 가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도보 10분 거리의 메리트...     


숙고에 숙고를 거듭하고 퇴고에 퇴고를 또 거듭한 이력서를 제출하고 '제발 저를 뽑아주세요!' 

온 마음의 기운을 담아 입사지원을 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 걸려온 뜻밖의 전화. 

    

‘혹시 시니어클럽 지원 하셨던 분 맞으신가요?’

‘네네 맞아요! 시니어클럽 사회복지사로 지원했습니다.’

‘아,,, 저희는 시니어클럽과 동일하게 노인일자리와 자원봉사를 전담하는 기관이고요~ 사무실 위치도 같은데 혹시 저희 기관에서 일해보시는 건 어떠신가요? 물론 면접을 따로 보긴 해야 하겠지만요.’   

  

이게 무슨 말이지?

분명 나는 시니어클럽에 이력서를 넣었는데 다른 기관에서 내게 연락이 오다니? 이력서를 잘못 보냈나?

잠깐 고민했지만 일단 면접을 보러 오라는 말에 알겠다고 답하고는 채용공고를 다시 찬찬히 살펴보았다.

알고 보니 시니어클럽이 속한 법인 산하에 여러 복지시설이 있었고, 그중 한 곳이었던 실버인력뱅크라는 곳에서 온 연락이었다. 시니어클럽이 전국단위로 설치된 노인일자리사업 전담기관이라면, 실버인력뱅크는 경기도에 설치된 노인사회참여(자원봉사)와 일자리 지원 기관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듯하다.


그래, 같은 사무실에, 같은 노인복지분야에 하는 일도 비슷하니까 여기도 좋을 것 같은데? 



일단 사회복지복수전공 트라우마에 갇혀 있던 내게 면접 기회를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으로 면접을 보러 갔다.     

당시 면접의 정석(검은색 투피스 정장)대로 갖춰 입고 쪽진 승무원 머리를 하고 면접시간에 맞춰 방문했는데 이런 나의 복장과 취준생으로서의 자세(?)는 전설처럼 회자되곤 했다.

면접을 보러 온 지원자들 모두 단정하고 깔끔한 모습으로 참석했지만, 그중에 유독 검은색 투피스 정장에 쪽진 머리를 하고 어린 티를 채 벗지 못한 채 ‘딴딴하고 옹골차게’ 앉아있던 내 모습이 면접 위원뿐만 아니라 직원들에게도 눈에 띄었다고 했다.

아직 면접은 보지도 않았는데 그 모습만을 보고도 모두 저 친구가 우리 직원이 되겠구나 생각했다고.     


너무 오래전이라 면접에서 무슨 질문과 답변이 오갔는지 정확히 생각나지 않지만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는 것은 면접장의 그 따뜻했던 분위기와 무슨 질문이든 당차게 내 소신을 밝혔던 자신감 있는(척했던?) 내 모습, 그리고 그런 나를 귀여운 듯 봐주시던 면접 위원의 눈빛이다. 

뭔가 이곳이 내 자리인듯한 느낌.     


사실 요양원에 첫 출근을 하면서도 아,, 나 사실 복지관에서 근무해보고 싶었는데,,라는 생각을 떨치지 못했고

다니면서도 다음번에는 경력을 좀 쌓아서 꼭 복지관으로 이직해야지 라는 생각이 가슴 한편에 내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 면접을 보고, 면접 결과가 발표되지도 않았는데도 면접장 안에서 바로 ‘여기가 내 직장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가슴속에 품고 사는 목표가 있다. 

이 목표는 꿈과는 조금 다른 개념이다. 

꿈은 내가 최종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이상향이라면 목표는 그 이상향으로 가기 위한 단기 달성 과제 즈음 되겠다. 

사회초년생 시절의 내 꿈은 존경받는 사회복지사, 사명감 충만한 관리자가 되는 것이었고, 목표는 이름 있는 재단, 큰 복지관에 입사해서 일해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계속되는 낙방과 불합격 소식에 좌절했고, 그 원인이 나는 ‘복수전공자’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거듭되는 낙방에 묘책으로 이력서의 최종학력의 졸업학과를 전공학과로 바꾸어 제출했다. 사회복지학과 졸업이 안된다면 사회복지학 전공으로 나에게 유리하도록.

공교롭게도 양식을 조금 바꾸자 면접의 기회가 주어졌고, 내가 목표로 했던 ‘이름 있는 재단의 큰 복지관 입사’는 아니지만 그 길로 가기 위한 중간쯤의 길목에서 일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원하던 최선의 직장은 아니지만 최선으로 가기 위한 차선을 선택했고, 그 차선책에서 오히려 더 많은 꿈을 펼쳤고 많은 경험을 했다. 


차선책을 차선으로 미루어둔 것이 아니라 그 선택을 그때의 최선책으로 만들기 위해 부단히 도 노력했고 나중의 일이지만 결국은 ‘이름 있는 재단의 큰 복지관 입사’라는 목표를 이루었다.     


실은 내가 수차례 복지관 지원에 불합격이라는 고배를 마신 게 복수전공자라는 꼬리표 때문이었다는 건 혼자만의 생각일 수도 있다. 낙방의 원인을 찾지 못했던 그때의 나는 나의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자꾸만 파헤치게 되었고, 그럴수록 지하를 모르는 밑바닥으로 가라앉는 나를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건 다 내가 복수전공자이기 때문이야!라고 생각하는 편이 오히려 나았는지도.     


지금이라도 사회복지 현장에 계신 관장님, 부·국장님, 과장님들에게 묻고 싶다.

사회복지 복수전공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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