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29일에 발매된 일본의 싱어송라이터 tuki.의 싱글앨범 [晩餐歌 - Bansanka]에 수록된 오늘의 곡은 'Bansanka'이다. 한국어로는 '만찬가'로 부른다. 아마 내가 곡 소개를 하면서 처음으로 JPOP장르를 다루는 것이 아닐까 싶은데, 평소에 JPOP을 잘 듣지도 않지만 크게 관심도 없었어서 그러지 않았나 싶다. 최근 본인이 밴드음악에 빠지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연결되어가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는데, 크게 듣기 힘들다거나 빨리 질리는 음악이 아닌데다가 감성도 좋아서 들고 오게 되었다. 그럼 오늘의 곡, 만찬가에 대해 바로 설명해보도록 하겠다.
장르는 JPOP 내에서도 '발라드' 장르로 구분되지만, 어쿠스틱 밴드 사운드처럼 어쿠스틱 기타 리프가 주가 되어 곡을 이끌어 나간다는 점에서 평소 발라드를 즐겨듣지 않는 나도 이 노래는 반복해서 듣고, 다른 JPOP 음악들을 들을 수 있도록 기반이 되어준 것이 아닌가 싶다.
tuki가 이 곡을 낼 무렵에는 15세, 그러니까 한국나이로는 16세에 이 곡을 발매했다고 한다. 08년생이라고 하니까 아직도 고등학교 2학년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 나를 정말 놀라게 했다. '나는 저 나이때 이런 감성을 낼 수 있었을까?', '어린 나이에 어떻게 이렇게 깊은 내용과 감성을 담아서 나이와 국적을 불문하고 사람들이 이 곡에 빠지게 한 걸까?'와 같은 긍정적인 충격이라고 해야할까, 머리가 쾅쾅 쳐지는 느낌이었다.
그도 그럴게, 현재 이 곡은 노래방 JPOP차트 1위를 유지하고 있고, 유튜브 영상 조회수가 1억회를 넘겼다. 거기에다가 인디음악 좀 듣는 사람들의 추천곡도 아니고, JPOP을 아예 모르던 나같은 사람들도 이 노래를 다 알고 부를 정도로 곡의 흡입력이나 긴 시같은 서정적인 가사까지도 뭐 하나 거를 타선 없이 완벽했다. 오히려 알면 알수록 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고 깊게 빠져들게 되는 곡이라서 오랜만에 신기한 경험을 했다.
최근에 이 곡이 유명해지면서 tuki가 일본의 큰 무대에서 라이브로 노래를 하는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어린 나이에 큰 무대에서 처음 라이브를 하는 것 치고는 덜 떨고 완벽하다고 생각했는데, 음악을 아예 모르는건지 음원이 너무 좋은 탓인지 그 점을 잡아서 악플을 다는 사람들을 보고 징하다고 생각했다. 이 음악에는 조금 떨리는 듯한 라이브가 더 잘 어울리는 느낌을 받았는데 말이다.
가사도 궁금해져서 찾아보게 되었는데, 정말 16살이 쓴 가사가 맞나 싶을 정도로 철학적으로 사랑을 풀어낸 곡이었다. 사랑을 만찬에 비유해서 곡의 전개를 해 나아가는데, 사랑의 의미를 찾고 사랑이 뭘까 하는 회의감에 빠져 방황하지만 결국 돌고 돌아 너에게 돌아오는 내용의 곡이다.
'너를 울릴 테니까, 함께 있을 수 없어. 빨리 잊어버렸으면 좋겠어.'
'사람이니까 가끔 다른 것도 먹고 싶어. 너를 울릴 테니까, 그래 널 울릴 테니까.'
와 같이 사랑 사이에 방향감을 잃고 방황하며 곡이 시작이 된다. 시작부터 널 울릴 것이 분명해 함께 있을 수 없고, 빨리 잊어버렸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며 사람이니까, 가끔 다른 것도 먹고 싶다며 흔들리는 마음을 표현한다. 그러다가도
'그런데 맛이 있지는 않아, 네가 보고 싶어 져서.'
'너 말고 만나고 싶지 않아, 대부분 애매하단 말이지.'
'사랑의 존재 증명 같은 건 네가 알려줄 수 없으려나.'
라며 결국 마음은 상대방을 향하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이어 2절에서는
'너를 울릴 테니까, 분명 일생동안은 무리일 거야.'
'너를 울릴 테니까, 가슴이 너무 아파.'
하며 담담한 척했던 도입부와 다르게 슬픔에 솔직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하지만 자신이 없어, 변하고 싶지 않아.'
'사랑의 존재 증명 따위, 네가 거기 있는데 말이야.'
'헤어지지 않고 곁에 있어준 건 결국 너 한 명이야.'
'눈물의 향신료는 네 가슴에 남아버리겠지만.'
이라고 말하며 실은 자신감이 없을 뿐이었던 자신의 모습과 그럼에도 남아있어 준 네가 사랑의 존재 증명보다 중요하다며 고백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이 곡의 후렴구는
'몇 십 번의 밤을 보내더라도 얻을 수 없을 수 없을 것 같은 '사랑해'를 나열해 봐'
'몇 십 번의 밤을 보내더라도 얻을 수 없을 것 같은 풀코스를 선물해 줘.'
라며 '사랑'이라는 음식을 잊을 수 없는 만찬으로, 풀코스로 나열해 설명해 달라고 하는, 제목인 만찬가와 잘 어울리는 후렴구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후렴구는 마지막에 한번 방향을 틀게 된다.
'몇 만 번의 밤을 보내더라도 얻을 수 없을 것 같은 '사랑해'를 나열할 테니까, '
'몇 만 번의 밤을 보내더라도 얻을 수 없을 것 같은 풀코스를 선물해 줘.'
와 같이 고작 몇 십 번이었던 밤은 몇 만 번으로 훨씬 무게감이 깊어졌고, '사랑'을 '나열해 달라'했던 과거에서 이제는 '사랑'을 '나열할 테니' 풀코스를 선물해 달라는 등가교환의 느낌으로 변화했다. 사실 이게 그래서 뭐 얼마나 중요한 건데? 싶을 수도 있겠으나, 화자의 나이가 어리다는 점과 사랑에 대한 방황을 그린 곡인 만큼 '사춘기 소녀가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방향성을 잡아나아 간 모습'에 좀 더 집중해 보면 어떨까 싶다.
JPOP을 이제 막 입문하기 시작했다면 가장 먼저 추천하고 싶은 곡이다. 듣기에도 편하고 언어가 다름에서 나오는 이질감도 전혀 없이 감성 타기 좋은 음악이다. 만약 음악을 잘 알고 본인의 취향이 확고하다고 해도 한 번쯤은 가사를 생각하면서 들어보면 어떨까 싶은 곡이다. 어느 때보다 사랑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요즘, 사랑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일깨워줄 음악이 아닐까 싶다.
날씨가 오락가락하면서 점점 더워지고 있다. 꿉꿉하고 애매한 날씨지만 소소한 행복을 찾게 되는 날들이 함께하기를 바라면서 오늘의 곡, tuki. 의 '만찬가' 소개를 마무리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