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들은 내 안을 마구 헤집으며 나를 채운다.
너무도 헤집어놔서 내 속이 형태를 알아볼 수 조차 없게되면,
난 빈 껍데기처럼 멍하니 서있다 살랑이는 바람에도 쓰러져 부서진다.
그렇게 쓰러진 난 재가되고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만 같다.
정신없이 지내다보면 이내 다시 내 안을 헤집는 그것들을 발견하곤 한다.
난 수개월에 걸쳐 생겨나기를 반복하고 수시간만에 빈 껍데기가 된다.
내 안을 비우고 싶은 욕구가 굴뚝같지만 이미 빈 껍데기인 나는
더 이상 비울것도, 남아있는 것도 없다.
아마 내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그것들은
과거에 대한 후회
현재에 대한 의심
미래에 대한 불안
이런 것들이려나.
나는 도대체 어떤 어른으로 자라났길래.
아니, 어른으로 자라나기는 한 건지.
오늘도 난 언제 생겨난지도 모를 나를 마주하기도 전에
빈 껍데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