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반갑지 않은 내가 누군가에게는 위로를 줄 수 있다는 아이러니
개인적으로 나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관계, 일대일의 관계, 특히나 이성과 관련된 연애나 결혼에 대해서 중립적인 생각을 가지려고 노력하지만(그 중립이라는 기준도 사실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부정적인 생각까지는 아니어도 확실히 낙관적이거나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아니다. 굳이 수치적으로 따진다고 한다면 차라리 회의적인 쪽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자라오며 보고 듣고 경험했던 환경 탓이 제일 크겠지만 그렇다고만 보기에는 내가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나의 부모님의 결혼생활은 굉장히 화목하고 행복했고 지금도 현재진행 중이다. (물론 두 분의 관계만 놓고 봤을 때의 이야기다. 일가친척 시댁 친정 이야기는 일단 제외한다)
사람을 잘 만나야 된다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서 결혼해야 한다
남편 잘못 만나면, 마누라 잘못 만나면, 인생 꼬인다
쟤는 참 남편 잘 만났어, 쟤는 참 마누라 잘 만났어
혹은 쟤는 남편 잘못 만났네, 쟤는 마누라 잘못 만났네
끼리끼리 논다
그 외 등등
생각해 보면 우리가 들어본 말, 나도 모르게 내뱉는 말들 중에는 유독 사람과 관련한 말, 연애와 결혼 관련한 말, 나와 어울리는 사람과 나의 곁에 있는 사람들과 관련한 말들이 꽤 많다.
나의 지난 삶에 비추어봤을 때
나의 연애, 그리고 이성관계는 긍정적인 추억보다도 그다지 아름답지만은 않은 기억들이 더 많다.
한 때는 나도 “나는 왜 이렇게 만나는 사람들이 이럴까, 인복이 없는 것 같다” 생각하며 살았던 때가 있었다. 비단 이성관계뿐만 아니라 직장 생활하며 만났던 동료나 상사관계도 그랬고 주위의 사람들, 모든 인간관계가 정말 극도의 스트레스를 유발하던 때가 있어서 이 세상에 나를 괴롭고 힘들게 하는 사람들 모두 전부 다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실제로 내 친구들과 지인들이 내 이야기를 들으면 “너는 진짜 인생 참 다이내믹하게 산다. 네가 겪은 일들 중에 우리는 살면서 하나도 겪을까 말까인데 참 스펙터클한 인생이야.” 소리를 많이 들었었던 만큼 나의 연애 관련한 이벤트들은 사실 평범하다고 보기에는 어딘가 약간 어긋나있고 삐딱한 방향으로 흐른 적이 많았던 것 같다.
하지만 어느 순간엔가 타인을 향하던 시선과 외부를 향하던 시선이 나를 돌아보게 되면서 바라보는 관점과 생각하는 가치관이 달라지게 됐다. 어쩌면 내가 이러한 사람들을 끌어당겼을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마음 공부, 시크릿, 끌어당김, 양자 역학 등을 통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처음 접하게 됐을 때는 솔직히 내 안의 부정적인 감정과 분노하는 마음이 더 컸던 것도 같다.
“내가 이딴 상황을 만들었다고? 내가 이런 거지 같은 인간들을 끌어당겼다고?”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어느 정도 맞는 이야기 같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러한 말을 하고 있는 지금도 100퍼센트의 확신은 가지고 있지 못해도 95퍼센트 정도의 확신은 가지고 있다.
“제가 제발 거지 같은 인간들을 만나게 해 주세요, 제발 제 남자친구는, 제발 제 직장 상사와 동료들은 저에게 상처 주고 배신하고 거짓말하고 저를 부려먹는 그런 사람들로 만들어주세요”
물론 이따위 믿음을 가지고 있었던 것도 아니고 이러한 간절한 기도를 드렸던 것도 아니지만 생각해 보면 나는 내가 어떠한 사람을 만나면서 이러한 상처들을 받지는 않을까, 혹시 이 사람이 나에게 거짓말을 하면 어떡하지? 이 사람이 또다시 나에게 상처를 주면 어떡하지? 와 같은 걱정과 불안을 끊임없이 상기하면서 지냈던 것 같다.
이러한 생각을 가지게 된 데에도 물론 배경환경 탓이 있긴 하겠지만 중요한 것은 그러한 환경 자체가 아니라, 그 환경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과 생각의 문제에 있었다.
그런 걱정과 불안이 어딘가 내가 알 수 없는 곳에 닿아 그 크기를 키워 결국에는 그러한 현실을 내 앞에 가져다준 게 아닐까 하고 지금도 추측만 해볼 뿐이다. 과학적으로 입증이 된 사실이라고 하지만 누군가는 믿고 안 믿고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과학자가 아닌 나는 100퍼센트라고 이야기를 할 수 없다.
정확한 것은 아마도 내가 죽기 전까지 다 알 수 없을 테다. 내가 위대한 과학자도 아니고 종교인도 아니며 철학자도 아니지만, 그저 나는 어느 순간엔가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떠한 감정 상태나 에너지가 내 곁에 비슷한 사람이나 주변 환경을 형성하는 것 같다고 인식하게 됐을 뿐이다.
그러한 생각이 들자, 과거 내가 믿었던 사람들에게 받았던 상처들과 아픔들을 상기해 내면서, 혹시 어쩌면 나 역시 과거 누군가에게 저런 슬픔과 아픔과 고통을 안겨주지는 않았을까 생각하게 됐다.
이번 생이 아니어도 혹시나 전생에라도 그러한 일이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그때 내가 지었던 업(카르마)을 이번 생에 받게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됐다.
나는 종교도 없고 모시는 신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운명이라거나 우주의 힘이라거나 신비로운 것들에는 관심이 많은 편이고 또한 착하게 사는 것과 악한 행동을 하는 것 같은, 흔히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업(카르마)에 대해서는 동의하는 바가 크기 때문에 어떠한 진리나 가르침이 있다면 그리고 그 내용에 내가 동의한다면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실천하려고 노력 한다. 그 결과로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최대한 선업을 많이 지으면서 살려고 다짐하고 또 결심하고 행동한다. 힘든 상황이 생겨도 낙담하지 않고 슬기롭게 헤쳐나가려고 적극적으로 움직인다. 부정적인 생각이 들면 이 감정을 끊어내고 긍정적인 감정으로 변화시키려고 밝고 기분 좋은 에너지의 활동을 시작한다.
물론 쉽지 않다.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렇게 하려고 늘 생각하고 행동한다.
노력한다.
단지 그뿐이다.
잘하고 있는지 아닌지는 몰라도 어쨌든 그러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래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내려놓음에 대해 배워가고 마음 챙김에 대해 알아가면서 또한 나 자신을 돌아보며 나에 대해 조금 더 깊이 그리고 진지하게 알아가면서 지난날의 나, 그리고 내가 그러한 슬프고 힘들고 고통받았던 순간들을 거기서 끝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내가 그때 당시에 그러한 경험들을 통해 배워야만 하는 것이 있었구나를 느끼고 있다.
10년 전의 내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그 아이에게 상처를 줬기 때문에 지금 여기서 내가 이러한 고통을 받게 된 거구나.
20년 전의 내가 그 사람에게 이러한 헤어짐을 이야기해서 나 역시도 오늘에 와서 이러한 이별을 겪게 된 거구나.
싸움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 그 당시에 회피했던 것들이, 솔직하게 마음을 털어놓고 대화해보고 싶었던 너와의 순간에서 나는 화해를, 너는 도망침을 선택하게 만든 거였구나.
라고 생각하게 됐다.
이 역시 추측일 뿐이지만 과거 어느날의 내가 지었던 업을 사죄하며 미성숙했던 나를 반성한다.
물론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자칫하면 내가 또 내 탓을 하게 되기도 했고, 나 빼고 세상 사람들 모두가 다 잘 살고 있는 것 같은데 오히려 이렇게 생각이 많고 자아성찰을 많이 하는 나에게 왜 자꾸 이런 시련을 주는 거냐며 지난 날 참 울기도 많이 했고 살기 싫다는 생각이 결심으로 그리고 행동으로 이어진 적도 있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 시도는 실패했다.
완벽한 실패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다행스러운 실패였지만 그때에는 죽는 것도 참 마음대로 안 되는구나, 난 진짜 죽을 용기가 없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며 나 자신을 자책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실패가 아닌 또다른 기회였고 성공이었다.
살아있어서 참 다행이고 감사하는 오늘이며 덕분에 즐겁고 행복한 순간들을 맞이하며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연애도 마찬가지고 이성관계도 마찬가지다.
동성관계도 마찬가지고 직장 동료, 상사, 선배, 친구 사이도 마찬가지다.
너무도 다양한 인간관계의 스트레스 속에서 사람들이 고통받고 힘들어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내가 그들의 마음을 100퍼센트 이해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럼에도 비슷한 경험과 아픔을 겪은 사람으로서 공감은 해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함께 아파하고, 함께 슬퍼하며, 때로는 함께 기뻐하고, 또 감동받기도 하는 내 안의 아직은 말랑하고 유연한 마음을 지니고 있음에 감사한다.
슬픔을 겪어본 사람만이,
고통을 겪어본 사람만이,
아픔을 겪어본 사람만이
그러한 사람들을 진심으로 공감해 줄 수 있다.
내가 겪기 전에는,
내가 배우기 전에는,
내가 깨닫기 전에는
알 수 없다.
모든 것을 추측만 할 뿐이다.
과거 나를 고통스럽게 하고 힘들게 했던 많은 인연들을 용서하며,
지난날 혹은 전생에 나 역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고통을 주었다면 이번 생, 지금 여기에서 용서를 빌며
돌고 도는 악업, 윤회의 굴레를 이제라도 끊어내고,
누구도 탓하지 않으며,
그저 나는 내 갈길을 가기로 다짐하며,
선업을 많이 지어 그 영향력이 돌고 돌아 나와 타인 모두에게 긍정적이고 좋은 방향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를 희망하며 오늘 하루를 마무리해본다.
24.09.27 23: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