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브런치 글이 올해 1월 31일.
‘어쩌다 마라톤’ 그리고 두 번째 글이 ‘어쩌다 벌써 두 번째 마라톤’이다.
실제 대회일은 작년 5월. 정말 제대로 준비 못한 채 무작정 혼자 신청해서 나갔었다. 누군가 '해보자', '같이 한번 나가볼래?' 하는 사람도 없이. 이런 무모함이란…,
하지만 이 무모함은 지금까지 달리기를 이어오게 해 준 아주 소중하고 내가 나에게 고마운 선택이었다.
그로부터 1년 넘는 시간 동안 계속 달리기를 하고 있고 더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언젠가부터는 아직 초보러너이지만 나도 이제 러닝을 즐기는 사람이구나,라는 걸 느끼게 됐다.
최근 어느 날, 뛰고 나서 든 생각과 평소 느낀 점들을 한번 정리해 보고 싶었다.
<내가 피부로 느낀 달리기의 좋은 점>
거친 호흡을 쉬며 심장이 쾅쾅 잘 뛰고, 살아있음을 느낀다.
계절마다 변하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눈에 담고 피부로 바로 체감할 수 있다.
비가 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뛰었다, 추운 날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뛰었다는 생각에 뿌듯함이 장난 아니다.
달리기를 잘하고 싶어서 안 하던 근육운동도 추가한다.
날씨가 선선하면 소파에서 뒹굴다가 ‘아, 이러고 있느니 조금이라도 뛰고 오자’하며 옷을 챙겨 입는다.
몸이 무거우면 뛰기 힘들어지니 자연스레 식단을 조절하게 되고 러닝 시간에 맞춰 식사 시간을 앞당긴다.
어떤 소셜미디어를 봐도 러닝영상과 사진들이 많아 자연스레 동기부여가 되고 전 세계적으로 행복하고 뿌듯해하며 뛰는 모습을 보며 괜한 동질감을 느낀다
무엇보다 건강해진다.
<나도 러너라고 느꼈을 때>
씻기 전에 가볍게 뛰고 와서 씻는다.
분리수거를 하고 뛴다. 뛰려고 분리수거를 한다.
안 더운 시간대를 탐색한다.
평상시 입는 옷 보다 러닝복을 더 많이 검색한다.
잘 뛰는 러너분들의 페이스 보며 부러움을 느낀다. 심지어 자극도 받는다 (난 아직 거북이 페이스지만)
구독하는 유튜브 채널이 러닝에 관련된 영상들이 많아진다.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이 거의 러닝에 관련된 것들이다.
잘 뛰는 러너분들의 착장에 심히 관심이 간다.
바로 브랜드 명을 검색해 보고 괜히 목록을 저장해 둔다.
러너들의 착장을 보고 몇몇 유명 제품은 이제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예쁜 러닝제품을 보면 장바구니에 담고 대신 다른 지출을 줄이려고 한다. (양심상 고가는 눈 안 돌리기)
나도 모르게 그분들 인스타나 유튜브영상에 댓글을 달고 있다.
가을 겨울 마라톤 대회를 검색해 본다. (8, 10, 11월 이미 신청 완료함)
<엄마가 달리기를 하면>
아이들에게 건강한 영향력을 줄 수 있다.
내 몸이 피곤하니 아이들에게 잔소리할 힘을 마음껏 쏟지 못한다.
괜히 땀 흘리는 엄마를 유심히 지켜본다. ('엄마가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이런 느낌이랄까?)
괜히 엄마를 뿌듯해하는 듯, 평소와 다른 눈빛으로 본다.
<달리기가 우리 몸에 주는 영향> (이런 정보 저장하기)
달리기를 하는 우리의 몸은 평소와 다르게 많은 일들을 처리(심장, 폐의 호흡 관련) 해야 해서 바빠진다. 이렇게 뇌가 바쁠 때는 긍정적인 영향력이 일어난다.
지금 우리의 뇌는 뛰는 일을 잘해야 해서 뛰는 것 외에 다른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심폐 지구력이 올라가 다른 운동을 할 때도 많은 도움을 준다. (수영과 달리기를 병행하는 사람도 많다)
뛸 때 몸의 하중이 아래로 쏠리면서 무릎에 무리가 갈 거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오히려 무릎관절 주변 근육이 튼튼해진다. 전신 다이어트로 제격이다.
<러닝 다이어리>
25. 6. 30 월요일
5일 만에 뛰러 나왔는데 이상하게 몸이 무겁지가 않다. 역시 공복 러닝이 좋은 것 같다.
햇빛은 뜨겁다 못해 눈이 너무 부셨지만 정말 쨍한 파랑의 하늘과 그 아래 커어다란 솜뭉치의 구름이 그 뜨겁디 뜨거운 빛을 가려주며 두둥실 떠있다. 거기에다 내 귀엔 샘김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고막에서 심장까지 파고든다. 이 보다 더 좋은 순간이 있을까.
이런 순간, 달리다 보면 힘든 것도 잊은 채 그냥 내달리게 된다. 그러면서 ‘그래 너 오늘 컨디션 좋구나~’ 하고 좋은 기록으로 보답해 준다. 처음으로 모든 구간을 7분대로 뛰었다. 심지어 딱 7:00을 찍은 게 두 번이나!!
역시 달리다 보면 그 시간들이 나를 단단하게 성장시켜 주는구나.
어느 날은 첫출발부터 ‘어 잘 뛰어지는데…? 몸 가벼운데…?’하며 뛰다가 목표거리의 딱 반이라는 말을 들으면 바로 무거워짐을 느낄 때도 있다.
시간은 나의 자만심을 일깨워 주기도 하고 잘했다고 보상을 주기도 한다. 참 정직한 녀석이군.
이러다가 몇 번 더 뛰면 6분대 페이스 나오겠는데…ㅎㅎ
이런 즐거운 상상을 하며 다음 달리기를 또 기약한다.
25.7.10 목요일
내 느린 페이스는 아무래도 상관없다. 끝까지 걷지 않고 뛰었고 그걸로 충분하니까.. 페이스가 빠르던 느리던 뛰면서 느껴지는 감정은 같은 거니까.
밤에 뛰다 보면 나도 모르게 착각하게 되는 장면들이 생기기도 한다.
열대야가 계속되면서 밤 8,9시에도 러닝 하러 나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뛰다가 반환점 돌아오는데 어떤 아저씨가 아이를 업고 산책하고 있는 듯하다 거리가 점점 좁혀지니 신발을 양손으로 들고 맨발로 걷고 계신 거란 걸 알게 됐다. ㅎㅎ 맨발 걷기도 좋지
앞에 어떤 여자 두 분이 다정하게 담소를 나누며 걸어가시는 듯했으나 한 명은 단발머리 남자였다..
요즘 머리 긴 남자분들도 많으시니까.
오늘의 마지막 키로수를 채울 때쯤엔 반대편에서 어둠을 뚫고 여러 무리들의 건장한 남정네들이 하나, 둘, 내 쪽으로 착착 착착 발소리를 경쾌하게 내며 다가오고 있었다.
난 순간 내적 친밀감을 느끼며 ‘어, 손을 내밀어 하이파이브를 해볼까??’이런 생각도 문득 들었다.(왜 그랬지?) 하지만 이내 부끄러운 아줌마는 생각으로만 접어둔다.
평소엔 느끼지 못할 감정들과 이상한 용기도 용솟음치게 만드는 달리기.
이런 긍정의 에너지를 앞으로도 계속 이어 나가보려 한다. 빨리 가을이 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