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다.
브런치를 시작하고 다른 작가님 글에서 언급하신 곳을 내가 직접 가본 다는 것.
사진을 사랑하시는 윤기 작가님, 매주 행복조각을 나누어 주시면서 심지어 올려주시는 사진의 깊이도 남다르신 작가님이 소개해주신 곳이니 의심의 여지없이 이미 내 마음은 빠른 시일 내에 가보고 싶다는 의지가 벌써부터 불타고 있었나 보다.
8월 둘째 주 토요일
마침 오랜만에 공연을 보러 서울에 올라갈 일이 생겼고 그래 지금이다! 기회가 빨리 왔다.
네이버 지도에서 그곳의 이름을 검색한다. 다행히 용산역과도 공연장과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어 공연 가기 전 중요한 일정으로 추가한다.
공연은 오후 5시이고 용산역에 도착한 시간은 1:40분
우선 물품보관소에 가져온 짐을 맡기려는데 토요일은 역시 인파가 많아 모든 칸이 잠금상태였다. 잠시 아이파크몰에 들러 문구쇼핑을 하고 다시 와서 혹시 자리가 있을까… 줄을 섰는데 다행히 한자리 구할 수 있었다.
자 이제 서점으로 향한다.
지하철로 24분 거리에 있었다.
네이버 지도에서 도착 지하철역을 동대문과 동묘역을 알려준다. 조금 더 일찍 내리는 동대문역에 내렸는데 동묘역 앞이 더 빠른 길이었다. 동대문역에서 내리니 동대문 문구점들이 양쪽으로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풍경에 예전 어릴 때 추억도 금방 떠올랐다. 그런데 서점은 어디에 숨어있는지 도보로 안내해 주는 길을 따라가는데도 이 신비로운 서점은 나를 반길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큰길로 나와보니 복잡한 곳에서 헤매고 있었단 걸 깨달았다. 큰길에서 바로 우회전하면 보일 거라고 다시 알려준다. 하지만 아직도 믿음직스럽지가 않다. 이런 곳에 있다고…..? 할 때 즈음.. 트럭 뒤로 익숙한 스펠링이 눈에 들어온다. [pisache]
조심스레 간판 인증 사진을 찍으려는데 서점 앞 계단에 앉은 젊은 남자분이 노트북을 보고 계셨다.
그리곤 고개를 들어 나를 본다. 2초 정지.. 차림새로 보아 서점에 찾아온 손님이라는 걸 직감하셨는지
나에게 바로 인사를 건네주신다. (네네 여기 찾아온 거 맞습니다 ㅎㅎ) 사실 이곳에 오기 전, 검색을 해보았다. 후기들을 보니 마치 모두 짠 것처럼 사장님이 미남/훈남이시라는 것. 그렇게 이곳에 와야 할 한 가지 명분을 추가한 이유를 성립시키고, 눈으로 직접 확인 한 순간이었다. 역시 사람 보는 눈은 모두 같다.
내가 첫 손님이었을까?
카운터 옆 벽면을 지나가니 ‘어서 와 이런 곳은 처음이지?’ 라며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원목 테이블과 책장에 각각의 개성을 가진 색으로 진열된 책들이 환영해 준다. 자그맣고 검소하지만 힙한 책방 분위기와 사장님의 친절 가득한 미소에 '아! 여기서 꼭 사진집을 한 권 들고 가리라' 마음먹길 잘했다는 생각이 반짝였다.
조심스레 사진을 좀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았고 사장님은 또 이쁜 미소로 '아 제가 감사하죠^^'
그리고 자연스레 대화가 이어진다.
‘여기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아, 네 브런치 작가님의 글을 보고 찾아오게 되었어요…, 혹시… 윤기 작가님이라고..’
‘아! 윤기 작가님’ 거의 동시에 외친 작가님 이름 ^^
‘저와 인스타 아이디도 주고받고 이야기 나누었어요’
생전 처음 보는 분과 또 얼굴도 뵌 적 없는 브런치 작가님을 통해 이런 대화를.. 신기하기도 뭔가 묘한 감정이었다.
이 공간을 보고있자니 여유 있게 오래오래 둘러보고 싶은 맘이 굴뚝같았지만 공연 시간을 생각하면 그럴 수 없음에 조금 아쉬웠다. 그래서 바로 사장님께
'저 꼭 한 권 데려가려고 하는데요, 전 요즘 흑백사진에 관심이 가고 있거든요’
라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정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책장 속 레이더망에 잡힌 일본작가의 사진집을 하나 둘 꺼내어 주신다. 추천해 주신 사진집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센스 넘치는 사진작가님에 대한 그리고 사진에 담긴 이야기들을 술술 꺼내어 주신다. 덕분에 눈과 귀가 호강하고 있을 때.. 곧바로 또 다른 사진집을 보여준 신다.
헉! 받자마자 표지부터 마음에 들었다. 책 등도 사진집에서 쉽게 볼 수 없던 스타일이었다.
그래 이거야! 맘 속으로 결정하려는 그 순간.
서점으로 한 남자분이 들어오신다.
내 시선은 그 사진집에 고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귀는 쫑긋, 두 분의 대화가 귀로 흘러 들어온다.
언뜻 듣기에 사장님과 친근하게 인사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곧바로 친절한 사장님은 내게 그 남자분이 이 사진집의 작가님이시라고 소개해 주신다.
‘네???!!!!!(놀랄 수밖에 없다)
'아, 네 안녕하세요. 어머나 이렇게 직접 뵙게 되다니요……’
내가 점찍어둔 바로 그 사진집의 작가님을.. 이렇게 바로 만나게 되다니.. 이 또한 처음 있는 일이다. 정말 이런 우연이 있을까? 작가님은 이곳에 책을 진열하시는 날이었던 듯 내가 보던 그 사진집을 직접 들고 오셨다. 정말 기가 막힌 타이밍이 아닌가. 이런 상황을 두고 '운명'이라고 하는 것 같다. 난 이 운명을 거스를 수 없다. 거스르고 싶지도 않았다.
‘사진 느낌이 너무 좋아요.’라고 했었나? 사실 처음에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ㅎㅎ
첫인상도 너무 좋으셨고 내가 반한 사진집의 작가님이 내 앞에 계시다는 게 믿기지 않아서일 것이다.
(완전 본인 등판이 아닌가!) 이렇게 내가 정신 못 차리는 사이, 커플로 보이는 남녀 두 분이 서점의 손님으로 들어온다. 이 분들과 사장님도 잘 아는 눈치였다. 역시 이 동네 힙스팟이다. 사장님이 그분들과 이야기 나누는 동안 난 이제 작가님과 거의 1대 1 팬미팅이라도 하듯 자연스레 대화의 물꼬를 텄다. (언빌리버블!!!)
작가님과의 설레이는 대화는 다음주에 이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그곳, 책방 분위기를 전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