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다 이렇게 남자친구가 생길지 몰랐다.
지난 편에서 이야기했지만, 그 싹수없는 그 남자아이와 나는 결국은 남자친구와 여자친구가 됐다.
남포동 길거리를 걸어 다니면, 사람들이 쳐다보곤 했다.
난 그 느낌이 꽤나 좋았다.
하지만 그 친구는 그게 아니었나 보다.
"야, 눈웃음치지 마"라고 자주 단속을 했다.
난 내가 눈웃음을 치는 줄 몰랐다. 원래 생겨먹은 눈이 그런데 어찌하란 말인가.
우리는 항상 가는 카페에만 갔다.
그 카페주인은 여자 주인이었고 언니라고 내가 불렀을 정도로 친했다.
카페에서는 맥주도 팔고 음료도 판다.
언니는 항상 우리가 가면 이쁜 커플이라고 하면서 너네가 오면 카페가 밝아진다고 칭찬해줬다.
그러면서 그 카페언니는 친언니처럼 아주 친근해졌었다.
남자친구를 처음 사귀어 봤다.
그 남자 아이도 여자친구를 처음 사귀어본 그 아이.
그렇게 쪽지를 많이 받았는데도 말이다. 참으로 신기하다.
그래서 난 물었다 " 야 너 쪽지 받은 아이들은 어떻게 했어?"라고 말이다.
"아. 그거? 그냥 버렸어"라고 쿨하게 말한다.
역시 이놈은 재수탱이가 맞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남자친구가 되었는데 말이다.
나한테도 묻는다 " 넌 누가 또 연락처 줬냐?"라고 말이다.
이런 대화가 거의 일상이었다. 서로의 안위를 묻기보다는 누가 집적대는지에 대해서 서로 공유했고, 그러면서 약간의 다툼도 했다.
하지만 이 아이는 싸우면 그냥 나를 두고 가버린다.
지 말로는 화가 나면 못 참을 거 같아서 헤어지자고 할까 봐 참느냐고 잠시 떨어지는 거라고 한다.
무슨 개소리인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하니까 뭐가 그렇다고 친다.
내가 누구를 만났는지 뭘 했는지 무척이나 궁금해한다. 꽤 나쁜 것은 아니지만 복장부터 해서 지적질을 해댄다. 지도 헤어스타일에 신경을 쓰면서 말이다.
"야. 넌 내가 추녀였으면 좋겠냐?"라고 내가 말하면
"뭐 어때 너는 화장 안 해도 이쁘니까 굳이 하지 마" " 뭐 누구한테 잘 보일 일 있어?"라고 말을 한다.
참으로 웃긴 아이이다. 지금 생각하면 말이다.
하지만 그때는 그게 마냥 귀여웠다고 해야 하나.
이래서 콩깍지는 아무도 못 말리는 것 같다. 어릴대라 교환일기도 매일 써서 서로 전달했다. 진짜 지금 생각하면 그걸 어떻게 다 글로 써서 매일 매일 서로 주고 받았는지 모르곘다. 귀찮게 스리......
이 아이는 엄마에 대한 효심이 지극하다.
어릴 때 아버지가 떠나시고 어머니가 누나와 자신을 위해 온갖 일을 하면서 키우셨다고 한다.
그래서 엄마일이라고 하면 나랑 있다가도 달려가곤 한다.
뭐 그때는 그럴 수 있다고 쳤다. 그 아이가 가고 나면 난 다른 친구들을 불러 놀면 되니까 말이다.
그렇게 지내다가 어느 순간 익숙해졌고,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이 아이는 무척이나 친구들을 좋아한다. 친구들과 pc방을 가는 것을 즐겨한다.
난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매번 따라갔던 기억이다.
가서 난 게임도 하지 않는다 멍하니 앉아서 그냥 퍼즐 맞추기나 할 뿐이다.
이게 뭐가 재미있는 거야.라고 생각을 자주 했다.
"야 pc방에 갈 거면 이제 너 혼자가"라고 말헀다.
이후로 삐져서는 진짜 혼자만 갔고 전화하면 항상 게임 중이었다.
그날이었다. 어차피 얘가 pc방에 가있고 나랑 놀지도 않는데, 난 친구들이랑 놀면 되지 않나?
하고 친구들에게 전화를 하니, 남자아이들과 함께 만나고 있다고 한다.
"아 그럼 나도 갈게"라고 말하니 친구들은 대환영이다.
그렇게 그날 이름도 생각 안 나는 남자아이들과 친구 두 명과 총 여섯 명이 되어서 함께 놀았다.
신나게 놀았다.
누군지 몰라도 제보자가 있나 보다.
그날 나한테 유달리 전화가 많이 왔다. 난 짜증 나서 받지 않았다, 노는데 열받기도 했고 또 그 아이가 먼저 시작한 전쟁이라고 생각해서 나도 배 째 식이었다.
그렇게 즐겁게 놀다 보니 새벽..... 헉...... 방학이니 망정이지 ㅋ
그렇게 아침에 부스스 일어나니 전화와 문자가 엄청나게 와있다.
"너 어제 남자들이랑 놀았지?"라고 쏘아붙인다.
"어? 몰라"라고 말했다.
"너 거짓말하면 무조건 하는 버릇이 있는 거 알아? 나 다 들었다. 솔직히 불어라~"라고 말한다.
"야. 네가 안 놀아 주니까 친구들이랑 논거야 됐냐"라고 말한다.
"그래? 오케이 그렇게 나오시겠다? 그럼 나도 여자들이랑 놀아야겠네 ~"라고 말한다.
"그러시든지!!!!" 하고 전화를 끊었었다.
웃기는 짜장이다 참네...
지가 pc방에 박혀있을 때는 언제고 웃겨도 너무 웃기다.
그렇게 싸우고는 서로 연락을 하지 않았다. 누가먼저 하는지 둘 다 겨룬 거다.
결국에는 카페 언니가 이 사실을 알고 우리를 따로 한 명씩 불러서 화해를 시켜주었다.
그렇게 그날 우리는 또 화해를 했고 싸우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나의 고 2의 끝자락이 마무리되고 있었다.
너무나도 순진했던 나였고, 그 아이도 마찬가지다.
서로 기싸움하기 바빴기도 했다.
그때의 나는 그랬던 것 같다. 양보도 모르고 져주는 것도 모르는....
물론 지금도 다 양보하고 져주는 건 아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가끔 져주어도 되는 건데 말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플라스틱 같은 사랑이었을까 싶다.
너무나도 순수한 시절. 서로 한눈에 반한 그 타이밍. 그걸 들었을 때 너무 어이없었다.
이아이는 내가 언니랑 카페에 들어왔을 때 내 뒤에 후광이 비쳤다고 한다.
난 그 아이가 나에게 파르페를 갖다 줄 때 후광을 봤다.
그렇게 우린 서로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서로 말하지 않았고, 결국에는 그 아이의 스타일에 말려들어서 집까지 데려다주는 개고생을 하기도 했다는 사실...
그 뒤로 우리 집까지 데려다주고 다시 버스를 타고 가곤 했다.
알고 보면 무척이나 상냥한 아이. 하지만 자존심이 세고 싸우면 나를 두고 나간다는 점. 그건 싫었다.
그렇게 나의 고2는 첨으로 남자 친구가 생긴 기억이다.
이제껏 남자들을 남자로 안 보고 다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은 예외인 듯하다.
참으로 신기하지 않은가 싶다.
이렇게 나의 "첫사랑"은 시작되었다.
지금은 그 아이는 한국에 없다고 알고 있다. 어디서든지 건강히 잘 지내길 바란다.
이야기를 쓰다 보면 이 남자아이의 말이 안 나올 수 없기에 오늘은 수줍은 이야기를 꺼내보았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은 내 스토리에 등장할 것 같다. 그럼 독자들은 그냥 추억이라고 생각해 주면 좋겠다.
추억은 소중한 거니까 말이다. 나에게 그런 추억을 준 그 친구에게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그 어린 날의 기억
그리고 첨으로 느낀 그 "첫사랑"이라는 감정을 말이다.
난 당당하다. 누구에게든 말할 수 있다 첫사랑에 대해서 말이다. 지금은 아무 사이가 아니기 때문에 난 숨길 이유가 없다. 그걸 이해해 주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내 추억을 소멸시킬 권한은 아무에게도 없다.
그걸 인정하지 않는다면 난 그냥 혼자가 편할 수도 있겠다.
좌충우돌 고2, 이때 가장 많은 사건 사고와 스토리가 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