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2의 끝자락 고3이 되면 또 중학교 처럼 될지 모르니 놀아야 한다.
언니의 주민등록증이 필요했다.
갑자기 정책이 바뀌어 민증을 다 봐야 한다고 한다.
그전에는 술을 먹어도 그냥 먹게 해 줬는데 이제는 어느 가게를 가도 민증을 보여달라고 한다.
난 고2이다. 언니는 성인이다. 정말 생긴 것도 다르다
하지만 그땐 그런 건 중요치 않았다. 매우 단순한 성격이기 때문에 난 그저 성인이 된 언니의 민증이 필요하다. 그러면 술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나 보다.
친구들과 저녁 7시까지 만나기로 했다. 금요일 학교를 마치고 집에서 조용히 숨을 죽이고 기다린다.
오늘은 언니가 일찍 온다는 소식을 접수했다.
그래서 언니를 기다리고 있는 거다. 엄마는 그런 나를 바라보며 말한다.
"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고 그러고 앉아있냐~ 언니 늦는다~"라고 말이다.
그렇다 나는 언니를 항상 기다린다. 매일 뭘 먹었는지 뭘 했는지 언니가 누구한테 괴롭힘을 당하지는 않았는지 매사가 걱정이고 궁금하다. 그리고 요즘은 언니랑 친해져서 제법 나를 경계하는 것이 느슨해진 것도 있다.
진짜 내가 생각해도 엉뚱하다. 우선 타깃을 정했으니 언니가 와야 한다.
언니가 좀 늦는 듯하다. 하지만 다행히도 7시에 왔다. 그렇지만 난 7시에 친구들과 약속을 했다.
그때 나는 이쁘게 꽃단장을 하고 앉아있었기 때문에 엄마가 "거거 또 어디 기어 나가려고 저러고 있나"라고 잔소리를 퍼부었고 나는 듣는 시늉도 안 했다. " 너 또 저녁에 나가려고 하지? 너 그러다가 아빠한테 걸리면 죽는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하나도 겁이 안 난다.
아빠는 나한테 혼낸 적이 없다. 혼낼 생각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언니는 커서 그게 차별이라고 하지만,. 어차피 언니는 엄마가 케어를 하니까 나는 아빠의 케어를 나름대로 받는 거 아닐까? 우리 아빠는 방목 스타일이니까!
아무튼 나는 언니가 온 것을 확인하고서는 언닌가 씻으러 가는 동안 언니 가방을 후다닥 뒤졌다.
도둑질이나 마찬가지이다.
지금생각하면 참으로 용감하고 무식하다.
하지만 그때 나는 목표는 오롯이 언니의 민증이다!
친구들과 술 한잔 하기로 했는데, 민증이 없으면 술을 먹지 못하기 때문에 성인인 언니의 민증이 필요하다.
언니가 나오기 전에 잽싸게 날랐다.
그리고는 룰루랄라 버스를 타고 친구들을 만났다.
조금 늦기는 했지만 아이들은 기다려 줬다.
"그래서 우리 어디 갈까?"라고 다들 들떠 있다.
"아무 데나 가자. 근데 이래도 되나?"라고 물으니 친구들이 말하기를 " 괜찮아" " 근데 너는 좀 어려 보여서 문제긴 하다. 우리는 이미 다 얼굴이 이대로 굳은 거 같은데 "라고 하면서 말이다.
친구들은 꽤나 애늙은이들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때는 그걸 이해하지 못했다.
"아 일단 나 언니 민증 들고 왔으니까 가보자 "라고 했다.
"언니 민증 구경 좀 하자!라고 말한다" 지금으로 치면 개인정보 유출이지만 그때는 자랑스럽게 명찰처럼 보여줬다. 친구들이 말한다.
"야. 이거 너무 다른데?" " 뭐가?"
"너랑 생긴 게 너무 다르잖아"라고 말한다.
그래서 한참을 남포동을 휘젓다가 1차로 시장에 할머니가 운영하는 치킨집을 갔다.
거기는 민증 검사를 하지 않고 할머니가 치킨을 후라이드로 튀겨줬고, 소주라는 걸 한번 마셔봤다.
"으..... 이게 뭐야..... 어른들은 이걸 왜 먹는 거지? 맛없어 "라고 내가 말을 했다.
친구들은 깔깔대며 " 그게 술이라는 거야 " " 그리고 그걸 먹으면 정신이 없어지고 잠도 잘 온데"라고 말한다.
"오~~~~~ 그래?"라고 말하며 쓴 소주를 몇 잔 마셨다. 머리가 핑글 핑글 돈다.
"아오 어지러워.... 이거 더 이상 못 먹겠다 "라고 했다,. 그렇게 나의 첫 소주는 국제시장 할머니 치킨집에서 시작되었다.
그날 그대로 가기 아쉬워서 포장마차 같은 술집을 갔다.
거기서 문제가 발생되었다. 그럼 그렇지 내가 이렇게 조용히 넘어갈 인생이 아니다.
가게에 들어갔다. 친구들은 프리패스....
이제 주문만이 남았다. 두근두근.... 막걸리 집이다.
막걸리는 어릴 때 꼬맹이때 친할아버지가 전라도에 사셨는데 항상 막걸리 심부름을 시키셔서,. 막걸리를 주전자에 받아오곤 했다. 오는 길에 훌쩍훌쩍 마시면서 와서 결국에는 다 마셔 버리고 할아버지가 혼내기는커녕 "아이고 이쁜 우리 똥강이지 이게 맛있어?"라고 미소 지으셨던 기억이다.
그리곤 엄마는 " 내가 못살아 "라고 했고 아빠는 그저 웃었다.
결국엔 내가 막걸리 심부름을 가지 못하는 불상사도 있었다 ㅎㅎ
그래서 막걸리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너무 맛있었던 기억이다.
그래서 기대가 가득이다.
주문을 하려고 했고 직원이 왔다.
다른 애들한테는 말도 안 하면서 나를 지목한다.
"저기요"" 미성년자 아니에요?"라고 말이다.
"네? 제가요? 어딜 봐서요? 아닌데요?"라고 말하자 째려보면서 말한다.
"민증 좀 보여주시죠"라고 말이다.
오케이.. 좋았어~ 일단은 민증을 척하고 내밀었다.
나를 위아래로 둘러보고 민증 사진을 보면서 말한다.
참네..... 이런.... 나를 무시하다니!!! 난 언니 주민번호를 달달 외우고 다녔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말이다.
줄줄줄 이야기했다. 그러니 더 이상하게 본다
잉? 왜?라고 생각했다.
그때 직원이 말한다.
"이분 언니죠?"라고 말이다.
순간 이런 생각을 했다.
"아! 이런 눈치 빠른 녀석!" "젠쟝 망했다"라고 말이다.
친구들이 안절부절되면서 나를 째려본다.
"으이그 이것들도 친구라고.... 졸아가지고는.... "
당당히 말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말하고 말자였다.
"네 우리 언니예요. 근데 여기 전부다 나랑 같은 학생들인데 왜 나한테만 이래요?"라고 따져 물었다.
따가운 시선 ~~~~~~~~~~~~~~ 친구들의 원망 썩인 얼굴들 ~~~~~~~~~
" 아 몰라 젠장 이렇게 된 거 다 같이 죽는 거야"라고 생각했다.
언니 전화번호를 대라고 한다.
안 그러면 경찰을 부르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그건 개인이 원치 않아서 못줘요 라고 말했다.
결국에는 경찰서로 훈계를 받으러 끌려갔다.....
아오.... 진짜 짜증 나.
그때 경찰 아저씨가 와서 말하신다.
"미성년자는 술 먹으면 안 돼. 몸에 안 좋다? 성장하는데 문제가 된다고"
" 이번에 첨이니까 아저씨가 말하는 거야"라고 말이다.
"그럼 저 가도 돼요?"라고 말하니 "그건 아니지~"라고 말을 한다.
이런 젠장. 그러면 어쩌란 말인가....
언니 전화번호를 대라고 하신다. 부모님에게는 말 안 하겠다고 약속해주셨다.
그래서 흔쾌히 언니의 전화번호를 줬다.
그때가 새벽 3시다.
언니가 잠결에 전화를 받은 모양이다.
"너 언니가 데리로 온다고 하니까 있어"라고 아저씨가 말한다.
"아... 네"라고 말하고 속으로는 온갖 욕을 다했고 언니가 알면 난리 날 거를 알고서는 또 짜증 났다.
언니가 왔다.
화를 엄청 낸다. 너 이거 언제 가지고 갔어!라고 하면서 내가 너 때문에 미치겠다 진짜.
엄마 아빠한테 말 안 할 테니까 담부터 내 민증 쓰지 마라 ~라고 말한다.
"아 안 써 더러워서 안 쓴다"라고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그렇게 언니의 주민등록 도용에 대한 사건이 마무리가 되었고, 그 이후로 언니는 가방을 철저히 관리했다 ㅎ
그러면서 친해진 사이가 조금 더 멀어지기도 했지만, 그때 나는 정말 꼴통 중에도 왕 꼴통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추억이지만 그때는 정말 아찔 했던 기억이다.
지금 세상이라면 상상이 안 간다. 그때는 그렇게 훈계만 받고 끝나서 너무 다행이다.
잘못하면 전과자가 될 뻔했다.
여러분. 가족이라도 주민등록증 도용하시면 안돼요 ㅋㅋㅋㅋㅋㅋ
옛날과 다르답니다. 개인정보유출은 매우 심각한 범죄입니다!
이런 말 할 자격은 없지만 조심하시면 좋겠어요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