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근심을 털어놓고 다 함께 차차차
설운도 씨가 부른 노래 가운데 ‘다 함께 차차차’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 어차피 잊어야 할 사람이라면 돌아서서 울지 마라 눈물을 거둬라
내일은 내일 또다시 새로운 바람이 불거야
근심을 털어놓고 다 함께 차차차 슬픔을 묻어놓고 다 함께 차차차
차차차 차차차
잊자 잊자 오늘만은 미련을 버리자 울지 말고 그래 그렇게
다 함께 차차차 (김병걸 작사 이호섭 작곡)
우리나라 트로트 가요 중에는 가사에 우리 인생살이가 함축돼 있는 게 많습니다. 트로트 가요를 ‘성인가요’라고 부르는 것도, 인생의 쓴맛, 단맛을 어느 정도 다 겪어본 성인들한테 사랑을 받는 노래여서 그럴 겁니다. 실제 그런 인생살이의 진한 맛을 담아 심금을 울리는 가사의 성인가요가 사랑을 많이 받습니다. 살아온 세월을 통해 가사에 공감할 수 있으니까요.
‘다 함께 차차차’도 그렇습니다. 어차피 잊어야 할 사람이라면 근심하거나 슬퍼하지 말고 신나는 ‘차차차’ 리듬에 오늘만이라도 잊어버리자는 거잖아요. 따지고 보면 그게 바로 인생을 사는 지혜입니다. 근심과 슬픔 때문에 마치 오늘 세상이 끝날 것 같아도, 내일은 또다시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고 새로운 바람이 분다는 걸, 우리는 경험상 알고 있습니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맨 마지막 장면에서도, 절망에 빠진 여주인공 스칼렛(비비안리)이 절망을 딛고 일어서는 그 유명한 대사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거야"라고 읊조리지요. 영어로는 "after all, tomorrow is another day"여서 '내일은 또 다른 날이 될 거야'라고 해석될 수도 있지만, 어쨌든 희망적이고 낙관적인 생각과 마음을 담은 대사로 인생의 지혜를 전합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미당 서정주의 시 ‘국화 옆에서’의 한 구절처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나이가 됐을 땐, 이런 인생의 지혜쯤 알고도 남음이 있어야 할 텐데, 어떻게 된 게 걱정이 취미이자 특기가 돼버려서, 밤잠을 잘 못 이룬다는 분들이 적잖이 계십니다. 밤에 잠을 못 이루고 걱정해서 해결될 일이 전혀 아닌데도, 걱정에 걱정이 꼬리를 물다 보면 커피 몇 잔을 먹은 것처럼 저절로 각성이 돼서 까만 밤을 하얗게 지새우게 되는 거지요. 그리고 그다음 날은 그 여파로 몸이 몹시 피곤해서 모든 일이 힘들어지게 되니까, 걱정과 피곤의 악순환이라고나 할까요. 그러다 보니 걱정하느라 잠 못 자서 늙어, 다음날은 몸이 피곤해서 늙어, 마치 늙으려고 작정한 사람 같아집니다. 실제 걱정이 많은 분들을 보면 생체 나이보다 훨씬 더 나이 들어 보입니다.
물론 누가 걱정을 하고 싶어서 하겠습니까. 걱정이 되니까 걱정을 하는 거겠지만, 문제는 걱정도 습관이라는 거예요. 걱정을 하다 보면 자꾸 걱정을 더 하게 됩니다. 심지어 다른 사람들은 걱정을 하지 않는 상황인데도 본인만 사서 걱정을 하는 지경에 이릅니다. 그래서 걱정이 취미이자 특기라고 하는 겁니다.
그러면 어떻게 걱정하는 습관을 버릴 수 있을까요? 전문가들은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면 걱정을 덜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걱정은 대부분 내가 지금 해결할 수 없는 일에 대해 하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내가 지금 해결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면, 걱정할 틈이 없어지게 됩니다. 전체적으로 하기 어려운 일도 하기 어렵다고 걱정만 할 게 아니라, 아무리 작고 보잘것없는 거라도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하면, 걱정 대신 희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더구나 걱정은 마음에서, 즉 머릿속에서 이뤄지는 거니까, 몸을 움직여 뭔가를 하면 자연 떨쳐낼 수 있습니다. 내 몸이 가만히 있으니까 머릿속에서 걱정이라는 프로그램을 반복해서 돌리는 겁니다.
특히 걱정을 할 때는 세상에서 내 걱정이 제일 크게만 느껴지는데, 걱정도 상대적으로 생각하면 그 무게를 많이 덜 수 있습니다. 어떤 분이 돈 걱정을 많이 하니까, 옆에 계시던 선배 분이 이러셨어요. “걱정 중에서 제일 쉬운 걱정이 뭔지 알아? 돈 걱정이야.” 참 의미심장한 말이지요? 실제 건강을 잃어서 하는 걱정이나, 세상에서 가장 가까워야 할 가족들과 관계가 좋지 않아서 하는 걱정에 비하면 돈 걱정은 걱정이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뭔가 걱정이 될 때는, 급기야 그 걱정이 내 삶을 갉아먹으려고 할 때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 보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전 홍창진 신부님이 하신 이 이야기를 듣고 참 놀랐습니다. '걱정과 근심이 빈번하게 찾아드는 건 그만큼 그동안 스스로를 학대하며 고달프게 살아왔다는 증거'라고 하시더군요. 어떠세요? 그동안 걱정과 근심에 사로잡혀서 힘들어하시던 분들은 이 말씀에 새삼 나 자신이 정말 안쓰럽게 느껴지지 않으세요? 나를 사랑하면서 살기에도 짧은 인생인데, 남도 아닌 내가 왜 스스로를 학대하면서 고달프게 살아요? 그러지 마세요.
나도 모르게 걱정을 하고 있을 때는 그 걱정에 빠져 허우적거리지 말고, 얼른 ‘내가 또 걱정을 하고 있구나’라고 걱정하고 있는 나 자신을 자각하셔야 합니다. 그러면 더 이상 걱정에 빠지지 않고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거든요. 그런 후에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하면서, 나 자신을 응원해 주세요. 그래야 자신감이 생겨서 걱정을 더 잘 떨쳐낼 수 있습니다.
자신감은 저절로 얻어지는 게 아니라 획득하고 키우는 거예요. '이걸 어떻게 하지?'하고 걱정 근심만 하는 것과, '어, 이건 내가 할 수 있네', 나아가 ' 어, 이게 되네'의 차이는 '천양지차'입니다. 물론 '자신감을 갖고 용기를 내는 것도, 처음부터 저절로 쉽게 되는 건 아닙니다. 한 번 두 번 자꾸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찾아 하면서 자기만족이 쌓일 때 좀 더 쉽게 됩니다. 세상에 거저 되는 건 없습니다. 자신감과 용기를 내는 것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인생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잘 항해하기 위해, 앞으로는 걱정일랑 내려놓고 그 자리에 자신감과 용기를 장착해 주세요. 그런 다음에는 희망적인 '자기 충족적 예언'으로 기름칠을 해주세요. 가령 어렸을 때 부모를 비롯해 주위에서 "얘는 성공할 아이야"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자란 아이는 정말로 커서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하잖아요.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다고 생각하면 안 좋은 일이 벌어지기 쉽습니다. 실제 실수할까 봐 걱정하는 선수는 대회에서 실수할 확률이 높다고 해요. 계속 걱정만 하다 보면 정말로 걱정스러운 상황에 빠지기 쉽습니다.
걱정 근심이 많은 분들은 걱정 근심 대신 "잘 될 거야"라고 스스로에게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주문을 자꾸 걸어 보세요. 예로부터 '말이 씨가 된다'라고 하잖아요. 자신감과 용기, 그리고 긍정적인 자기 충족적 예언은 말이라는 씨가 잘 싹틀 수 있는 자양분이 돼서 분명 좋은 결과를 가져다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