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점식이 Dec 19. 2024

내 인생의 작은 공간

곶감

   너의 시골동네에는 감 농사를 많이 한다. 동네에도 감이 많지만, 다른 동네에서 감을 사서, 곶감을 만든다. 너의 소싯적에는 그렇게 하였다. 지금은 논농사 즉 벼농사에서 수입이 적기 때문에 너의 동네 논에 감을 많이 심어 놓았다. 지금은 고향으로 귀농하신 분 혹은 가까운 도시에서 직장 다니시는 분들이 감나무를 시기에 맞게 관리하곤 한다.


    곶감은 산청, 상주 곶감이 잘 알려져 있다. 물론 맛날 것이다. 그런데 경남 함안 곶감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곶감의 양이 적고 임금님께 바치는 진상품으로 만들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맛있다.


   너의 어릴 때에, 너도  곶감을 많이 했다. 가족들이 모여 일 년에 한동 정도 하였다. 한동은 곶감 만개(10,000)를 의미한다. 시골 마당에 곶감을 널 수 있게 대나무로 틀 만들어 놓곤 했었다. 11월 초에 아버님이 만들었다.


  너의 시골에서 만드는 곶감은 감 하나에 9-10번의 수 작업이 있어야 한다. 먼저 감나무에서 감을 딴다. 대나무의 끝을 반 갈라서 감나무 가지 들어 가게 한 다음 돌려서 감이 달려있는 나무를 잘라서 감을 딴다.  지금은 장대로 된 쇠로 만들어서 끝 부분에 나무를 절단할 수 있는 가위가 있어서 손잡이에서 자를 수 있게 되어 있다. 혹은 감나무에 올라가서 감을 따곤 한다. 이렇게 딴 감을 나무아래에서 받아서 감 꽂지에 있는 가지를 줄로 묶을 수 있게 가지를 자른다. 그리고 감의 꽂지에 있는 수술을 제거하여 집으로 옮긴다. 이때는 2인 1조가 되어 업을 하였다. 높은 감나무에 올라가서 감을 따는 것은 무척 힘든 작업이다. 하늘을 쳐다보고, 즉 감을 주시하고, 다리는 나뭇가지에 지지해서 서야 하기 때문에 힘든 과정이다. 이러한 감을 저녁에 감을 깎기 위해서 집으로 옮긴다. 물론 리어카, 지게 등을 이용한다.


   낮에는 감을 수확하고 저녁에는 온 가족이 모여서 감을 깎는다. 주로 어른들은 감을 깎고 아이들은 무게가 비슷한 감 2개를 줄로 엮어서, 황을 피우기 위해서 나무로 만든 틀에 옮겨 놓는다. 지금은 감을 깎는 기계가 있는데 옛적에는 거의 모든 작업이 수작업이었다. 감을 깎는 칼은 특수한 모양의 칼을 구입하여 사용하였다. 줄은 지난 겨울에 볏짚으로 엮어서 두께가 약 2mm 정도, 길이가 약 20cm 줄을 만들어서 사용된다. 이렇게 2개씩 쌍을 이룬 감은 황을 피우기 위해 나무로 만든 틀에 걸어서 황을 피운다. 감 표면에 황을 코팅하기 위해서 비닐로 덮어서 약 4시간 동안 황 분위기에서 두게 된다. 이렇게 처리를 하면 감에 곰팡이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때 4시간 정도가 일꾼들이 수면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이다.


   아침에 엄마는 식사 준비를 하고 우리는 황 피운 감을 햇볕에 건조하기 위하여 11월 초에 아버지가 만들어 놓은 대나무 틀에 걸쳐 놓는다. 이러한 작업을 10,000개 감을 처리하는 작업을 했었다. 지금은 기계로 감을 깎기 때문에 5명 정도가 한조가 되어서 작업하면 8시간 정도에 30-40접 정도를 처리를 할 수 있다. 1접은 감 100개이다. 옛적보다 훨씬 편하게 작업을 할 수 있다. 쉬운 작업이지만 어깨와 허리가 아프다.


  이렇게 제조한 감을 한 달 동안 햇볕에 건조한 감은 이쁘게 만들기 위해 아버지가 손으로 감을 주물러 준다. 그렇게 하면 모양이 이쁘게 만들어진다. 1월 중순 정도 되면 약간 촉촉한 곶감을 상자에 넣어서 판매한다. 곶감이 완성된 것이다.    


   물론 여정이 힘들긴 하지만 우리 가족의 공동체 생활이 약 2-3개월 이어지는 시간이다. 아무도 불평불만을 하지 않고 참여한다. 그 당시에는 우리가 먹는 곶감을 하나도 없었다. 부모님이 주시더라도 먹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구입해서 맛나게 먹는다. 옛 추억을 회상하면서 그리고 돌아가신 부모님, 가족들을 생각하면서 맛나게 먹는다. 작은 것에 감사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지만, 옛적의 행복했던 시기를 회상해 본다. 행복하다.



-점식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