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 긴 선을 이루고 줄지어 걸어가는
개미들을 보았다.
개미들 위로는 자전거 바퀴가 굴러다니고
강아지 발바닥이 찍히고, 사람들 신발자국이 내려앉는다.
주인 모를 발걸음은 끊어질 줄 모른 채 계속계속 지나가고, 개미들도 계속계속 걸어간다.
불과 1초 전에 함께 걷던 동지가 바닥에 늘러붙어도, 떨어진 돌멩이에 깔려 죽어도 멈추지 않는다.
나는 이 개미를 죽일 수 있다.
그건 다리를 들어 올리고 내려놓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일일 뿐이다.
한 걸음에 한 생명을 나는 너무나 쉽게 없앨 수 있다.
어쩌면 죽였는지도 모른 채 죽일 수도 있다.
예상치 못한 사고로 당연한 내일을 꿈꾸던 사람이 사라지고, 가벼운 감기로 찾아갔던 병원에서 메말라가다 으스러지는 사람들을 보았다.
미래를 꿈꾸다 고통받지만,
미래가 아닌 현재에서 죽는다.
오늘도 잘 살았다가 아닌,
오늘은 다행히 죽지 않았다는 게.
남들의 이야기를 엿듣다 안타까워하면서도,
나는 또 당연한 미래를 기다린다.
당연하지 않다는 걸 잊어버리고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