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가 <짐승의 성>인 이 책은 한 맨션에 7명이 살해되고 해체된 '기타큐슈 일가족 감금살인사건'을 재구성했다.
두 개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자동차 정비회사에서 일하는 신고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세이코와 알콩달콩 동거하고 있다. 어느 날 세이코의 생부가 찾아와 하는 일없이 집에 머물게 되자 신고는 그가 무슨 일을 하고 다니는지 미행을 하고 의외의 사실에 놀라게 된다. 한편 발톱도 없고 여러 군데 화상을 입은 17세의 소녀는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한다. 소녀는 고다 마야. 소녀가 있던 집에서 아쓰코를 체포한다. 두 여자가 털어놓는 이야기는 믿기지 않는 살인으로 본인들이 가해자이기도 피해자이기도 하다. 모든 일의 꼭대기에 존재하는 요시오라는 남자의 통제 하에 7년간 생활하고 있었다. 연결고리가 전혀 없어 보이는 두 이야기는 접점을 찾고 결말을 향해 가는데 요시오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추리소설이 아니라 호러 소설이다. 사람의 약점을 이용해 마음을 조종해서 무력하게 만들고, 서로를 죽이고 시체를 처리하는 묘사가 메스껍다. 처음에는 이런 비윤리적인 일을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점차 적응을 하고 해야 할 일을 해치우듯 처리한다.
감금 아닌 감금상태가 7년이나 유지되는데 가능할까? 종교집단처럼 한 사람을 중심으로 여러 사람이 그에게 복종하며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이 낯설지는 않다. 조직에 쓸모가 없는 사람은 자기들끼리 알아서 죽이고 인간의 존엄성을 찾아볼 수 없는 끔찍한 방법으로 버린다. 조직의 우두머리는 자신은 아무 죄가 없고, 살해와 처리는 모두 아랫사람들이 했다는 주장을 하는 것을 보면 소설 속 요시오가 어떻게 나올지 예상된다.
그런데 요시오는 어디에 있는가? 마야와 아쓰코의 진술은 경찰이 요시오를 잡아야 하는 시간을 지연시키는 듯 혼선을 준다. 자신이 누구인지 시원하게 밝히지 않고 경찰은 사실 확인 단계를 거치며 진실에 접근해 간다. 모든 일을 벌인 요시오가 누구인지도 애매하고 대대적인 조사에도 그의 행방은 묘연하다. 마치 두 여자가 요시오에게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의심스럽기도 하고, 요시오라는 인물이 존재하기는 하는 것일까 의문이 들면서 오락가락한다. 그러면서 밝혀지는 사실은 두 이야기의 연결고리다.
실재 발생한 사건을 기초로 한 소설이라 더욱 소름 끼친다. 상식을 뛰어넘는 잔인함과 비윤리적인 행동과 가스라이팅에 입이 벌어질 뿐이다. 인간이 인간에게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지, 이성과 자기의 판단을 잃고 복종하는 사람들, 제삼자가 보기에는 말도 안 되지만 그 안에서는 복종해야 하는 룰, 망가질 대로 망가져서 더 이상 인간일 수 없는 이들의 재활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녀석들은 사람이 아니에요. 속은 짐승이에요. 사람으로 보이게끔 둔갑했을 뿐이에요(331)." 무서운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