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보다 긴 새벽을 보내면서도
그닥 따사로운 햇살을 그리워한 것은 아니었다
새벽이 유난히 긴 그런 날이 있다
무료하고 공허하고 꽉찬 외로움으로 텅 빈듯 할 때
무언가를 그리워 하지도 않으며
유난스럽게 긴 새벽하늘이 어떻게 피어나며
떠오르는 해에 삼켜져 사라져가는지 보고
오묘히 빛나는 햇살에 삼켜지면서
타오를 듯 한 색이 되어가면서
연한 핑크색과 보랏빛으로 물들고
점점 져가는 색
하늘에 옅은 멍이 든 것 같이
조금 붉다가도 피멍같이 피어오른 색을
타오르는 낮이 삼켜버리면
아니 가려버리면
나도 나의 낮에 흉진 몸과 멍든 몸을 같이 가리고
어영부영 겨우 버텨내는 하루들
뜬눈으로 지샌 밤 덕에
더 버거운 하루를 보내며
무릎정강이 멍이 들어버린 자리
새벽일출 하늘같은 색으로
퍼런중심부를 얼룩덜룩 감싸며 주황색, 초록색, 보라색으로 멍이 피어오른다
손으로 쓰다듬으니 저릿한 통증이 피부겉만으로도 느껴지지만 오늘 낮을 살기 위해
긴 바지를 입고 덮어 잠시 잊어야만 해
딱히 그리워 한 것이 없을텐대도
새벽은 무언가를 그리워 하게 하고
버거우니 잊을 수 밖에 없도록 하는 낮을
기다려지게 하는 묘한 불쾌함을 알려주지
기다려지는게 아니라 사실은
그렇게 해야만 잠시 잊을 수 있는 것이라서
너무나 지독하다 느끼지만
새벽은 멍이 피어오르는 시간
도망가길 바라는 것이지
그러니 그리워 하는것과는 다른 것
초록빛 검푸른 바닷물
하늘이 파도속에 박아둔 별빛
달빛에 이글거리는 윤슬마저도
나를 위로하지 못하지
목 뒤를 유난히 짓누르는 우울
이 어둠이 내려야만 슬금슬금 기어나와
바람을 타고 내게 벗어나
파도와 함께 바다와 춤울 추고
내 눈앞에서 알짱댄다
나를 벗어난것 같지만
내 시야에서 절대 벗어나지 않는 우울
그렇게 같이 피어난 하늘의 멍
니가 벗어나지 않는 것일까
내가 벗어내지 못하는 것일까
그 멍난 새벽은 잠시 관망의 자세로
스스로를 위해 슬퍼할 수 있는 유일한 안식의 시간
내 정강이 멍이 하늘에 피어나고
나의 우울의 날개, 잠시 떼어내어
스스로 날아가 하늘에 피어난 멍의 모양대로
휘 휘 날고 있다
그래봤자 나의 시선 닿는 곳
우울과 멍은 떼어내보았자
나에게 벗어나지 않는 것
결국 부메랑 되어 제 자리 찾아 돌아올 것
떼어내려 하면 밤바다의 눈 부신 파도
지우려고 하면 새벽의 아름다운 얼룩의 멍
사라지지 않고 삼켜지지 않으니
언제쯤 유난히 긴 새벽이
낮보다 길지 않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