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속의 매미처럼

2024년 8월 30일

by 주과장

어른이라 할 수 있을까

내가 사회인이라 할 수 있을까

너무 고단한 하루를

지친 다리로 겨우 버티어 산다.


마치 물속을 걸어다니는 듯 하다

사막에 서 있는 듯 입과 눈이 건조하고

물먹은 양모패딩을 입은 듯

무거운 몸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어른이 되기 싫고,

성인이 되어 너무 부담스럽다.

스물의 나는 이렇지 않았는데

어느새 도망가고 싶어졌다.


두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자라

너무 감사하게 잘 성장했지만

두 사람은 하나에게 의지하지 않으려 해서

너무 죄송할 뿐이다.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내가 가진 것으로 뭘 할 수 있을까

내 몸뚱이 하나 책임지기 어려워

받은 사랑 두 배는커녕

온전히 돌려드리지도 못하는 중인데


세상이 각박하게 느껴진다.

작은 것에서라도 행복을 찾으려 애쓴다.

명예와 부유는 부러움으로 남기기로 하고

여유라도 찾으려 애쓴다.


살아남기 위해 이렇게 까지

애쓰는 이유를 찾는다.

태어나 제 한몫하기 위한

발버둥의 목적을 찾으려 애쓴다.


초등학교 때 배운 피라미드와

나이아가라 폭포의 웅장함은

언젠가 내가 저곳을 가보리라 하는 마음으로

장래희망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사람들에게 기여하고 싶고

멋진 칭찬과 존경이 받고 싶었고

원하는 곳에 여행의 경험을 쌓고

다양한 것을 해보고 싶었는데


그때의 나에게 미안할 정도로

나는 지치고, 방황하는

이곳이 어디인지 감을 잡지 못하는

파도 속의 한 마리 매미가 되었다.


언제 바닷속으로 흔적 없이 사라질지

알 수는 없으나

끝없이 펼쳐진 광대한 이 바다 위에

파도에 몸을 맞긴 채 간신히 살아있다.


날개 젖은 매미는 그저 하늘만 보고

둥둥 떠다닌다.

버려진 쓰레기더미 위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


저 아래에서, 저 위에서 그 무언가가

나를 향해 입과 손을 내밀어 나 사라지는 일이

언제 일어날지 모르지만

매미는 파도를 즐겨본다.


아직 폭풍을 맞지 않아 다행이라며

붙어있을 유람선이라도 지나가길 바라면서

그곳에 붙게 되어 날개가 마르면

그 종착지가 어디든 무엇을 해볼지 생각하며


내게 주어진 짧은 시간 안에

땅속에서 상상하던 우람하고 멋진 숲 속의

늙고 웅장한 나무 사이로

날아들어 붙어 울어볼 수 있을진 모르지만


매연이 가득 찬 가로수나

대지가 바싹 말라가는 황무지라도

어리고 작은 나무에라도

붙어 이 목소리 울릴 수 있길 바라며


이 파도 속에서 젖은 날개로

소리도 나지 않아 아무도 없고

나조차 듣지 못해도 맴맴 울어본다.

멀리멀리 나무가 듣기를 바라면서


버려진 나무토막이라도

안락한 나의 집이 되어 줄 수 있어

이 바다 위에 떠다니는

목재라도 말이다


이 바다 위에 떠 다니는 목재라도

나의 나무가 되어줄 수 있으리라

매미는 오늘도 열심히

파도에 몸을 맡겨본다.


오랫동안 바라왔던

하늘을 바라보면서

바다나 땅이나 구분 짓지 않고

나의 나무가 나타나길 바라면서


오랫동안 상상하고 바랬던

당연하다 여겨왔던 나의 삶의 이유

나는 좀 특별한 여정 중이라고

그 어떤 매미보다 하늘을 많이 보고 있다고


하늘과 나무만 있다면

그곳이 나의 아름답고 안락한 성이라고

이 여정의 끝을 상상하며

짧은 여생을 오늘도 넘겨본다.

이전 08화영원도 모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