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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의 정현 Sep 12. 2024

어라, 잠을 어떻게 자는 거더라?

단잠을 선물 받지 못하는 나는 어떡해야 할까요

자려고 누우면 가슴팍이 저리듯 조여와 심장깨를 주먹으로 내리치는 일이 잦아졌다. 내가 무언가 많이 잘못했나 보다. 단잠을 선물 받지 못할 만큼. 모순이다. 잠을 자는데, 자기 위해 버둥거려야 한단 사실이. 정말 모순이다. 지치도록 하루를 살아냈는데 오늘을 끝맺지 못한단 사실이. 제일 모순은, 네가 없는데도 너로 하루를 시작해서 너로 마무리하고자 하는 나 자신이다.



사람이 스트레스 상황에 놓였을 때 나타나는 보편적인 증상들이 있다. 끝도 없이 과식하게 되거나, 입맛이 뚝 떨어져 밥을 잘 챙겨 먹지 않게 되거나, 더 나아가 먹는 것마다 소화가 안 되거나, 이상할 정도로 계속 잠만 자거나, 잠을 못 자는, 그런, 조금은 비틀어진 생활 습관들. 


너와 이별한 나는, 의외로 꽤 괜찮았다. 위에서 열거한 증상들이 조금씩은 있었지만, 특별히 두드러지게 나타나진 않았다. 네 부재에 힘입어 평생 못 하던 다이어트라도 성공해 볼까 했는데, 그마저도 마음이 약할 땐 몸이라도 건강해야 한다는 엄마의 말씀에 꼬박꼬박 끼니를 챙겨 아주 장렬히 실패했다. 아, 물론 살이 쪘단 말은 아니다. 현상 유지 중이다.


처음 며칠은 네가 꿈에 나오는 게 견디기가 힘들어 일부러 밤을 새웠다. 잠을 안 잤다. 아니, 못 잤다. 쌓이는 피로감에 몸부림치며 어떻게든 자 보려 평생 안 하던 밤중 러닝을 해도 지치기만 할 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덕분에 기말고사를 아주 장렬히 말아먹었다. 공부는 했는데, 뇌가 고장이 났는지 입력값이 바로 출력돼 버리더라.


좀 지나서는 잘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철없는 중학생 시절 일부러 패기를 부려 밤낮을 바꾸어 버렸을 때 이후로 처음으로 낮밤이 뒤바뀌어 버렸다. 참 이상하게도, 해가 떠야 마음이 좀 편해지고, 잠이 왔다. 밤을 새워서 글을 쓰든, 일을 하든, 무언가를 몰두해야 그나마 살만해졌다. 무슨 심리였을까? 널 잃고 부스러진 나를 더 채찍질했던 그 심리는.


안녕을 선고받은 날로부터 두 달 하고도 보름이 지난 지금, 난 꽤 잘 잔다. 여전히 짧은 꿈에 시달리고, 자꾸만 네가 꿈에 아른거려 짜증 내며 깨기도 하지만, 뭐, 이 정도면 각자의 걱정을 이고 살아가는 어른치곤 잘 자는 편이 아닐지, 생각한다. 그때 바뀐 밤낮이 아직도 돌아오지 않아 새벽이면 일을 하지만, 뭐, 수면 패턴이 좀 뒤로 밀렸을 뿐, 꽤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어차피 카페에 출근해 일하는 시간도 대부분 오후 시간대라서.


그런데, 장장 이십오 년을 살아오며 단 한 번도 나 자신에게 던지지 않았던 질문을 자꾸만 던지게 된다. 잘 시간이 다가와 하루내 쌓인 피로가 극치에 달하면, 그래서 이부자리에 누워 머리를 베개에 대면, 굉장히 낯선 질문이 내 이마 위에 떠오른다.


"어라, 어떻게 자는 거더라?"


완전 모순이다. 매일매일 잠을 자는데, 잠을 자는 방법을 모르겠다. 이게 무슨 말인가? 솔직히 지금 글을 써 내려가고 있는 나 자신도 이게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다. 수면은 인간의 기본 욕구 중 하나이다. 갓 태어난 신생아도 잠자는 법은 안다. 심지어 이 세상에서 제일 잠을 잘 잔다. 그런데 나는 왜? 세상 공기를 갓 마신 신생아도 할 줄 아는 당연한 이치를 모른답시고 엉뚱한 질문을 매일 밤마다 던지고 있는 건지.


잘 자는 방법을 잃어버렸다. 매일 일을 한다. 출근해 하루 8시간 서서 일을 하고, 집에 와선 또 컴퓨터 앞에 앉아 두어 시간, 많으면 세네 시간 일을 한다. 심지어 운동도 한다. 하루가 아주 그냥 무지하게 알차다. 그게 내 요즘이다. 아주 두 발 쭉 뻗고 잘 자야 정상일 정도로 매일을 빼곡히 채워 살고 있다. 


근데 잠에 들기가 무섭다.


내가 자꾸 꿈에서 길을 잃어버린다. 수많은 꿈을 넘나들며 헤맨다. 도달할 지점도 없는 꿈을 자꾸만 꾼다. 분명 자는데, 자는 것 같지가 않다. 꿈에서 깨어나 또다시 꽉 찬 오늘을 살아가야 한단 사실이 아침의 나를 버겁게 짓누른다. 자려고 누우면 가슴팍이 저리듯 조여와 심장깨를 주먹으로 내리치는 일이 잦아졌다.


왤까, 나 지금 되게 열심히, 잘 살고 있는 것 같은데, 네가 가르쳐주고 떠난 게 참 많아서, 그렇게 나아가는 중인데, 왜일까. 단잠은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아낸 나에게 주어지는 선물이라던데, 왜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받을 수가 없을까.


내가 무언가 많이 잘못했나 보다. 단잠을 선물 받지 못할 만큼.


모순이다. 잠을 자는데, 자기 위해 버둥거려야 한단 사실이.


정말 모순이다. 지치도록 하루를 살아냈는데 오늘을 끝맺지 못한단 사실이.


제일 모순은, 네가 없는데도 너로 하루를 시작해서 너로 마무리하고자 하는 나 자신이다.


진짜 어른은 내일을 위해 오늘의 걱정을 묻어두고 잘 자는 법을 아는 사람이라 하던데,

아직 아닌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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