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람이 되지 못하였다네
잔가지 하나 흔들지 못하였다네
으스러져가는 숲길 그 안의 소리에 귀 기울이려면
나는 바람이 되었어야 하였다네
빈 곳을 찾아 떠도는 바람이었어야 하네
낮은 곳부터 높은 곳까지 내리 쓸며 잠시간의
침묵에 어린 바람이었어야 하네
그러지 못해 나는 글을 쓴다네
나뭇가지에 숨어 우는 글들을 쓴다네
숲길 바람이 일 때마다 나는 읊조렸다네
바람이 퍼붓는 숲길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소리에
놀란 내 글들이 씨앗이 되어
내가 아직 가보지 못한 곳에 뿌리내려
다시 숲이 되어 바람이 지나는 길에
나는 없어도 내 글들은 남길 바라네
2024.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