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의 풍경

by 글그림

아침이면 겨울은 꺼져가는 흔적을 남긴다

밤새 떠밀려 온 서늘한 잔해에

옷깃을 여미고

손끝을 조심스레 문지른다


해가 머리를 들면

서늘함은 옷장 한구석으로 접혀 들어가고

봄을 얇은 겹으로 꺼내 놓는다

외투를 벗을 때마다

겨울을 하나씩 벗겨낸다


살갗을 두드리는 볕이

천천히 계절을 끌어당긴다

햇살에 녹아드는 사람들의 찐득한 발걸음

봄은 가벼이 반음씩 튀어 오르고

고양이의 동공이 반쯤 열리면

골목 어귀마다

살얼음이 지저귀듯 밝게 들려온다


저녁이 오면

희미하게 남은 겨울이 피어오른다

풀었던 단추를 다시 잠그는 사람들

봄은 아직 한 장뿐인 얇은 겹으로

낮에만 살고 있다


2025.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