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에서 겨울을 붙잡고 있던
감자를 캔다
맨손으로 흙을 부스러뜨리면
차가운 속살이 느릿하게 드러난다
살갗에 묻은 겨울 냄새를 털어내며
솥뚜껑에 올려둔 감자가
봄볕 아래서 터질 듯 부풀어 오른다
입안에 퍼지는 포근한 온기
늦겨울이 이렇게도 부드러웠나
새순을 틔운 밭둑을 돌아보며
문득 묻는다
“봄에도 감자를 먹나요?”
햇빛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들이
겨울 동안 제 몫을 다했다고
꽃 피우지 않아도 먹는다며
감자밭주인은 웃으며 말한다
감자꽃을 사람들은 모른다
아는 자들은 감자꽃을 자른다
반팔을 입기 시작할 무렵이 되면
제대로 피어보지 못한 꽃들이
목만 남은 주검처럼
밭 가장자리에서 말라간다
2025.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