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 프로그램을 보면 여자들의 특징을 다룰 때, 음식이 나오면 카메라부터 들이미는 장면이 등장하곤 한다.
조명을 예쁘게 받는 각도에서 음식 사진이 잘 나오면 뿌듯해진다.
나도 그런 여성들 중 한 명이었다.
새로운 식당, 새로운 음식을 보면 어김없이 휴대폰 카메라부터 들이밀었다.
언제나 그렇게 살아왔기에 연애를 시작했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었다.
오히려 사진을 더 찍으면 찍었지, 덜 찍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남편과 여기저기 여행도 다니고 맛집 탐방도 하면서 활동 반경이 넓어졌고, 그만큼 담고 싶은 풍경도 음식도 많아졌다.
남편에게 나는 첫 여자 친구인데, 초기 데이트 때 음식만 나오면 "잠깐 기다려!"를 외치는 내 모습을 보고 갸우뚱했다.
하지만 이내 학습이 된 건지, 그 후로는 음식이 나오면 기다려주었다.
다 나온 음식을 정갈하게 세팅해 두고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내 덕분에 배가 고파도 먼저 나온 음식에 손을 대지 못했지만, 딱히 불평을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사진을 다 찍고 나면 "이제 먹어도 돼?"하고 묻고, 내 오케이 사인이 떨어져야 내 컵에 물을 따라준 후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년쯤 연애를 했을 때, 남편은 평소처럼 음식 사진을 찍던 내게 물었다.
"그런데, 음식은 왜 찍는 거야?"
사진 찍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지만 여행 가서 경치 사진을 찍거나 우리 둘의 모습을 담는 건 납득이 갔다고 한다.
하지만 음식을 왜 찍는지 무척 궁금했다고.
"여보가 SNS를 열심히 하는 것도 아니잖아."
나름대로 추론을 해봤는지 질문이 이어졌고, 나는 웃음이 터졌다.
"음식 사진을 보면 그날을 떠올릴 수 있어."
내 대답에 오빠는 여전히 긴가민가한 표정이었고, 그 일이 있고 얼마 뒤 데이트 때 나는 내 노트북을 보여주었다.
노트북 속 [사진] 폴더 안에는 연도별로 오빠와 여행을 간 사진이 정리되어 있었고, 2014년 첫 연애를 시작했던 당시에 모아둔 사진들을 열어보았다.
[2014] 폴더 안에는 날짜와 장소, 누구와 함께했는지 등이 적힌 세부 폴더가 있었고, 그중 하나를 열어 사진을 보여주었다.
사진을 보던 남편은 바비큐 사진을 보더니, "맞아! 이때 물놀이하고 고기 먹었잖아."라며 그날을 회상했다.
"기억나지?"
몇 년간의 연애 동안 차곡차곡 쌓인 사진 기록을 보고 나서야 오빠는 고개를 끄덕였다.
좀 더 상세히 그날이 기억난다며 내 말에 동의해 주었다.
그리고 그 이후로는 음식이 나오면 본인이 먼저 세팅을 도와주고
"이 각도 어때?" 하거나,
회사 점심시간에 음식 시진을 찍어 보내며 "오늘 점심!" 하고 일상을 공유해주기도 한다.
그러면 그날은 내 점심도 즐겁다.
나와 닮게 변한 남편의 모습을 보며, 함께한 시간들이 천천히 서로를 물들여왔다는 걸 느꼈다.
우리의 추억은 사진에 담겨 있었고, 지금은 연도별로 정리한 폴더만 10개를 훌쩍 넘긴다.
그 폴더들은 기념일마다 꺼내보는 소소한 이벤트가 되어, 그날의 우리가 얼마나 예뻤는지 다시금 기억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