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님, 혹시 제 남편 보셨어요?

by JS

남편 회사 복지 중 하나로 배우자에게 건강 검진을 제공하는 제도가 있는데, 작년에 처음으로 그 혜택을 받아보게 되었다.

건강 검진 센터에 도착하니 다양한 항목을 선택할 수 있었는데, 그중 위내시경은 필수였다.

나는 위내시경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수면 마취 경험도 전무하다.

예능에서 연예인들이 수면 마취 후 깨어나 아무 말 대잔치를 하는 걸 재밌게 봤던 기억만 있다.


남편은 이미 수면 내시경을 해본 경험이 있는데, 그때 옆에서 지켜본 바로는 오빠는 별말을 하지 않았다.

그냥 눈만 꿈뻑꿈뻑 느리게 움직이다 정신을 차리는데 한참 걸렸을 뿐.

과연 나는 어떨까, 재밌을 것 같아 살짝 신나는 마음으로 검사를 기다렸다.



다른 검진들을 마친 후 수면 내시경 차례가 되었고, 어떤 순서로 진행되는지 간단한 설명을 듣고 침대에 누웠다.

'혹시 마취가 안 되면 어떡하지?' 하는 쓸모없는 걱정이 들려는 찰나 간호사가 말을 건넸다.

"눈 뜨고 있으세요."

간호사 선생님의 설명과 함께 속으로 숫자를 세기 시작한 것도 잠시, '언제 눈을 감았지?' 싶은 순간 눈을 떴다.

몽롱한 기분으로 주위를 둘러보는데 아무도 보이질 않았다.

곧이어 눈을 뜬 나를 발견한 간호사가 다가왔다.

"깨셨어요?"

"OX 이는?"


나의 상태를 살피는 간호사에게 대뜸 남편 이름을 부르며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간호사야 당연히 내가 누굴 찾는지 알 턱이 없으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마취 기운 때문인지 갑자기 눈물이 주룩 흘렀다.

내가 마취에서 깨자마자 눈물을 흘려대니 간호사가 당황하며 휴지를 가져오겠다고 자리를 비웠고, 그사이 내 정신도 덩달아 돌아왔다.


눈물을 닦을 새도 없이 밀려든 부끄러움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이건 오빠한테 절대 비밀이다.'

조금 더 휴식을 취한 후 검사실을 나와 남편을 찾았다.

남편은 이미 검사를 끝내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의 상태도 심상치 않았다.

몸부림이 심해 마취를 풀고 맨 정신으로 내시경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 여파인지 입술이 부어 있었다.

호스를 문 상태로 움직인 건지 입술은 시간이 지날수록 붓는 듯했으나 내 머릿속엔 온통

'남편한테 아까 일은 절대 비밀이다.' 뿐이었다.



검진 때문에 식사를 거른 우리는 일단 밥부터 먹으러 갔다.

근처 한식 뷔페에 들러 거하게 두 접시씩 비우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차 안에서 나는 결국 입을 열고 말았다.

언제나 '비밀로 해야지.' 다짐뿐, 나는 오빠에게 비밀을 만들지 못하는 병이 있다.


"나 아까 내시경 끝나고 엄청 쪽팔렸어."

"왜? 이상한 얘기 했어?"

"깨자마자 여보 어딨냐고 간호사 선생님한테 물었는데 그분이 여보 이름을 알리가 없잖아. 모르겠다고 대답하셨는데 막 울었어."

"진짜?"

오빠는 잠시 놀라는 듯하더니 이내 막 웃어댔다.

"여보는 나 없이 못 사나 보네~ 나 없다고 막 울고~"

날 놀리느라 신이 난 남편의 모습에 심술이 났다.

"그러는 오빠도 뭐, 나 없이 못 살면서."

"그렇지. 나도 여보 없으면 못살지. 벌써 저기 어디서 객사했을지도 몰라."

아무렇지 않게 실없는 소리를 주고받으며 둘 다 웃었다.

검진 결과보다 더 뚜렷하게 확인된 오늘의 진단은,

우리는 서로에게 없으면 안 될 사람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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