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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by 이해솔

최근에 친구가 결혼을 한다면서 내게 연락을 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친하게 지낸 고향 친구라서 축하하는 마음으로 결혼 전 청첩장을 받는 자리를 가졌다.


명절마다 고향에서 자주 보던 사이였지만 서로 근무환경의 차이로 인해 약속을 잡는 게 어려워져서 근 2년 만에 보는 것이었다. 오래된 친구라서 그런지 오랜만에 봐도 어색함 없이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분명 10년 전에는 결혼에 '결'자도 꺼낼 생각이 없던 친구가 결혼을 한다고 하니까 기분이 참 묘했다. 벌써 결혼을 얘기할 만큼 시간이 빠르게 지나온 것 같다.

시간은 그 누구도 기다려주지 않는구나. 멈춰있으면 멈춰있는 대로, 앞으로 걸어가면 걸어가는 대로 흐르는 시간이 갑자기 미웠다.


결혼에 대한 얘기를 꽤 나누었다. 예전에는 결혼을 한다고 하면 정말 어른이 된 것 같이 보였지만, 친구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 없었다. 하지만 결혼을 하기로 결심한 시점부터 지금까지의 얘기를 듣고 있다 보니까 친구가 안정감이 생겼다는 느낌이 들었다.


결혼은 혼자 하는 게 아닌 서로가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더 나아가면 집안과 집안이 만나서 더 큰 집안을 이루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수십 년 동안 다르게 살아온 집안이 결혼을 계기로 함께하게 되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습관, 가치관, 말투 등의 다양한 행동과 생각의 충돌이 단순히 극복한다고 되는 게 아닌 걸 알기 때문이다. 이혼을 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죽을 때까지 함께 삶을 살아가야 할 텐데, 살아가는 과정에서 다툼이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고 다툼이 전혀 없으리라 생각하는 건 잘못된 생각일 것이다. 함께하는 삶 속에서 서로에게 행하는 작은 배려들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배려를 베풀 수 있는 사람과 인생을 함께 한다면 꽤나 든든한 결혼생활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내 친구는 확실히 서로 배려할 수 있는 상대를 만난 것 같았다. 결혼상대에 대해 얘기를 할 때, 친구에게서 상대에 대한 확신이 느껴졌을 때 굉장히 인상 깊었다.

아 결혼은 확신이 정말 중요하구나. 상대에 대한 확신도 중요하지만 나 자신에 대한 확신. 나 자신이 결혼에 대해 갖는 확신이 제일 중요하구나.


나는 언제쯤 결혼을 하게 될까?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물론 결혼을 급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예전에 유튜브를 본 적이 있다. '배고플 때 마트에 가지 마세요.' 배가 고플 때 마트에 가게 되면 나도 모르게 필요도 없는 식재료나 간식들을 많이 사게 된다. 사람관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나이에 쫓겨, 시간에 쫓겨 급하게 상대를 구해서 하는 결혼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생각한다. 인생에 한번 있는 결혼을 급하게 해서 평생 실수라고 생각하면서 사는 삶은 건강하지 못하다.

물론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면 내가 먼저 건강하고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더 열심히 움직여야겠다.


내 친구를 비롯해서 결혼하신 모든 분들이 용기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된다. 결심하고 행할 수 있는 실행력이 부럽다. 결혼에 성공하기까지 많은 노력들이 있었을 것이다.

혼자의 삶을 내려놓고 함께의 삶을 선택한 많은 분들이 참 대단하다. 누구보다 책임의 무게를 잘 알고, 그 무게를 버티기 위해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참 대단하다.


나도 언젠간 나 혼자의 삶이 아닌 다른 누군가와 함께하는 삶을 꿈꾸면서 용기를 내는 순간이 왔으면 좋겠다. 그때가 된다면 좀 더 멋진 어른이 되어있을 것 같다.

아직 한참 멀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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