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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2.새로운 시작

(3. 아내의 영역을 침범한 겁없는 녀석)

by crowbamboo Dec 17. 2024

점점 줄어드는 약속으로  아내가 평생 지켜왔던 자리의 많은 부분을 어느새 내가 차지해가고 있었다.

하지만, ‘약속이 줄어들어 시간이 남으니 내가 가사일을 하겠다’고 말 하기에는 쪽팔리기도 해서 

아내에게는 '평생을 가족 뒷바라지하느라 고생했으니 이제부터 한동안 내가 집안일을 하겠다'는 

핑개를 대면서 아내가 해오던 일들을 하나씩 내가 하게 되었다.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이 집 정리였다.

다소 어지럽게 배치되어 있거나 쌓여 있는 물건들을 재배치하고 버렸다.

그렇게 정리하는데 만 보름이상이 걸렸다.

가능하면 빨리 끝내고 싶지 않았기에 느릿느릿 물건들을 정리했다.

어느정도 내 마음에 들게 집 정리가 되자 일상적인 집안일로 넘어갔다.


아내가 해 오던 집청소, 세탁, 설거지, 분리수거, 음쓰버리기가 나의 중요한 일이 되었고 

밥하는 것도 당연히 내 차지가 되었다. 

간단한 요리도 시범삼아 해보았다.

그럴 때면 아내가 ‘우리 남편 집안일도 잘한다’고 추켜세워준다.

그럴때마다 기분이 좋아 영역을 하나씩 넓혀 나갔다.


시나 구청에서 하는 다양한 교육을 수강하고 있는 아내가 

오후 종일 강의를 듣고 저녁 6시쯤 집으로 오는 날이면 

나는 밥을 하고 반찬을 소분하여 식탁에 정리해 두고 아내를 기다리곤 했는데, 

그럴때마다 아내가 감동받는 모습에 기분이 좋아지곤 했다.

왠지 집안 살림하는 것이 나의 적성에 맞는 느낌이었다. 

아마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나는 전업주부가 되어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렇게 집안 일을 하며 바쁜 시간을 보내는 날이 늘어났지만, 

맘 한 켠엔 채워지지 않은 커다란 허전함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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